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꿈은 사람을 다시 태어나게 한다.
동네축구 왕이 되기로 결심하고, 조기축구를 포함한 몇 번의 게임에서 잇따른 좌절을 맛본 이후, 축구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무작정 경기만 뛰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가장 우선적으로 선택한 트레이닝은 바로 왼발(약발).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이 열린 코스에서도 굳이 주로 쓰는 발만을 선택해 불필요한 터치를 만들고 오픈찬스에서 슛을 하지 못한다.
걷고 뛰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자신의 약발을 축구공 앞에 놓는다는 어색함은 한 번이라도 공을 차본 사람은 알 것이다.
왼발을 쓸 수 없다는 확신은 많은 아마추어들에게 자신의 주발만을 쓰는 선택을 강요한다. 나 역시 그중 하나. 축구왕이 되기 위해서는 왼발 컨트롤과 킥이 필수라고 느껴졌다.
왼발 살리기 프로젝트
1. 왼발 기본 터치(패스받기)
2. 왼발 기본 드리블 (공 밀고 나가기)
3. 왼발 킥 (멈춘 공)
수많은 트레이닝 법이 유튜브에 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나의 현재 수준과 지향점에 부합하는 영상들을 참고해 끊임없이 반복했다. (나의 하루 훈련량은 1시간 30분) 목표에만 집중했다.
찬스에서 왼발로 때릴 수 있다는 확신.
실패는 나중 이야기다.
오른발로도 실수는 하니까
처음 왼발로 공을 차는 건 내 몸이 거부하는 동작 같았다. 머리로는 공을 찰 준비를 하는데, 왼발은 마치 내 몸이 아닌 것처럼 반응한다. 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는 건 기본이고, 발목을 어색하게 꺾어버리는 바람에 헛발질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심지어 타점이 맞지 않으면 왼쪽 사타구니 통증까지 몰려들었다.
고통의 연속이었다. 강하게 차면 허공을 가르고, 부드럽게 차려하면 힘이 안 들어가고, 인사이드 패스를 연습하면 땅을 긁기 일쑤였다. 패스를 연습하려고 벽을 향해 차 보면, 제대로 된 리턴 패스를 받은 적이 손에 꼽힐 정도였다. 벽마저도 내 왼발을 거부하는 것 같았다.
더 큰 문제는 균형이었다. 오른발로 찰 때는 중심을 잡기가 어렵지 않았지만, 왼발을 쓰려면 몸의 무게 중심이 달라지면서 자꾸 휘청였다. 이후의 어떤 동작과도 연계가 불가능한 삐걱거림. 자세까지 흔들리니 점점 위축됐다. ‘이게 맞나?’ 하는 의문이 들 때마다, 자연스럽게 오른발을 쓰고 싶은 유혹이 찾아왔다.
삼십 대 나이에, 공 하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스워서 혼자 웃음이 나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운 내 모습을 누가 보고 있지는 않은가 시선이 의식되기도 했다.
왼발 폼이 어색할 때면 익숙한 오른발과 허리의 움직임을 천천히 반복하면서 왼발과의 차이점을 찾아내고 분석하기를 약 한 달.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공이 왼발 앞에 있는 것조차 어색했지만, 어느 순간 왼발의 감각이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조절이 가능해졌다. 물론 여전히 오른발에 미치지 못했지만,
내 몸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왼발이 조종 가능한 신체부위가 된 듯이 느껴지는 순간이 왔다.
그렇게 개인 훈련과 동기부여를 잃지 않기 위해 꾸준히 경기를 가지던 나에게 결정적 순간은 찾아왔다.
그날의 경기 중 정확히 왼발 슛 타이밍으로 굴러 들어오던 공을 과거의 나는 분명. 확실히. 굳이 무리한 오른발 터치 후, 슛각을 잡고 오른발 슛을 시도했을 터였다.
하지만 그날, 나는 굴러 들어오는 공을 보며
할 수 있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왼발 논스톱 슛.
아....빗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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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골!!
쭉 뻗어 나가는 아름다운 골은 아니었지만
데굴데굴 어떻게든 가야 할 곳으로 가는 공은 마치 내가 살아온 모습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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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분명 작은 성공을 거뒀다. 반복된 왼발 훈련이 가져다준 것은 혁신적 실력향상은 아니었지만 자신감 그 자체였다. 노력하면 된다.라는 인생의 진리를 정말 오랜만에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시작이고 끝나지 않을 축구왕이 되기 위한 초행길에서 처음 만난 성공의 쾌감.
약발 훈련은 지속되어야 한다. 인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