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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생각 May 25. 2024

그곳에 가면

그 생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43



종로 3가역 5번 출구

나가면 낙원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80년대로 돌아간 처럼

오래전 다른 세월이 살고 있다

긴 계단을 천천히 올라가면

겨우내 자고 있던

기억의 밀실에

하나둘 불이 켜지고

그곳에 가까워질 수록

알 수 없는 설레임은 시작된다


그 사람 마주칠 수 있을까

우연히 만날 확률이

 분에 정도나 될까

밖으로 나오며

혹시 먼저 와서 무언가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들을 줍고 있을지 몰라

두리번거리는데 

결국 오늘도 지난번,

지지난번처럼 놓쳤나 보다


라일락이 피기 전

해야 할 일 못다 한

여기에서 왜 이제사 생각나는지 

깨진 보도블록 조각들과

최루 가스를 피해

좁은 골목길로 그녀는 이미

총총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스무 살 젊은 내가

급히 뒤를 쫓아간다


내 발자국 소리가

막 낙원을 벗어나고 있다




그곳에 가면, 2024, Mixed media, 300mmX45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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