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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규 Dec 01. 2022

누구와도 다른 아내에 대한 시선(만족스러운)

1탄

 회사 자료 제목에 있는 공정 최적화 자료_ㅇㅎㅇ가 궁금하다. 아내의 작업 문서를 저장할 때 초성으로 표현한다. 지인들 중에서 초성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나에게 아내인데, 지인들이 보기에는 자기의 다른 표현 아닌가 싶다. 아내와 만난 처음부터 지금까지를 표현해본다. 2017년에 팀 이동 문제로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 당시 팀에서는 여유가 없었고, 항상 야근의 연속이었다. 어느 누가 충원되지도 않고, 일의 양은 점점 늘어났었다. 인원은 원하는 만큼 늘지는 않고 새로운 팀은 늘어나기만 했다. 한마디로 부족한 인원 다른 곳에 메꾸어 주면서 카드깡처럼 돌려막기 같았다. 새로 생긴 팀에 해당 파트 인원이 필요하다며 팔려갔다. 어떤 누구도 가겠다는 손을 들지 않았기 때문에 팔려갔다는 말로 사용했다. 그 팔려간 팀에서 새롭게 적응하고 있는 와중에 지금 아내를 만났다. 아내를 만난 과정도 평범하지 않았고, 이전에 한 팀 구성원들로써 친했던 계기로 현재는 다른 소속이지만  밥을 먹고 커피를 들고 항상 모이는 장소에서 만났다. 혼자 여성인데, (물론 반도체 회사라서 남성이 많은 경우가 많다.) 남자들만 있던 자리에 여장군처럼 있던 걸로 생각이 든다. 서로 소개를 하고, “우리는 보통 이전 팀에서 모여서 지금도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해.”라고 들으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였다. 이 모임은 참 신기했지만, 여러 사람들과 지내기에는 어렵지 않아 잘 지냈다. 지금 팀에서도 2개의 부서가 나눠지며, 각 부서에 한 명씩 들어오는데, 누가 어느 부서인지 맞춰 보라고 한다.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그들의 호기심 같았다. “누가 Metal 팀일지 먼저 맞춰봐라.” 거의 대다수의 손가락을 나를 가르치며 저 친구가 Metal 부서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 인원 중에서 거의 90% 가까이 나에게 손가락들이 왔었다. 아직도 궁금하지만 내 외모에 금속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지, 워낙 다양한 부서가 많으니 그러려니 하였다.





 점심 모임 말고도 단톡 방도 있고, 심지어 금요일 일이 끝난 후 스키를 같이 타러 간다. 이 모임은 뭔가 족보 따라 일정 시간에 만나는 모임 같았다. (지금은 5년이나 지났고 해서 많이 퇴색되기도 했지만.) 그 타러 가는 과정에서 서로 궁금한지, 개인적으로 놀러 가는 게 더 중요했는지 했다. 이런 생각은 내 머릿속에서 나왔다. 처음 들어간 모임에서 서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나의 호기심이었다. 스키장을 갈 당시에 어떤 음식을 잘 못 먹었는지 피부 발진이 올라왔다. 나는 병원에 들르고 늦게 갈 거라고 단톡 방에 남겼다. 내가 놀고 싶어서 가는 건지, 사람들과 이야기를 좋아해서 가는 건지, 지금의 아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싶어서 간 건지는 지금 기억에 남질 않는다. 하여튼 참가하고 싶었던 것은 맞다. 수지에서 경기도 광주로 가는 경우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가기에는 상당히 어려웠는데 그 과정을 다 이겨내고 갔으니 말이다. 엄카(어머님의 차)를 이용해서 광주로 출발하고 스키장에서 사람들과 만나서 재미있게 놀고, 아내와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방향이 같아서 근처까지 데려다주면서 많은 대화를 했다. 이야기하다 보니 고향인 잠실 옆 옆 역삼동에 살고 있으며, 고등학교도 근처에 다녔고, 이전에 있었던 장소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데려다주는 것만으로 그 많은 대화를 할 수는 없었다. 근처에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으면서 더 친해지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이 친구와 잘해볼 생각이 없었다. 연애이던 결혼이던 말이다. 그 전의 연애들이 좋은 현상보다는 오히려 비혼에 가깝게 만들었다. 내가 해준 감정에 돌아오는 감정이 적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 생각도 내 머릿속에서 나왔지만 연애에서 피해의식이 많이 쌓였던 거 같다. 난 더 이상 연애를 새롭게 할 생각이 없었고, 단순하게 맛있는 거 먹는 일방적인 약속을 잡았다. 남자들이란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렇게 행동력이 강한 사람들이 없다. 그냥 현재가 중요하고 미래를 잘 생각하는 거 같지는 않다. 매일 그런 즐거움에 직장에 잘 다녔지만, 아내에게는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나 보다. 아내에겐 연애고 나는 우유부단하게 서 있었으니 말이다. 누가 봐도 쓰레기라고 붙였던 나, 확실히 행동하지 못했던 나, 여러모로 내가 표현이 되고 있었다. 나의 이기심으로 시작된 이 만남은 무언가 틀어지고 있었다. 6개월 정도 지난 정도에 이 즐거운 만남 속에서 불안감이 찾아왔다. 아내가 “이렇게 계속 만나는 건 아니야. 마음이 확실하지 않으면 더 만나는 것은 좋다고 생각이 안 될 거 같아.” 이런 말로 내 감정에 불안을 떨게 했다. 남자가 고백하고 사귀는 경우를 뒤집어 아내가 먼저 고백함으로써 불안감으로 바뀌게 된다. 이런 과정이 편치 못했던 나는 잠시 대화를 멈췄다. 술은 1차에서 이 대화가 끝이 안 나니 2차까지 이어지고 뭐가 맞을지 고민을 했다. 술도 많이 먹어서 헤롱 거리는 상태였다. 이 만남의 미래를 보고 무게를 잰 것은 나였다. ‘어떤 것이 나를 불안하게 하지. 이 즐거움이 사귀는 걸로 가게 된다면 결혼하게 될 텐데. 결혼 준비한 게 없는데?’ 여럿 마음이 나를 조여왔다. 그 마음을 알아본 아내는 술을 마시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내가 “사실은 이렇고.. 비혼에 가깝고… 직장 생활에서의 미래도 불안해서.. 대출하면 이자가.. “ 여럿 말을 하였다. 아내는 그 말을 들으면서 놀라지도 않고, "인생이란 다 그런 거야. 현실은 원래 그렇고 그런 거야.” 라면서 “일단 하면 된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 현실이 안되면 다른 길도 있고, 하고 싶은 분야가 있으면 그걸 계속하면 되지. 난 오빠가 무엇을 하든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거 같아” 라면서 마치 남자가 여자한테 “불안해하지 말어. 오빠가 있는데 무슨 일로 걱정이야. 나만 믿고 따라와.”라는 반대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남성과 여성이 바뀐 경우가 맞은 경우로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만남을 유지하고 나중에 이야기를 들은 지인들도 동일한 이야기를 했다. 결론적으로 나에게 고백을 하고 먼저 사귐을 청한 건 계속 이기적이게 유지하려는 나보다는 아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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