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듯 보지 않는 사람을 바라보며”

by 대건

옆 팀 팀장의 얼굴이 어둡다. 원래도 말수가 많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요즘은 그 침묵의 결이 조금 달랐다. 단순히 말이 없는 게 아니라, 말을 아예 꺼내지 않겠다는 듯 입을 다문 상태였다. 무거운 공기가 주변을 감싸고 있었고, 그 안에 들어가면 괜히 나까지 숨을 죽이게 되는 느낌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눈이 마주쳤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괜히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무슨 일 있냐고, 괜찮냐고. 가볍게 던진 질문이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가볍지 않았다.


“다 때려치울 거야.”
“죽고 싶다.”


그 말은 농담처럼 들리기도 했고, 그렇다고 완전히 농담이라고 넘기기엔 어딘가 걸렸다. 말끝이 흐려지거나 웃음이 섞여 있으면 차라리 덜 신경 쓰였을 텐데, 이상하게 담담했다. 그래서 더 불편했다. 사람은 가끔 진심을 농담처럼 말하고, 농담을 진심처럼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경계가 흐릿해질 때, 듣는 사람은 더 혼란스러워진다.


요즘 들어 그가 자기 팀원들과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눈에 띄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중간중간 지시를 하거나 농담 한두 마디는 섞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없었다. 필요한 말조차 최소한으로 줄어든 느낌이었다. 팀원들도 그걸 느끼는지, 괜히 말을 걸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누군가 먼저 다가가면 괜히 건드려선 안 될 걸 건드리는 것 같은 공기가 있었다.


그 모습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사실 이런 일은 여기서 처음 보는 것도 아니다. 일이 많아지면 사람 표정이 어두워지는 건 흔한 일이고, 팀장이라는 자리가 원래 그런 압박을 받는 자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단순히 일이 힘들어서라기보다는, 뭔가 안쪽에서 무너지고 있는 사람의 표정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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