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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찬 Sep 05. 2022

백승엽 엔와이즈 대표 변리사님을 인터뷰하다 (1)

변리사가 생각하는 흥미로운 특허들. 그리고 특허에 대해 궁금한 것들

인터뷰 프로젝트, 여쭤보러 갑니다의 다섯 번째 인터뷰이는 백승엽님이다. 승엽님은 엔와이즈 특허법률사무소의 대표 변리사이시자, 성장과 네트워킹을 목표로 하는 커뮤니티, EXA의 멘토이기도 하시다.


승엽 멘토님을 뵙고 특허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 변리사로서 느끼시는 것들 등 평소에 배우기 힘든 것들을 여쭤볼 수 있었다.

해찬 : 멘토님께선 어떤 좋은 습관을 갖고 계시나요?


승엽 : 떠올리려고 노력을 해서 아는 것이 진짜 내 지식입니까. 공부해보면 아시겠지만 3일 지나면 잊어버리잖아요.


해찬 : 그렇죠. 그렇죠.


승엽 : 그걸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게 과연 내 지식인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가만히 있어도 생각이 나는, 내 이름처럼요. 난 내 이름을 잊어버릴 수가 없잖아요.


어떤 이론이 내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떠올라야 그것이 진짜 내 것이다라는 생각을 해요. 오히려 기를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늘려서 제 머릿속에 체화하는 그런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습관이라고 하기엔 좀 어렵지만.


해찬 : 그러면 공부 외의 다른 것들을 하실 때에도 다 이런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체화하시는 건가요?


승엽 : 네, 업무도 그렇고. 해찬님은 어떤 좋은 습관이 있으세요?


해찬 : 저는 뭔가 멋진 분들께 궁금한 걸 바로바로 여쭤보고, 기록하고, 피드백까지 쭉쭉 해나가는, 실행력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승엽 : 저는 또 하나 습관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약속을 계속 잡아요. 삶의 지향점과도 연관이 있어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이 결국 풍요로운 삶이라고 봐요. 그래서 저는 어릴 때부터 그랬는데, 일정이 비어 있으면 습관적으로 약속을 잡아요.


항상 사람들 만나서 이렇게 그냥 얘기하고 그러다 보면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고 그래 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마침 제 업이 사람을 많이 만나야지 잘 되는 업종이거든요. 점심시간을 비워두지 않아요. 거의. 사람들을 꾸준히 만나는 습관이 사업에도 도움이 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찬 : 저번에 본인이 낸 졸업 논문 때문에 특허 출원이 거절된 사례를 말씀해주셨는데요, 이런 상황이 정말 비효율적으로 보이더라고요.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는 특허 출원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승엽 : 논문이 발표되고 1년이라는 기간이 지나면 제아무리 뛰어난 변리사라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내가 발표한 논문이 맞다면 발표한 지 1년 내에는 항상 공지예외, 그러니까 출원일 전에 세상에 알려졌더라도 심사에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예외를 인정해주니 특허를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1년 내에 발표한 나의 논문 때문에 거절된 그 비효율이 어디서 발생했냐면, 공동 저자 문제였어요. 논문을 두 명이 썼는데 특허는 한 명이 낸 거죠. 공동 저자와 충분히 논의를 하고 절차를 밟으면 그럴 일은 없어요.


조용히 특허 내려고 하다 보니 자신이 제출한 논문이 자신의 특허출원을 거절시킨 꼴이 되었죠. 몰래 혼자 특허 내거나, 혼자 사업을 하다가 그 기술이 필요해서 말을 안 하고 그냥 쓱 내거나 했을 때 생기는 문제예요. 


해찬 : 혹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보셨나요? 다음 질문은 이 드라마에 관련된 질문이에요. 거기 보면 특허 소송 관련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특허를 못 받을 걸 알면서도 시간을 끌기 위해 특허를 출원하고 일부러 소송이 걸리는 걸 노리더라고요.


이렇게 특허가 악용되는 사례도 종종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의도로 출원되는 특허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나 제도가 있을까요?


승엽 : 그건 특허의 문제가 아니라 소송의 문제기 때문에 막을 수 없어요. 시간을 끌려고 소송하는 건 반드시 통하는 전략.


해찬 : 약간 어쩔 수 없는 거군요..


승엽 : 근데 특허가 악용되는 걸 막기 위한 제도 중에 이런 게 있어요. 예를 들면 해찬님이 A를 개발했어요. 여기 그 내용이 담긴 수첩이 있었는데 화장실 간 사이에 이렇게 쓱 보니까 A가 보여서 제가 집에 가서 특허출원을 해요. 


만약 이 상황이 CCTV에 찍혔다든지, 제 지문이 남으면 제가 베꼈다는 게 입증이 되겠죠?. 그럼 해찬님은 제 특허에 대해 무권리자의 특허출원이니 거절 또는 무효화해달라고 특허청이나 특허심판원에 신청할 수 있어요. 저는 무권리자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이 특허를 해찬님이 내면 권리자지만, 제가 내면 도용한 사람이 되는 거죠. 정당권리자의 출원으로 무권리자의 출원을 거절되게 할 수 있어요. 무효가 되게도 할 수 있고. 하지만 악용될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해찬 : 인터뷰하러 오기 전에 어떤 종류의 특허들이 있나 알아봤거든요. 그런데 되게 특이한 특허가 많더라고요.


