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아이맘 Apr 03. 2024


수학시험을 본 세 아이의 다른 반응

우리 아이들은 첫째는 중3학년 둘째는 중1학년 셋째는 4학년 나는 이렇게 세명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첫째 아이는 긍정적이면서 소탈하고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하는 아이다.

둘째는 자기주장이 확실하며 지는 것을 싫어하고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아이다.

마지막 셋째는 자유로운 영혼이며 남들에게 할 말은 꼭 해야 하는 똑 부러지는 아이다.


요즘은 세 아이의 시험 기간이다. 

그래서 수학 시험을 보고 왔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제각각이다. 

첫째는 "엄마 미안해. 수학을 쫌 많이 틀렸어. 엄마말이 맞는 거 같아. 다음에는 더욱 열심히 해볼게 사랑해." 

둘째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수학 점수를 이야기하다가 펑펑 눈물을 쏟았다. 그래서 많이 틀린 줄 알았는데 고작 한 개 틀렸다는 것이다. 

셋째는 집에서 내가 제일 많이 붙잡고 문제를 풀었는데 고작 80점을 맞아왔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가르쳐도 잘 모를 수도  있구나. 진짜 막내를 가르쳐 보기 전까지도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안 해서 못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수학점수는 결코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과 비례하지 않다는 것을 세 아이를 키워보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동안 첫째 둘째를 키우면서 내가 너무 교만했다. 차마 나의 속상한 마음을 막내 아이에게 티를 내지 못하고 앉아있었다. 그래 전문가들이 초등학생은 공부 정서를 해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 누가 아는가 혹시나 나중에 수학점수의 꽃이 피어오를지,,,,,,  언젠가 그날을 기다리며 참아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셋째가 씩씩거리면서 말했다. 

"선생님이 앞으로 공부를 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수학을 못하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서 미국에 가서 공부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셨어. 그런데  수학을 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편하게 공부를 할 수 있대. 고작 이번 수학 시험을 한번 못 봤다고 그런 식으로 말씀하셔도 되는 거야?" 라며 선생님이 너무 하시다며 자신은 평소에 열심히 했다며 분해했다. 매일 문제집을 꾸준히 푼 것은 맞다. 본인은 정말 속이 상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볼 때는 한 문제 한 문제를 정성 들여 풀지 않는다. 그래서 문제를 풀 때마다 잔소리를 한마디씩 하는데 본인이 고치려 하지 않으니 좋아지지 않는 것 같다. 너무 많은 잔소리는 공부정서를 해칠 수 있으니 하면 안 되는데 그렇다고 내가 들어가서 뇌 구조를 바꿔 줄 수도 없고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그래도 우리 막내는 꿋꿋하다. "엄마 걱정하지 마. 그래도 가끔은 100점도 맞고, 70점도 맞고, 80점도 맞으니깐 괜찮아. 나중에는 100점 받을게." 그래 너의 말을 믿어줘야겠다.



결국 우리 집에서 첫째는 친구들과 방탈출 게임을 하러 나갔고 셋째도 다 잊고 놀이터로 나가서 놀고 있는데  제일 수학시험을  잘 본 둘째만이 비관적인 얼굴을 하며 컵라면을 끓여 먹고 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아이 셋을 키우니 하루에도 이렇게 다른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면서 가끔은 나도 어느 장단에 맞춰줘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세 아이에게 서로 다른 성향대로 다르게 대하다 보니 이제는 뭐가 옳은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는 그냥 들어줘야지,,,,,,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잔소리와 비교의 언어가 한마디 나오면 그것도 미안해진다. 다른 엄마들은 아이 한 명에 집중케어하니 컨디션과 대화도 일정해지는데 나는 참... 혼란스럽다. 그래도 아이들이 좀 컸다고 그나마 이제는 혼란은 잠시 뿐이다. 내가 아이들을 내 마음대로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도 포기한 지 오래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개성이 다 다른 아이들을 보면 웃음이 난다. 

그래도 각자의 성격대로 바르게 잘 자라주는 것 같아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작가의 이전글 도서 박완서의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