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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찬 Sep 29. 2022

민호기 호기로운 PR 회사 대표님을 인터뷰하다

PR인은 PR에 대해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터뷰 프로젝트, 여쭤보러 갑니다의 여섯 번째 인터뷰이는 민호기님이다. 호기님은 홍보대행사 '호기로운 PR 회사'의 대표이시자 직업 에세이 <호기로운 퇴사 생활>의 저자이시고, NFT 프로젝트 Age of Zen의 PR을 담당하셨다. 또 성장과 네트워킹을 목표로 하는 커뮤니티, EXA의 멘토님이시기도 하다.


호기 멘토님을 뵙고, PR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 PR인으로 느끼시는 것들에 대해 여쭤볼 수 있었다.


호기로운 PR 회사의 대표님시잖아요. 어떤 면에서 PR에 매력을 느끼셨고, 어떤 계기로 PR 일을 하시게 되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생각이나 행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사람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했습니다.


학창 시절에 항상 더 좋은 결정을 하거나, 더 좋은 것들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질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사람이었어요. 마침 광고홍보학을 전공하면서 미디어의 영향력을 알게 되었죠.


취업을 할 때 광고를 해야 하나, 홍보를 해야 하나 고민을 했어요. 그땐 학부에 홍보 관련 커리큘럼이 거의 없어서 대부분 광고 관련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교 3학년 때 홍보대행사 부사장님이 출강하시는 수업을 듣고 홍보의 매력을 느꼈어요. 그리고 외부 교육 프로그램도 이수하면서 홍보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때 에드워드 버네이즈를 알게 되었는데요, 이 분의 업적이 너무 놀라웠습니다. 학부시절 오길비를 비롯한 유명한 광고인들의 책과 일화를 읽었는데요, 다 너무 재밌었어요.


광고대행업은 산업적으로 성숙해 있는 산업이기도 했고, 이미 현업에서 멋진 캠페인을 선보이고 있던 선배님들도 계셨습니다. 광고대행사별로 각기 다른 시장 접근법을 달달 외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에드워드 버네이즈의 사례만큼 감동을 준 건 없었어요. 그래서 ‘나는 PR 해야겠다, 내가 한국의 에드워드 버네이즈가 돼봐야겠다' 고 생각을 했습니다.


취업 후에 브랜드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는 데이비드 아커를 알게 됐는데요, 또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브랜드에 대해 이렇게 산업적으로, 학술적으로 깊이 있게 정리를 해놨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주머니를 열기 위해 이렇게까지 정리가 되어 있다는 게 신기해 책을 탐독하고 기획서도 쓰고 읽고 했습니다.


일해보니 홍보는 내 이름이 드러나는 일도 아니고, 대중의 인정을 받는 일도 아니에요. 항상 부탁해야 하고 설득해야 하고 사과해야 하고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야 하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재밌게 하고 있어요.


PR 일을 하시면서 여러 일들을 맡으시고, 또 보셨을 텐데요, 그중 인상 깊은 PR은 어떤 게 있으신가요?

 

전 세계적으로 역사 속에서 중요한 일들 앞단에는 다 PR이 들어가거든요. 우리나라가 월드컵을 개최하게 된 것도 다 PR 활동의 결과예요.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1987년에도 당시 대학생이었던 86세대의 투쟁이 있었죠. 그것도 PR 활동입니다. 다수의 약자들이 소수의 권력자들에게서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 역시 잘 짜인 PR 활동이 수반됩니다.


재밌는 것 같아요. 이런 사례를 보면서 PR의 위대함을 느끼죠. PR은 무엇이 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사회라는 공간 자체가 누군가의 PR 활동으로 가득 차 있어요. 다 파악하지 못할 뿐이죠.


NFT 프로젝트인 Age of Zen에서 PR 담당 이사님으로 계시잖아요. AOZ에선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계시나요?


전통적인 PR 업무, 언론 홍보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에이지 오브 젠은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이고 그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투자 유치가 필요하거든요.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되는 기업 인지도 제고 활동을 해왔습니다.


네이버 기사 검색을 통해 접하게 되는 Age of Zen 기사는 제가 다 만들어냈습니다. 최근에는 언론뿐만 아니라 투자사를 만날 때도 동행했습니다. 투자사를 만날 때도 상대의 의도나 메시지를 잘 캐치해야 하는데 그 부분은 홍보인들이 잘 트레이닝 되어 있거든요.


이번에는 좀 더 멘토님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어요. 어떤 일을 하든 딜레마와 마주치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멘토님께서는 어떤 딜레마와 계속 마주치고 계시나요?


어떤 일이든 돈을 버는 지루한 일을 반복하면 돈이 벌려요. 근데 홍보하는 사람들은 계속 트렌드를 따라가야 해요. 그러다 보니까 내가 해보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의 딜레마는 항상 있는 것 같고요.


또 안 좋은 일들을 홍보하면 돈을 많이 번다고 하는데, 제가 윤리적인 이유로 그런 업무는 맡지 않으니까 딜레마가 안 생겨요.


