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과 불안의 양날의 검

by 대건

빨간 날 없는 평일이 이어지자, 택배 물동량은 잔잔한 호수를 닮아갔다. 휴일이 낀 날이면 이틀 치 물량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온다. 구역을 많이 맡는다는 건, 그만큼의 과부하를 고스란히 떠안는 일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수익에 대한 욕심을 눌러두고, 적정선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그렇게 흘러온 평일의 리듬은, 분명 몸을 편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물량이 줄어들수록 마음은 오히려 분주해진다. 몸이 안정을 찾으면, 마음은 자연스럽게 계산기를 두드린다. 수수료 몇 백 원, 몇 천 원의 차이가 어디로 달려야 할지 방향을 정하게 만든다. 육체적인 안식 뒤에, 경제적인 불안이 따라붙는다.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밀려오는 이 감각은, 이상하리만큼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구역을 조정한 건 순전히 균형 때문이었다. 물량에 허덕이던 동료들의 짐을 나누고, 팀장의 요청에도 응했다. 그때는 분명 옳은 선택처럼 보였다. 추위 속에서 물량을 쳐내던 시기에는, 서로가 조금씩 버텨주는 게 최선이었다. 그런데 계절이 바뀌고 물량이 줄어들자, 그 선택은 전혀 다른 의미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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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자주 생각하고 곱씹으면, 그것이 마음의 성향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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