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완서 작가를 좋아한다.
그분의 글도 좋지만 살아온 인생에서 느끼는 점이 많다. 평범한 주부로서 공감되며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나는 세 아이들이 어릴 때 동숭동 언덕에 위치한 집에 살았다. 그 집에서 육아로 지치고 힘들 때 주로 낙산공원에 혼자 올라갔다. 다른 이들은 낙산공원을 최고의 데이트 장소라고 하지만 나에게 그곳은 누가 볼까 숨어서 눈물을 훔치던 장소였다.
그곳에서 서울대학교병원을 바라보며 작가님의 막내아들이 병원 레지던트 시절에 과로사한 것을 떠올렸다.
'그래,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건강하니깐...
저 아래 병원에서는 아픈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저곳에 없고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난 참 감사하다.' 되뇌었다.
내 기억 속에 육아는 참 힘들었다.
남편은 자영업자로 남들 다쉬는 연휴며 토요일에도 일을 해야 했다. 그나마 쉬는 일요일은 교회학교 교사로 봉사를 했다. 그래서 나의 육아는 매일이 눈물이었다. 평일은 어린이집이라도 보내서 그나마 참을 수 있었는데 휴일 독박육아는 너무 힘이 들었다.
나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금요철야에서 나의 기도는 '주님 내일은 제발 아이들과 평탄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 주세요.'였다
나의 육아는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커서 아기 때만큼 힘들지는 않다.
내가 아프고 나니 이제 좀 쉬는 것 같다.
박완서 작가님의 '박완서의 말'이 책은 힘든 나의 육아생활에 힘이 되었다.
'여자도 일을 해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고는 남녀평등이란 한낱 구호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소신 때문이었지요. 딸 중엔 남자도 하기 힘든 전문직을 가진 애도 나왔고 큰 딸도 좋은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결혼했어요. 그런데 가정을 가진 여자가 일을 갖기 위해서 딴 여자를 하나 희생시켜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느낌은 매우 낭패스러운 것이었어요.
결국 나는 나의 일이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 여자는 뭐니 뭐니 해도 가정을 잘 지키고 아이 잘 기르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쪽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말았어요.'
작가님의 한마디가 나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나의 자아를 내려놓고 육아를 하는 이 생활에 순종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육아로 인한 육체적인 피로보다 내가 사회생활에서 이대로 영영 멀어지는 건 아닌지 불안감에 일을 더 찾아서 한 적이 있었다.
첫아이를 낳고 평생 처음으로 위경련이 나서 한약방에 간 적이 있다. 의사 선생님은 나를 보고 육아만 할 수 있는 것도 복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나는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나 보다.
이 글은 나의 모든 욕심을 내려놓게 했다.
이렇게 멋지고 똑똑하신 분도 이럴 수밖에 없었구나..
한 여성의 희생으로 자라나는 아이들..
난 내 옆에 누군가를 희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내가 결정했고 내 책임이니 순종하자.
성경말씀처럼 난 육아를 희생이 아니라 더 큰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것이 물론 정답은 아니지만 어차피 이 세상 어떤 누구도 정답을 알려주진 않는다. 그저 주어진 내상황에 감사하자.
힘들었던 육아.. 그래서 난 많은 걸 깨닫고 배울 수 있었다.
난 미래의 내 딸들에게 육아에 대해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
감사하렴~ 무엇이든 범사에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