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 : 폴리 아 되> 해석 및 후기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은 한 인간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암담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조커'의 탄생 비화는 매우 매력적으로 풀어내어, DC의 거대 프랜차이즈 캐릭터를 활용한 만큼 그 세계관의 다양한 요소를 차용하였다. 웨인 기업의 '토마스 웨인'과 '브루스 웨인', 그리고 '알프레드 집사'의 등장과 '고담', '아캄'이라는 지역명은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영화는 케릭터의 서사를 효과적으로 풀어내면서도,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조커'라는 캐릭터의 복잡한 심리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어려움과 고통을 투영시키며, 그의 분노를 대리 만족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차 위에 올라 입가의 피를 웃음으로 만든 '조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개봉 후 한국에서 약 520만 명이 극장을 찾았고, 할로윈 한 달 전인 10월 1일 또는 2일에 개봉한 것은 의도적인 전략으로 보였다. 이는 한 달 뒤 할로윈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결국 영화는 단순히 빌런의 이야기를 넘어,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하며 '조커'의 탄생에 대한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뮤지컬이 어때서',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주면 돼' 등 영화 내에서 이뤄지는 등장인물들 간의 상호작용이 스크린 밖에 있는 관객들에게 명확하게 향해있다는 점에서 케릭터 '조커'에 대해서가 아닌 '조커'라는 하나의 사회현상을 비판하려는 듯한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전작에서조차 아서에 대한 무관심이 조커로 이끌었듯, 2년 후의 그에게도 여전히 관심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한 행동들과 만들어진 사회현상에만 집중되며 철저히 그와 분리된다.
'아서'가 아닌 '조커'를 추앙한 '리 퀸젤'은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그에게 접근한다. 병원 내에서도 그녀의 입지가 대단했다. 자의로 입원했고, '아서'를 노래클럽에 등록시켰으며, 탈출을 같이 감행했지만 그녀는 갇혀있기보단 자유로히 '아서'의 독방에 들어갔다. 순전히 본인의 호기심을 위해 이루어진 일들이다. 그렇다고 그의 모습을 전부 사랑하는 것은 아니었다. 머레이를 죽인 '조커'만이 그녀의 관심사였다.
그에게 그럴듯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만 진실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을 짚는 연출로도 해석된다. 또한 거짓말을 한 뒤에 '아서'의 집과 그 앞에 계단을 찾아간 '리 퀸젤'은 애초에 다른 사회 계층의 사람으로 그의 배경을 궁금해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영화의 촬영지를 찾아가듯 하나의 유흥으로 소비했다.
그의 추종자들과 '리 퀸젤'의 바람대로 다시 '조커'가 되었다가 다시 고민 끝에 '아서 플랙'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하나의 케릭터가 있는 그대로 세상에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평론가들과 관객들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비판했던 그들에게 던지는 메세지가 여기에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던져주면 된다는 허심탄회한 대사가 주제를 관철한다. 이 얘기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법정을 날려버리고 싶다던 '아서'의 말을 말 그대로 법정을 진짜로 날려버린 훌리건들의 장면으로 설명된다. 의미가 전달됨에 있어서 와전이 되는 이 모습이 바로 진정한 관심을 버리고 각자가 보고자 하는 것만 보는 이런 사회 현상을 비꼬았다.
정신병을 공유한다는 의미의 '폴리 아 되'는 결국 그가 남긴 하나의 현상이 추종자들과 본인의 입을 찢은 '제2의 조커'에게 옮겨갔고 (혹은 '리 퀸젤'의 아이까지) 퍼져나가는 과정을 의미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메세지가 오가는 과정 그리고 영화의 내용에 진행됨에 있어서 아서의 자리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인간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이 정말 아름다웠다. 그 방식이 뮤지컬이라는 점에서도 실험적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그런 장르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훌륭한 무대였다. 특히 'pogo's' 무대에서는 빅밴드로 이루어진 무대 구성이 돋보였다. 관람 중에도 찾아서 듣고 싶은 충동이 앞섰다.
그러나 그 인간의 이야기가 '조커'이어야만 했는지는 의문이 들게 되는 후속작이었다. 1편까지의 이야기는 그 뒤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듦으로써 감상의 즐거움이 배가 될 수 있었다. '브루스 웨인'의 등장과 이후의 '조커'의 활약은 관객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상상이었기 때문이다. '폴리 아 되'에서는 그 이야기의 종지부를 끝내는 영화이므로 케릭터가 소비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했다는 점에서 후속작이 그런 역할을 맡을 줄 알았지만 부정당했고, 반가운 얼굴인 '할리 퀸'과 '하비 덴트'(투페이스)는 꼬리를 물 수 있었던 즐거운 상상에 난도질을 당했다. 그렇기에 굳이 '조커'라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아서 플랙'이라는 이름으로 나왔어도 될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구분지어지며 단순히 망상 속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여겨도 될 외전의 작품이라고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