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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공간 Oct 01. 2023

나의 첫 사입은 눈물로 얼룩덜룩 (1)

EP. 05 몸소 체험해 본 사입... 아직도 생생하다

이제 정말 실전이다! 사입을 시작하는 건 무척 떨렸다. 비유하자면 중학교 졸업을 마친 후 고등학교 예비소집일을 가는 느낌이랄까? 설렘도 가득하면서 모르는 곳에 가는 그 낯섦에 압도되는 그 분위기...


쇼핑몰 카페에서 동대문 첫날, 사입하는 방법, 사입 용어들을 몇백 개씩 검색하고 공부하고 혼자서 연습까지 했다. 미송/장끼/언니 어디예요? (상호 묻는 것)/사입삼촌/깔/단가 등 생소한 용어들이 내 입에 달라붙게 혼잣말을 계속했던 것 같다. 동대문에 도착할 때까지도.


TIP) 신 0 마켓이라는 앱이 있는데 이것을 잘 활용하면 좋다!

(난 첫 사입 때 이용하지 않아서였던 걸까 눈물범벅..) 이 앱은 미리 동대문의 옷들을 볼 수 있고 착용샷, 가격, 거래처의 위치 등이 적혀있어 마음에 드는 옷은 미리 파악하면 체력도 아낄 수 있다.


INFJ인 나는 열심히 계획했고 각 건물들의 영업시간과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의 옷들의 건물 층 수들을 노트에 필기해서 갔다. 한 번씩 쓱 둘러보면서 찬찬히 골라보면서 사입해 보자!라는 마음. 이것은 큰 오산이었다. 


 동대문에 들어가기 10분 전이었다. 현금을 인출했고 '내 소중한 작은 돈 30만 원을 알차게 잘 쓰고 오자, 사입 성공해 보자 도현아' 외치며 발걸음을 옮겼다. 해가 지면서 엄청 많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각 건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동대문은 정말 넓다. 정~~~~~말 넓고 많다. APM/APM LUXE/디오트/뉴존/동평화... 남평화.... 등

아무래도 지방에서 올라왔는지 몰라도 나의 첫 동대문은 이미지는 도떼기시장 같았다... 어떻게 이렇게 큰 건물들 속에 한 층에 수백 개의 거래처들이 있는 것일까? 와...... 진짜 옷이 이렇게 많구나..... 옷도 바닥에 다 대봉으로 쌓여 널브러져 있고 사람들도 많고 정신 산만하다..... 그리고 직원들의 기에 압도되었다.


 처음 가보면 옷에 치이고 사람들에게 치이고 대봉에 치이면서 미로 속에서 사입할 옷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 사입할 수 없진 않은가....? 이 옷이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다른 곳들도 한 번 쓰윽 봐야겠고,,,, 노트에 괜찮은 거래처의 이름을 적어두고 다시 장소를 옮긴 후에 가보면 맘에 들었던 거래처의 위치를 아예 까먹는다... (보물찾기 하는 이 기분)


내가 처음 간 곳은 APM 건물이다. APM은 퀄리티가 높으면서 옷들이 괜찮고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들이 참 많았다. APM들은 다른 곳들보다 좀 더 깔끔해서인지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휴 도현아 이제 연습한 데로만 해보자! 


나: 언니 이거 단가 어떻게 돼요? 색깔은요? 

거래처 직원 : 00000원이고 검정 카키 흰 이렇게요~


대화는 끝이었다. 10초도 안 걸린 것 같다. 단가를 듣고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와 진짜 비싸다는 생각뿐이었다. 겉으로는 초짜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아 언니 좀 둘러보고 올게요~ 이렇게 하면서 덤덤한 척을 했다. 사입할 때 옷은 무조건 한 장을 살 수 없다. 같은 색상이면 두 장 이상/깔별로 한 장씩 해서 두 장이상을 사거나.


바로 계산에 들어갔다. 내가 손에 쥔 돈은 30만 원인데 옷 2~3개 정도 사입하면 그냥 파산하겠는걸? 그때 시간은 밤 11시였다. 나는 어쨌든 이대로 갈 순 없고 오늘 사입을 해야겠고 진짜 옷을 잘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오히려 역효과였던 것이다. 옷만 보니 착용샷도 계속 물어보고 색깔, 단가도 하나하나 다 기억해야 하고 눈에 들어온 몇십 개의 옷들을 하염없이 비교하면서 갈팡질팡했다. 3시간 동안 아무런 획득 없이 몇만보를 계속 걸으면서 지칠 대로 지쳤다. 다리도 아프고 울고 싶었고 바보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부터는 시장이 피크 시간이어서 완전히 포화상태로 정신없고 산만하다. 사람들과 옷에 부딪히고 해외 중국 바이어들께서도 라이브방송도 하시고 이 처음 온 나는 그냥 기가 다 빨렸다...


거래처 직원분들도 정말 나를 처음에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다시 와서 또 물어보고 피곤하게 했다. 

(내가 생각해도 진짜 초짜티가 많이 나고 하나도 모르는 애처럼 보였다.)


이어서 작성하겠습니다.


#동대문사입 #첫사입 #사입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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