승엽 : 어떤 특허예요?


해찬 : 네이버에서 출원한 건데,  AI가 채색, 톤 조정, 펜 선 따기 등 작업을 대신해주더라고요. 이걸 보고 웹툰 작가님들이 이제 웹툰 작가의 시대는 끝났다, 이런 이야기를 하신 걸 본 적이 있어요.


승엽 : 특이한 특허라.. 깊게 얘기할 수 없는 것들이 몇 가지 떠오르는데, 리뷰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이 있어요.  인덴트 코퍼레이션이 만든 브이 리뷰라는 앱이 있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건 리뷰에 조작이 많다는 거죠. 조작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조작을 방지하는 기술들을 연구, 개발하는 것이 이 회사의 여러 목표 중 하나예요. 인덴트 코퍼레이션 챗봇 리뷰 서비스의 기본적 관점은 휴대폰 화면을 보는 사용자의 입장과 데이터만 보는 서버 컴퓨터의 입장을 구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요.


무슨 말이냐면, 서버에서는 이해찬이라는 정보가 AF#12처럼 전혀 알아볼 수 없는 난수화된 정보로 보관이 된대요. 


기존의 챗봇 기술로는 최초에 이해찬과의 채팅방을 개설하는 것만 가능하지, 이미 개설된 채팅방을 통해 이해찬에게 개인화된 서비스는 할 수가 없어요. 그걸 해결하는 기술을 그 회사가 특허 냈어요.


이를 해결하면 뭐가 좋냐, 이 사람은 이해찬인 게 분명하니까 여러 쇼핑몰에서 샀던 정보를 다 수집할 수 있고, 그러니까 리뷰를 계속 올릴 수 있게 유도할 수 있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항상 챗봇이 오잖아요. 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정보 입력을 해달라는 요청이 오고 그에 답을 해야 저에 대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거예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퍼스널 케어를 받을 수 없어요,, 이 기술로 퍼스널 케어를 하는 거예요. 그리고, 광고 차단하는 앱 써봤어요? 


해찬 : 네네 애드블록 쓰고 있어요.


승엽 : 소비자로서는 그게 좋잖아요. 애드블록이 있어야 로딩 시간도 줄고, 광고도 안 뜨고 하니까요. 근데 광고주 입장을 생각해보면 자꾸 내가 광고를 하는데 애드블록이 다 차단을 해요. 그러면 매출을 일으키고 싶은데 못하잖아요.


그래서 애드블록을 차단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스타트업이 있어요. 애드쉴드라고. 검색해보세요.


해찬 : 광고 차단을 새로운 매출로.. 좋네요!


승엽 : 구글이 광고 차단으로 인해 내는 손해가 10%라고 하면, 그것만 해도 조 단위란 말이에요. 그럼 그것만 막아줘도 바로 투자받고 엑싯하겠죠.


해찬 : 특허를 출원하고, 승인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정말 어렵다고 알고 있어요. 이제 변리사로 일하시면서 특별히 어렵게 출원에 성공하신 사례가 있으시다면 어떤 사례인지 여쭤보고 싶어요.


승엽 : 항상 어렵고요  (웃음) 디플리라는 회사인데 아기 울음소리 분석을 타이틀로 해서 창업을 했어요. 소리 분석 AI인 거죠. 그래서 이 기술로 특허를 냈는데 그래서 소리 AI 공부를 해봤어요.


통상 AI라고 하면 이미지 분석이 대부분이에요. 예를 들어 물통 이미지 수십만 장을 학습시키고, 물통이 불량품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방식의 AI죠.


이런 이미지 학습의 경우는 개별 이미지가 용량이 작아서 관리하기가 편하대요. 이 데이터를 서버로 가져가서 분석해도 되지만, 용량이 크지 않기 때문에 모바일에서도 어느 정도 분석이 가능하다는 거죠.


근데 소리는 녹음 파일 보면 아시겠지만 용량이 되게 커요. 분석하는 게 너무 어려운 거죠. 데이터 스토리지도 많이 잡아먹고.


해찬님이 여기서 말한 거랑 저기서 말한 거랑, 사무실에서 말한 거랑 같은 목소리인데 다 다르게 들려요. 또 이 마이크로 한 거랑 저 마이크로 한 거랑 목소리가 다 다르게 들려요.


그래서 소리를 분석하는 게 AI의 끝판왕이죠. 특허는 범위를 최대한 넓게 해서 받는 게 좋아요. 소리 특허라고 해서 소리에만 한정해서 출원하면 나중에 이미지 분석 기술도 만들 수 있었는데, 출원을 못하면 안 되니까 넓게 썼죠.


소리분석 AI라고 해서 소리를 AI로 분석하는 기업들에게만 특허침해를 묻겠다는 건 좀 아깝잖아요? 소리분석 AI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라도 이미지분석 AI에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특허를 받는 게 좋아요. 특허는 범위를 최대한 넓게 해서 받는 게 다는 거죠.


그때 이미지 분석까지 포괄할 수 있는 넓은 권리범위는 얻지 못했지만, 특허청 심사관한테 정중하게 소리는 다 다르다, 난이도가 보통이 아니다라고 설득을 했는데 결국 등록이 됐어요. 


해찬 : 요즘은 부동산을 토큰화해서  거래하는 시대인데요, 특허도 토큰화할 수 있는지 혹은 그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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