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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생각 Jan 04. 2024

단골집

그 생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23



부산에 가면

부산해지는 이유가 있다

시끌벅적한 좌판 아래

진탕길을 오다가다 몇몇 사람이

꼼장어 굽는 소리에

찾아들 것 같은

자갈치 내 단골 포장마차


무뚝한 쥔장은 제주사람인데

손맛이 끝내주는 아줌씨는

충남 대천이 고향이란다

바다 짠내가 좋아

부산에 정착해 두 남매를 일구고

이제는 아들딸 살피듯

후덕하게 안주도 내어 놓는다


안주는  한 가지

매콤달콤하게 버무리거나

소금 간해 연탄불에 구운 꼼장어다

시원시락국은 덤이요

숙취에 최고라는 계란 프라이까지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경계를 마신다


이곳에서 몇 순배 술잔이 돌아가면

모두가 친구다

즉석에서 노래도 부르고

시도 짓고 조청보다 끈적한

음담도 날리고

무엇보다 아줌씨 털털한 웃음이

일품 양념이다


찢어진 천막 틈새로

갯벌 냄새가 비집고 들어와

그리움에 서러워 죽겠는 날은

쉬 다치기 쉬운 내  끌어안고

다친 시간 어루만져줄

군대 동기와 함께

알싸한 대선소주 한 잔 해야지


아주 먼 옛날,

선머슴처럼 쾌활했어도

수줍어하던 눈빛이 고혹해 더 예쁜

동기놈 여동생까지 불러내어

웃고 떠들고 흥얼거리다

멸치국물 엎을 때까지

밤새 마셔야지



부산에 가면, 2023, Mixed media, 300mmX30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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