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doc] "척"했던 삶

"척척"박사이고 싶은 나에게, 그리고 그런 모두에게

by 다정한과학자
출처: 넷플릭스

요새 흑백요리사 시즌2에서 가장 내 최애 인물 중 한명은 최강록이었다. 마셰코 우승자인 그는 닮고 싶은 감칠맛의 레이어를 가장 잘 표현했던 셰프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조림의 대마왕이라는 캐릭터가 한편으로는 원툴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얼마나 맛있으면 조림을 꺼낼때 마다 대결에서 이기는지 항상 궁금했었다. 그리고 그의 침착하면서 저는 말투, 하지만 그 속에서 본인만의 유머가 참 매력적으로 느껴젔었다. 개인적으로는 강레오 셰프와의 케미가 너무나 좋았던 나머지 한동안 둘의 케미 영상을 줄곧 찾아보기도 하였다. 그렇게 요리를 좋아해서 한창 찾아보던 시기의 나의 기억 속 최강록은 멋있는, 볼수록 매력있는, 본업 잘하는 요리사였다.


그런 그가 시즌 2, 결승전에서 본인에게 주는 음식만큼은 남들이 생각하는 본인이 가장 잘하는 요리를 하지 않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서 요리했다. 그러면서 조림의 대명사로 불렸던 지난 세월을 위해 척을 했던 그는 척하기 위해서 살아왔던 인생을 위로하고자 이런 음식을 했다고 얘기했다. 최강록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과연 척을 하는 인생을 살아왔는가?" 라는 메세지를 나한테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척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닝-크루거 효과

더닝-크루거 효과는 연구개발직으로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위 1-2년차때는 우매함의 봉우리에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가 아는건 정말 새발의 피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절망의 계곡으로 빠지곤 했다. 하지만 사람이 참 간사한게 졸업을 하고 나니, 내가 엄청난 사람이 된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불과 postdoc을 오기 전에도 나는 아는 척, 이해한 척, 하는 척을 하며 나라는 사람을 알리기 위해 급급하고 마음 졸이며 일을 했던 것 같다. 실력이 부족한 체...


그렇다. 나는 척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 내가 postdoc을 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내가 모르는 것을 다시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모습은 나의 계획과 지식 안에서 판단을 거침없이 해나갔었는데, 새로운 분야와 새로운 그룹에 오니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postdoc을 학위때 하던 연구와 살짝 다르게 하는 것은 나의 연구 스펙트럼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지만, 내가 모르는 것을 다시 마주하는, 그러면서 내가 당황해하는 모습들이 정말 보기 싫었다. 내 기억 속의 나는 항상 완벽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과거의 나를 지키고자 척을 해왔다. 알고 있는 척, 이해하는 척, 하는 척, 척이라는 말과 행동을 하면서 나를 현실로부터 떨어뜨리고자 많은 노력을 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뭐하고 있는거지? 애초에 postdoc을 갈 때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지원을 했던 것 아니였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과거의 나와 다시 대화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차피 척 해봤자 얻는건 자괴감 뿐이다. 내가 모르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제는 척하지 말자" 라는 생각을 최근에 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저 진정 내 것이 아니였던 것을 나도 잘 알기에, 척을 해왔던 시간들을 내 것으로 만드려고 시간을 축적해오고 있고, 꾸준하게 하는 것이 내가 제일 잘하는 것임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나의 “척”인 시간들을 축적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그런 "척"이 아니라, 잘 알지만 자연스럽게 겸손한 "척척"박사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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