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이 없어도 행복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graceful_j
IMAGAZINE INTERVIEW SERIES 8
삶은 우연의 연속이라고 한다. 우연이 쌓여 우리의 삶이 채워지고, 그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경험과 발견을 하게 된다. 이러한 삶을 한 단어로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한다.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는 때로 계획보다는 이런 세렌디피티를 기대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 우연히 접한 학원 강사의 삶을 8년째 이어오고 있는 @graceful_jh님의 세렌디피티는 어떤 것이었을까.
안녕하세요 @graceful_jh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진심으로 행복한 일을 하고 있는 우리들의수학원 부원장입니다.
최근 티비에 나오신 유명 일타 강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바쁘다고 하던데 @graceful_jh님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정말 제 시간이 없어요 (웃음). 저 같은 경우는 보통 3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수업이 있는데, 수업을 마치고 나면 새벽까지 새벽까지 교재 작업을 하다가 잠들고요. 방학 때는 아침 10시부터 시작해서 밤 10시까지 수업이 있기도 해요. 그리고 대형 학원에 잇을 때는 선생님들끼리 세미나도 있기도 했고요. 토요일도 보통 수업이 있다 보니, 주말에도 제 시간이 많은 편은 아니에요.
이 힘든 학원 강사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건지 궁금해요. 학창 시절부터 교육이나 강사에 꿈이 있으셨던 건가요?
대학 졸업하고 대학원을 준비하던 중에 우연한 기회에 친구가 본인이 일하던 학원을 그만두면서 저를 소개시켜줬었어요. 땜빵이라고 하죠 (웃음). 그렇게 땜빵 알바로 시작했던 게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대학교 때 교육 봉사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게 그나마 비슷한 경험이었어요. 그때 아이들이 너무 예쁘고, 가르치는 일이 재미있어서 4년 내내 했는데, 지금 8년째 이 일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정말 우연한 기회에 일을 시작하게 되신 건데, 학원 강사로 커리어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어떤 게 있으셨을까요?
대학 졸업하고 학원 알바를 하던 중에 대학원 합격 통보를 받았어요. 그때가 1-2월 이었는데, 3월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주말에도 10시간을 넘게 수업을 하고 집에 왔는데, 그게 힘들지 않고 참 좋더라고요. 그러면서 문뜩 내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힘들어도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가 아이들과 함께 일할 때 웃으면서 일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결정을 하게 되었어요.
지난 8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가장’이 너무 어려운데, 정말 많아요. 처음 강사일을 시작했을 때 만났던 친구들 중에 아직 연락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아직 8년차면 학원 강사 중에는 아기 수준이지만(남편분은 17년차 강사일을 하고 계신다고), 매년 한 명 한 명의 제자들이 쌓이고, 연락을 하게 되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에요. 기억에 남는 순간은 내 사원을 차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학원을 마지막 출근 할 때, 학생들이 깜짝 파티를 열어줬어요. 밤 10시에 수업 다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그때 정말 많이 울었는데 참 감사하고 소중했던 순간으로 기억에 남아요.
학원 강사라는 커리어 관점에서는 정말 보람을 느꼈거나 뿌듯했던 순간들이 있으셨나요?
성과라고 한다면 성적이 제일 중요한데, 수학을 어려워하던 친구들을 가르쳐서 좋은 성적을 받은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음악을 전공했던 친구가 진로를 바꾸게 된 시점에 학원을 찾아왔는데, 테스트 시험 때 수학 모의고사를 하나만 풀고 나머지는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랬던 친구가 결국에는 내신에서는 1등급을 받고, 수능에서는 2등급을 받아서 원하던 대학에 진학했어요. 열심히 하려는 그 친구의 태도도 정말 예뻤고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graceful_jh님은 1등급 제조기이신가요?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웃음). 근데 사실 수학 성적이 좋아지는 것도 뿌듯하지만, 수학을 어려워하던 학생들이 자신감을 얻고, 내가 그 친구들의 인생에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게는 게 더 많이 뿌듯해요. 성적이 아니라 태도와 생각을 1등급을 만들어주는 게 역할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럼 반대로, 일을 하시면서 힘들었거나, 내가 이 일을 선택한 걸 후회하는 순간은 없으셨나요?
학원 강사라는 직업이 겉에서 봤을 땐 어떨지 모르겠지만, 삶에서 정말 많은 시간과 부분들을 아이들과 보내야 하는 직업이에요. 뭔가 나를 갈아 넣어서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힘든 부분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저는 다른 직업을 생각할 만큼 후회한 순간은 없었던 것 같아요. 가끔, 아이들한테 모든 걸 쏟아붓고 퇴근 길에 오늘 내가 아무것도 안먹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조금 힘든 날인 것 같긴 하네요.
그럼 그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8년 동안이나 이 일을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떤게 있을까요?
원동력은 아이들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소중한 기억이 되어주는 친구들이 너무 많고, 진짜 아이들이랑 있으면 안 지쳐요. 결국 그것 때문에 대학원을 포기하고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이 일을 계속 하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던 거죠.
수학 강사로서 ‘수포자’라는 단어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친구들이 많은 과독들을 싫어하고 어려워하지만, 유독 수학은 아이들한테 가장 힘든 과목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수포자라는 단어가 딱 그래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수학을 배우고 공부할 때 조금이나마 덜 버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르치고 있어요.
혹시 나만의 교육 철학 같은 게 있으신가요?
tv프로 중에 ‘세나개(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가 있잖아요. 저는 학생들을 볼 때 그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 모두 서로가 다른 것뿐이지, 안 예쁜 아이는 없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수업 할 때는 한 명도 소외되지 않게끔 하는 게 목표이고, 저는 좀 엄마 같을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근데 엄마가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따뜻하고 세심하고 친절하지만 공부에 대해서 어느 부분에 대해서는 좀 엄격한 부분도 있고 조금 따끔하지만 정말 굉장히 항상 안아줄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되는게 제 교육 철학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예비 학원 강사를 꿈꾸는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사실 저는 뭔가 엄청 스타 강사가 됐다거나 아니면 대형 학원을 하고 있다거나 하는 상황은 아니에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는 지금 제 삶이 정말 너무 행복하거든요. 학원 강사라는 직업에 대해 각자한테 매력 포인트가 다르겠죠. 저 같은 경우는 아이들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부나 명예 등 다양한 포인트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온전히 행복하고, 또 행복한 공간에서 행복한 아이들을 만나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강사가 되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웃고 있을까? 나는 행복한 삶을 그리고 행복한 일을 하고 있는걸까? 이 질문들 앞에서는 괜히 숙연해진다. @graceful_jh님의 삶처럼 우연한 기회가 열어준 새로운 삶은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한 곳이 아닌, 미소와 행복이 가득한 곳이었다. 우리의 삶 속의 소소한 경험들, 스쳐지나간 인연들, 작은 일들은 모두 우리가 발견해주길 기다리는 세렌디피티이다. 힘들어도 웃을 수 있는 삶, 지쳐도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기위해 내 삶에 세렌디피티를 찾아가는 과정이 우리의 삶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