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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수 Mar 07. 2024

룰루 랄라 짜장면

주기적으로 먹어줘야 한다.

    어릴 적 밥대신 외식을 하려 하면 나는 짜장면을 외쳤다. 맛있다고 인지했던 순간부터 시작이었다. 달콤 짭조름한 게 1차로 소스를 잘 비벼 면을 먹는다. 한 손엔 숟가락 반대 손에는 젓가락을 쥐고, 야무지게 한 그릇 다 먹어치울 기세다. 면이 줄어들면 2차전이 시작된다. 엄마가 밥을 담아 주면 남은 양념에 쓱쓱 비벼 싹싹 다 먹었다.

                              이런 거라면 매일 먹고 싶어!                                   


한 번은 감기몸살이 심하게 앓은 적이 있었는데 밥을 잘 못 먹다 보니 엄마가 짜장면을 시켜줬다. 그 와중에 양손 숟가락 젓가랏 신공을 펼쳤지만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눈앞에 두고도 못 먹게 되자 속상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흐엉 자장면 먹어야 되는 데에’   



            

나의 짜장면 사랑은 일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동네 짜장면집을 시작으로 가락국수가게의 짜장면, 친구네 동네의 짜장면집을 도장 깨기 하듯 먹으러 다녔다. 물론 맛으로 실패한 적도 있었지만, 인터넷을 통한 사람들의 추천 맛집을 간 경우도 많아서 대부분 실패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웬만하면 불친절한 리뷰가 많은 곳은 거른다. 경험해 보면 알게 된다. 혼자여도 좋지만 지인들과 함께 가면 짬뽕과 탕수육을 같이 시킬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같이 먹으면 맛있는 기분도 두 배다. 단품도 좋지만 역시 다양한 맛이 조화를 이루는 세트메뉴 또한 나의 필수 코스가 되어버렸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8년 전쯤, 근무하던 곳 아래층에 짜장면 집이 있었다. 호기심에 짜장면을 주문했는데 언빌리버블! 맛이 좋았다. 면은 특별한 게 없어 보였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비주얼이었다. 쓱 비벼서 한입 먹어보면 춘장의 달달함, 야채의 신선함, 그리고 마지막에 입안에서 느껴지는 고소함에 깜짝 놀랐다. 이 고소함의 정체는 무엇일까, 조화롭도다. 비결이 궁금했지만 맛에 감탄하며 먹기 바빠서 물어볼 생각을 못했다. 너무 맛있어서 1주일 내내 곱빼기로 먹었다. 장인정신을 갖고 요리하시는 분일까? 어떻게 심플 이즈 더 베스트를 만들어 내는 걸까 한참 생각하면서 일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얼마나 만족스럽던지 자동으로 마음이 넓어지는 기분이었다. 음식이 주는 즐거움 그리고 만족감이라는 걸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순간이었다.      




                   

며칠 전 조카가 입학을 했다. 엊그제만 해도 4살인 거 같았는데 벌써 초등학생이 되다니 기쁘면서도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감성에 젖어버렸다. 축하인사를 카톡으로 보내고 생각이 들었다. 졸업식땐 짜장면, 이사하는 날에  짜장면,  비록 오늘 조카의 입학이지만 동시에 졸업이 생각나면서 내 기억은 짜장면이란 단어를 소환했다. 고로 나는 짜장면이 먹어야 한다. 맛있게 먹던 기억이 내 위장을 자극해 버렸다. 어플을 켜고 새로운 곳에 배달을 시킨다. 성공과 실패의 줄다리기를 하는 순간이지만 감수하고 시켜본다. 웬만하면 매장에 가서 먹는 게 더 맛있지만 상황이 안될 땐 시켜 먹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룰루 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얼큰한 짬뽕국물도 추가하고 바삭한 군만두도 반접시 시켰다. 도착한 짜장면에 계란 프라이가 올라가 있다. 어릴 적 집 앞에서 배달 시킨 모습과 닮아있었다. 요즘에 계란 프라이 잘 안주던데.. 나이스다! 가게마다 약간씩 다른 스타일을 지니고 있는데 이곳은 쌀가루면을 쓰고 있었다. 좀 더 쫄깃하게 평소와 다른 느낌의 식감이 소스와 따로 노는 것 같으면서 어울린다. 이런 스타일도 기억 속에 저장해 둔다. 쓱쓱 비벼서 크게 한입 넣는다. 음~ 이 맛이야! 다행히 맛은 평균에 들어섰다. 오늘 이만하면 성공적이다.

           맛있게 먹어서, 0 칼로리 짜장면을 그렸다.


                    

맛있는 음식은 기분을 좋게 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땐 매운 음식이 먹고 싶고, 피곤할 땐 단것이 생각나는 것처럼 음식이 선사해 주는 다양한 감정들을 알게 되었다. 살면서 수많은 식사를 하고, 그 순간마다 다양한 추억들이 쌓여있을 것이다. 짜장면이라는 이름 하나에 수많은 요리사들이 각자의 스타일로 음식을 만들어낸다. 최고의 맛은 주관적인 경우가 많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양한 맛을 가진 짜장면은 각자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는 자장면이 즐거운 음식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또 다른 음식일 수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기억 속에 오래 간직한 음식은 무엇일까. 어떤 느낌을 갖고 있을까. 그 음식을 오늘 먹어보는 건 어떨까. 나의 추억으로 시작된 이야기지만, 오늘은 다른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날이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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