사실 개인의 성향도 한몫을 하는데, 저는 돈을 적당히 벌고 싶어요. 내 수준에 맞는 돈을 벌고 싶지 수준에 맞지도 않는 돈을 벌어가지고 그 돈 때문에 내 인성을 잠식하게 되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어떤 것이든 그것에 매이고 싶지도 않고요. 돈 때문에 내 마음대로 이동하고, 내 마음대로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는 그 모든 자유가 침해되면 차라리 난 돈을 포기해요. 행여 그리고 내 자유를 줄여서까지라도 해야 되는 일이면 그것은 사회적인 가치가 있는 일이어야 합니다.


다음 질문은 인터뷰이님들께 공통적으로 드리는 질문이에요. 멘토님께선 어떤 좋은 습관을 갖고 계시나요?


내 일에 직접적으로 관계없는데도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는데 필요한 일들을 꼭 합니다.


예를 들면 제가 한창 사회에 나와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오는 SERI 보고서를 모두 읽었습니다. 기술, 마케팅, 브랜드, 반도체, HR 같이 광범위한 분야에 대해 나오는데, 빠짐없이 읽었어요.


그러다가 외부 강연에서 광고대행사 대표님께 아이디어를 내고, 크리에이티브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하시냐고 질문했는데 저와 마찬가지로 이‘리포트들을 모두 읽으신다고 하더라고요.


억지로 다 읽으신요. 이 정도 수준의 리포트를 무료로 읽을 수 있는데 왜 안 읽냐고 하시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서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죠.


또 어떤 새로운 개념이나 단어를 알게 되면 그 단어의 본래 뜻을 찾기 위해 되게 노력하는 편이에요. 국어사전을 꼭 찾아보고, 그 단어를 정확하게 쓰려고 해요. 보도자료를 쓸 때도 이 단어가 맞는 표현인지 많이 찾아봤고, 지금도 그래요. 이 습관이 도움이 많이 돼요.


이번엔 멘토님께서 지키고 있는 규칙은 어떤 건지 여쭤보고 싶어요. 


규칙을 안 만들려고 해요. 변하는 거예요. 그때그때. 예전에는 ‘세상에 못할 농담은 없다’, ‘어떤 상황이나 농담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농담이라는 게 본래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의 특권 같은 것이어서 ‘농담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에 따라 농담을 안 할 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아무 때나 자신 있게 농담을 해야만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규칙을 만들지 않는 게 내 규칙이죠.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음으론 PR 일을 하시면서 짜릿하신 때가 있으신지 여쭤보고 싶어요.


일을 해서 그런 걸 느끼면 안 돼요. 있으면 안 되죠. 일이 잘 끝나도 내가 해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PR 업무의 특성일 수도 있는데, 어쨌든 남의 일을 해주는 거잖아요.


또 홍보도 이미 만들어진 것을 전달하는 일이기 때문에 내 것이 게 아니거든요. 종종 저한테 홍보가 너무 잘 돼서 좋다고 감사 인사를 하기도 하는데, 저는 그냥 홍보한 것뿐이고, 만드신 게 워낙 좋아서 누가 했어도 이렇게 됐을 거라고 얘기하거든요. 진심으로요.


그래서 이 일을 하면서 짜릿한 순간은 없는 것 같고, 성취감 같은 건 있는 것 같아요. 짜릿한 때면, 지난달에 제주도 여행 가서 클라이밍 했는데 되게 어려운 코스를 달성했을 때에요.


PR 업계나 NFT 씬에서 일하나고 있는 중요한 변화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게임 커뮤니티 매니저들이 NFT의 커뮤니티 매니저로 오고 있어요. 커뮤니티라는 게 굉장히 재조명되고 있단 말이에요.


돈을 더 벌려면 더 많은 사람이 내 물건을 사주거나, 한 사람이 여러 번 사주거나, 아니면 한 번 살 때 비싸게 사줘야 돈을 더 벌잖아요.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커뮤니티입니다.


인구 자체가 줄고 있으니 굉장히 단단한 커뮤니티가 계속 우리 브랜드나 우리 서비스를 소비하게 만드는 방식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커뮤니티가 중요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커뮤니티 개발이나 운영을 잘하는 데는 적다고 봅니다.


커뮤니티 관리를 하는 PR 담당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NFT는 그것을 기술적으로 구성하는 툴을 제공해주죠. PR과 NFT가 만나는 지점입니다.


PR이나 마케팅 쪽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으신 커리어나 과정이 있을까요? 


PR은 세상을 리드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할 소양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PR을 업으로 삼으려는 사람에겐 일단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얘기해주고 싶고요. (웃음)


PR이나 마케터나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사람이 잘합니다.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려면 학문의 경계 없이 다양하게 공부를 해야 합니다. PR인이나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 관련 학과를 갈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서비스 기획이나 UX/UI, 심리학이나 미술사 이런 것들을 공부해도 괜찮아요. 제가 홍보하는 후배들에게 EXA를 추천하는 이유도 같습니다.


일시 : 22년 9월 15일 목요일

장소 : 호기로운 PR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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