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배리즈 마케팅 스쿨, 내게 무엇이 특별했는가?
배리즈 스쿨 Berghs School, 내게 무엇이 특별했는가?
#배움이란 내가 직접 '하는' 것, 그리고 남들에게 '설명할 수 있다는'것
"너의 의견은 어때?"
"해당 내용에 대해 느낀 감상이 있다면?"
"네가 경험한 비슷한 사례가 있다면 말해볼래?"
소규모의 수업에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들. 또 그에 가만히 있지 않고 바로 손을 들어 대답하는 학생들. 틀린 대답이라도 거침없이 의견을 개진하고, 배운 내용이 있다면 바로 응용해 케이스를 만들어내야 한다. 학생이 다소 핀트를 벗어난 대답을 해도 "흥미로운 의견이고, 신선하다"라고 말하는 교수진들. 교수는 권위적인 교수가 아니라, 단지 우연히 몇 년 일찍 태어나 업계에 학생들보다 일찍 진입한 선배로 봐달라고, 우리에게 비판적인 의견을 전해달라고 애원한다. 교수에게 '프레드릭', '크리스티나', 모두 친구처럼 이름으로 부른다. Berghs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입국 후 3개월 간 스톡홀름 배리즈 스쿨의 'UX 디자인 수업과 데이터 활용 전략 수업'을 한 달간 들은 이후 느낀 표면적 감상은 '무지 빡세다'는 것. 한국식 교육에 익숙한 나는 그동안 수업은 오로지 듣고 복습하는 것이었다. Berghs에서의 수업은 보통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학부시절을 기억해보면 여유로운 소위 '꿀' 스케줄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수업 후 진이 빠진다. 왜냐면 이곳에서는 단순히 '듣거나', '배우거나' 하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내가 갖고 있던 기존의 개념에 질문하고, 도전받고, 배운 점을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Learning By Doing' - '네가 직접 실천함으로써 배운다'라는 내용을 오리엔테이션 첫날부터 들었지만, 이 정도로 강행군인 스케줄을 감내할 줄은 몰랐다. 개강 첫날부터 과제가 주어졌고 자리에서 배운 내용을 바로 활용하여 친구들과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했다. 매 순간이 한국에서 학부를 나온 내게는 매우 신선한 도전이었다. 한국 학창시절땐 소위 '깝치지말라'라고 욕먹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난 한국에서 소위 깝죽거리고 말 많은 과였다) 이곳에서는 극소심 쟁이처럼 보였다. Yes or No 질문, 빠르게 답을 찾는 학습에 익숙한 나인데, 이제는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례와 이유를 곁들여 설명해야 했다. 이곳에서 나는 한순간도 가만히, 조용히 있어선 안된다!
#발표 울렁증 반강제로 극복...
아무리 광고홍보학과를 전공했다고 해도, 여태껏 모국어인 한국어로 발표했으며 그마저도 과목별로 1~2회로 제한되었다. 하지만 배리즈에선 끊임없이 내 의견과 감상을 조리 있게 이야기해야 했고, 그것도 교수진과 실제 클라이언트가 있는 곳에서 영어로 발표해야 했다. 캐주얼하고 격식 있는 각기 다른 형태의 발표를 벌써 몇 번째 했는지 세지도 못할 지경이다. 발표 후에는 교수진과 클라이언트는 발표한 그 자리에서 바로 피드백을 주곤 한다. 처음엔 진땀 뻘뻘 흘렸지만, 한 달 남짓 지났는데도 이제 웬만큼 남들 앞에서 말할 수 있게 피칭 연습에는 도가 튼 것 같다.
#제일 마음에 든 수업, 보장되는 수업의 질
하나를 꼽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고 재미있는 수업이 많았다. 그래서 정말 추리고 골라 남은 두 개가 있다면, 'Prototyping' 프로토타이핑 수업과 'Data Strategy' 데이터 전략 수업이다. 프로토타이핑 수업은 전 구글 뉴욕 출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현직 CEO가 진행하는데, UX 디자인에서 가장 생소하다고 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방법론을 배우고 바로 적용하여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수업이다. 45분 만에 앱 내 사용자 경험을 뚝딱 만들어내라고 하질 않나, 프로토타입 비디오를 1시간 안에 만들라고 하지 않나 도무지 불가능한 과제들을 던져주지만, 현재 가장 트렌디한 UX 디자인을 직접 경험해본다는 점이 흥미롭다.
Data Strategy 수업은 데이터 전략 전문가가 진행하는데, 특히 UX과 관련한 리서치 방법론에 집중했다. 실제로 진행 중인 고객사의 각종 마케팅 데이터를 이름만 가리고(!) 해당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찾아 어떤 솔루션을 제공할 것인지 팀을 지어 논의하였다. 마케팅 데이터 분석 경력 한 스푼, 고객사 담당 경험 한 스푼인 내게는 익숙하면서 약간은 알쏭달쏭한 난이도로 제시되어 퍼즐을 푸는 것처럼 흥미로웠다.
배리즈의 수업은 그래서 독특하다. 광고홍보학과에서 거의 30년이 지난 먼지 냄새 쌓인 사례를 단순히 암기하듯 외우곤 했는데, 이곳에서는 스웨덴 현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소위 업계에서 잘 나가는 교수진들이 수업을 책임지고 담당한다. 짧은 직장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청중이기 때문에 교수진들은 누구보다 현직의 생생한 스토리와 사례를 수업에 가져오려 노력한다. 덕분에 나는 매번 수업의 퀄리티가 보장된다고 느낀다. 이렇게 학교에서 밥숟가락으로 마구 퍼주는데, 이제 정말 잘 주워 먹고 꼭꼭 씹을 차례인 것 같다.
(다음 2편에서 계속됩니다.)
Berghs School of Communication
위치 : 지하철 초록색 라인 Hötorget, Olof Palmes Gatan 방향
Sveavägen 34, Stockholm, Sweden
https://www.berghs.se/en/
설립연도 : 1970년
연혁 : Cannes Future Lions 깐느 국제 광고제 학교 부문 - 7년 연속 최고의 학교로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