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를 선물 받았다. 네모난 투명 플라스틱 통에 담겨있었다. 자두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보는 순간 입에 침이 고였다. 새큼한 자두 껍질의 맛. 씹으면 질깃하면서 이 사이로 짓이겨지는 껍질의 식감. 자두를 떠올리면 노란 오렌지 빛의 보드라운 속살보다 빨간 껍질의 맛이 먼저 떠오르는 건 겉모습이 빨갛기 때문인가 올해 달콤한 자두를 못 먹어서인가. 이번 자두도 달콤하기보다는 새콤하고 덤덤한 맛이었다. 선물을 사 온 분은 이번 자두도 실패라며 낙담하셨지만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 맛있게 먹었다. 원래 나에게 자두는 껍질의 맛이므로. 지금도 테이블 위 노트북 옆엔 자두 한 그릇이 놓여있고 조금 전에도 두 알을 먹었다. 자두 한 번 보고 하늘 한 번 보고, 자두 한 번 보고 나무 한 번 보고. 빨갛고 파랗고, 빨갛고 초록초록. 선선한 바람도 불어오고. 좋은 날이네.
자두를 다 먹을 자신이 없어 잼을 만들까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냉장고엔 이미 딸기잼, 오렌지 마멀레이드, 밀크티 스프레드가 있고, 그 잼들도 다 먹을 자신이 없다. 이 여름에 불 앞에 서서 잼을 휘저을 자신도 없고. 그럭저럭 매일 의무적으로 두 세알씩 먹었더니 다행히 상하기 전에 다 먹어간다. 새빨갛게 익은 자두가 이제 다섯 알 남았다.
2019년 7월 16일, 무더웠던 어느 날
올 해는 달콤한 자두를 먹었다. 나는 사실 자두를 썩 좋아하지 않아서 내 돈을 주고 사 먹는 일은 거의 없는데, 엄마 집에 놀러 갔더니 엄마가 자두를 사 오셨다. 검붉은 색 자두와 새빨간 자두가 섞여 있었다. 달콤한 자두를 좋아하는 나는 검붉은 자두를 골라 먹고, 새콤한 자두를 좋아하는 엄마는 빠알간 자두를 골라 먹고. 자두를 먹으니 여름인 게 실감이 났다. 이렇게나 더운데 자두를 먹고서야 여름이 느껴지다니. 나에게 계절은 날씨가 아니라 과일로 다가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