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에게

by 헬렌켈러

나는 무기력을 게으름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움직이지 않는 몸을 오래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대부분

지친 신경이 먼저 있다.


너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게 아니라

너무 오래 버텼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말한다.


“의지가 문제야.”

“마음먹기에 달렸지.”


하지만 마음은 스위치가 아니다.


마음은 연료에 가깝다.

연료가 바닥났는데

가속 페달을 더 밟으라고 하면

차는 앞으로 가지 않는다.

대신 엔진이 망가진다.


무기력은 망가진 게 아니라

멈춰선 것이다.


멈춘 데에는 이유가 있다.

너는 아마

몇 번쯤 기대했다가

몇 번쯤 실망했고

몇 번쯤 설명하다가

몇 번쯤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는

기대도, 화도, 욕심도

조금씩 줄여버린 것일지 모른다.


줄이면 덜 아프니까.

하지만 줄이다 보면

살아 있는 감각도 같이 줄어든다.

나는 네가 거창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대단해지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대신 이것 하나만.

작게라도

몸을 써보는 것.


생각은 무기력을 설득하지 못한다.

몸은 통과시킨다.

햇빛을 10분 받는 것,

밖에서 10분간 산책하고 오는 것,

물을 조금 더 마시는 것.

그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회로의 문제다.


몸이 조금 움직이면

신경은 “아직 끝난 건 아니구나”라고

오해한다.

그 오해가

다시 살아보게 만든다.


무기력은 성격이 아니다.

고장도 아니다.

신호다.

“지금 방식으로는 더 못 간다”는 신호.


그러니

스스로를 탓하지 말고

방식을 조금 바꾸자.


버티는 대신

흐르게.

참는 대신

통과하게.


너는 망가진 게 아니다.

지친 것이다.

지친 사람은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회복해야 할 대상이다.


그리고 회복은

결심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작은 움직임으로 시작된다.


오늘은

딱 거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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