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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바뀌지 않았지만, 이미 갈라지고 있었다

by 대건

정년을 이유로 한 해고설은 결국 루머로 끝났다. 회사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인한 직고용 부담을 이유로, 직고용을 할 경우 감당해야 할 비용이 천문학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렇게 이번 사태는 헤프닝처럼 지나갔고, 정년이 임박했거나 이미 지난 형님들은 한숨 돌린 표정이었다. 겉으로 보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정리된 셈이다.


하지만 그 조용함이 모두에게 같은 의미는 아니었다. 젊은 기사들이나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길이 더 막힌 느낌에 가까웠다. 나 개인에게 큰 타격은 없었다. 이미 팀을 옮겼고, 지금은 나름 만족하며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는다. 인원 교체가 한 번쯤 일어나면서 팀이 조금은 가벼워지고, 흐름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일부 팀은 오히려 평균 연령대가 더 높아질 예정이다. 변화는 멈췄고, 구조는 그대로 남았다.


현장은 생각보다 더 단단하게 굳어 있다. 오래 일한 형님들이 주요 구역을 쥐고 있고, 그 사이에 낀 젊은 기사들은 자연스럽게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 시작부터 다르게 주어진 판 위에서 버텨야 하는 구조다. 그래서인지 젊은 기사들일수록 다른 팀을 기웃거린다. 실제로 일 잘하는 사람들은 이미 다른 팀장들이 눈여겨보고 있다. 나 역시 그 흐름 속에서 움직였고, 결과적으로는 잘 옮겼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아직 그 안에서 버티고 있는 동료를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본인도 불만이 많고, 나가고 싶어 하는 기색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이유는 뻔하다. 오래 굳어진 분위기, 눈치, 관계, 그리고 ‘괜히 건드렸다가 더 꼬일까 봐’라는 생각.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선택할 수 있는 타이밍 자체가 사라진다.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조금만 방향을 틀면 빠져나올 수 있는데, 그 한 걸음을 못 내딛고 계속 제자리에서 맴도는 느낌이다.


재계약 이후를 기대하던 사람들에게 이번 결과는 사실상 신호 하나를 던진 셈이다. ‘당분간은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 구조가 계속 유지될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한다. 지금은 조용하지만, 변화는 이미 다른 방향에서 쌓이고 있다. 시스템은 계속 바뀌고 있고, 물류 환경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AI든 자동화든 결국 사람의 방식을 따라가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그 흐름 속에서 지금의 방식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당장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흘러간다. 하지만 어느 순간 기준이 바뀌고, 그때 가서 적응하라고 하면 상황은 훨씬 가혹해질 수도 있다. 면허 기준이든, 시스템이든, 혹은 전혀 다른 방식이든 이유는 얼마든지 만들어진다. 그때는 선택이 아니라 통보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구조를 만든 사람들은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 안정감이 오래 갈수록 선택지는 줄어든다.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나아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각자의 사정과 이해관계 때문에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누군가는 이미 다른 자리로 이동했고, 누군가는 아직도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


요즘 회식 자리만 봐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느껴진다. 참석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굳이 이유를 만들지 않고 아예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개인사업자라는 특성상 억지로 묶일 필요는 없다. 팀이라는 개념 자체가 느슨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결국 일이 막히거나, 몸이 버티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그때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은 멀리 있지 않다.


혼자서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선택은 이해한다. 다만 그 선택이 계속 반복되면, 어느 순간 진짜로 혼자 남게 된다. 그리고 그때는 버틴다는 말 자체가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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