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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역 Jul 28. 2022

새큼한 껍질의 맛, 자두




자두를 선물 받았다. 네모난 투명 플라스틱 통에 담겨있었다. 자두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보는 순간 입에 침이 고였다. 새큼한 자두 껍질의 맛. 씹으면 질깃하면서 이 사이로 짓이겨지는 껍질의 식감. 자두를 떠올리면 노란 오렌지 빛의 보드라운 속살보다 빨간 껍질의 맛이 먼저 떠오르는 건 겉모습이 빨갛기 때문인가 올해 달콤한 자두를 못 먹어서인가. 이번 자두도 달콤하기보다는 새콤하고 덤덤한 맛이었다. 선물을 사 온 분은 이번 자두도 실패라며 낙담하셨지만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 맛있게 먹었다. 원래 나에게 자두는 껍질의 맛이므로. 지금도 테이블 위 노트북 옆엔 자두 한 그릇이 놓여있고 조금 전에도 두 알을 먹었다. 자두 한 번 보고 하늘 한 번 보고, 자두 한 번 보고 나무 한 번 보고. 빨갛고 파랗고, 빨갛고 초록초록. 선선한 바람도 불어오고. 좋은 날이네.

 

자두를 다 먹을 자신이 없어 잼을 만들까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냉장고엔 이미 딸기잼, 오렌지 마멀레이드, 밀크티 스프레드가 있고, 그 잼들도 다 먹을 자신이 없다. 이 여름에 불 앞에 서서 잼을 휘저을 자신도 없고. 그럭저럭 매일 의무적으로 두 세알씩 먹었더니 다행히 상하기 전에 다 먹어간다. 새빨갛게 익은 자두가 이제 다섯 알 남았다.



                                                                                             2019년 7월 16일, 무더웠던 어느 날




올 해는 달콤한 자두를 먹었다. 나는 사실 자두를 썩 좋아하지 않아서 내 돈을 주고 사 먹는 일은 거의 없는데, 엄마 집에 놀러 갔더니 엄마가 자두를 사 오셨다. 검붉은 색 자두와 새빨간 자두가 섞여 있었다. 달콤한 자두를 좋아하는 나는 검붉은 자두를 골라 먹고, 새콤한 자두를 좋아하는 엄마는 빠알간 자두를 골라 먹고. 자두를 먹으니 여름인 게 실감이 났다. 이렇게나 더운데 자두를 먹고서야 여름이 느껴지다니. 나에게 계절은 날씨가 아니라 과일로 다가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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