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위클래스에서 4년, 현재는 위센터에서 고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 모든 사례는 각색하고 재구성하였음을 분명하게 밝힙니다.
철영이는 친구들에게 5천 원, 만원, 이만 원 등의 돈을 반복해서 빌리고 갚지 않으며 나중에는 5백만 원이라는 큰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온라인으로 자전거를 판다고 올려놓고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아 사기죄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수업 시간에 토토를 하다가 교과 선생님의 지도에 반항하고 욕을 하여 교권 침해 사안으로 징계를 받게 되었습니다. 철영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고등학교 들어오기 전까지는 고만고만한 학생이었습니다. 공부를 잘하지는 못해도 담배 몇 번 피우다가 걸린 거 말고는 무난하게 중학교를 졸업하고 집에서도 듬직한 첫째 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반 친구 동민이가 어느 날 게임을 해서 100만 원을 땄다며 자랑을 하는 겁니다. 10만 원도 큰돈인데 백만 원이라니. 몇몇 친구들이 동민이가 사주는 마라탕을 먹으면서 어떻게 하면 돈을 딸 수 있는지 가르침을 전수받습니다. 방법은 그냥 사다리 게임, 홀짝, 달팽이 게임, 스포츠 토토 같은 매우 쉬운 게임이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돈을 따게 되는 재미와 즐거움은 다량의 도파민을 분비하여 대박의 꿈을 갖게 합니다. 도박하기 위해 돈을 빌리거나 거짓말을 하고 학업을 소홀히 하게 되면서 늘어나는 짜증과 조바심으로 성격이 변하게 됩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입니다.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려고 중고 마켓에 물건을 팔거나 범죄에 가담하기도 하고, 이후에는 단도박 하려고 하지만 그 충동을 억제하기는 정말이지 너무나 어렵습니다. 이 정도 되면 빚은 거액으로 불어나 집에서도 알게 되고, 부모님은 내 아이가 이럴 줄 몰랐다고 푸념하지만 할 수 없이 갚아주며 아이를 감시하고 통제해 보아도 악화된 관계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 해에 도박중독으로 만나게 되는 아이들이 몇 명씩 꼭 있습니다. 사고를 친 금액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이 됩니다. 만약 한 반에 도박하는 한 명이 발견된다면 그 반과 학교에는 전수조사가 꼭 필요합니다. 또래 관계가 매우 중요한 이들에게 도박중독 바이러스가 널리 퍼져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최근 들어 청소년 도박, 마약 범죄가 증가 추세에 있다는 사실은 다들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상반기에 한국도박 문제 예방치유원에서 주관하는 청소년 도박 문제 상담 인력 강사과정 온라인 연수에서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부연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도박이란, 결과가 불확실한 사건에 돈이나 가치 있는 것을 거는 모든 행위를 말합니다. 인간의 사행심을 이용하여 이익을 추구하거나 관련된 물적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방법을 사행산업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경마, 복권, 카지노, 경륜, 경정, 토토, 청도소싸움 7가지가 있습니다.
이외 모든 도박은 불법이고, 앞 7가지를 포함해서 청소년이 하는 것은 모두 불법입니다. 대한민국 형법 제246조(도박, 상습도박)에 의하면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다만, 일시 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 상습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도박을 한 청소년들이 나중에 성인이 되었다면 소년법 적용을 받지 않아 이후라도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로 인터넷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핸드폰(아이들의 분신과 같지요)으로 더 쉽게 온라인 게임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게임의 도박화, 도박의 게임화 현상이 아이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전달하면서 자신들은 단지 게임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며 도박의 심각성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온라인의 유해 웹툰 사이트, 불법성인물 사이트, 무분별한 광고 등에는 사이버 도박 배너 광고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는 ‘뽑기’ 형식의 확률형 아이템 게임의 대표주자로 달팽이 레이싱,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임, 온라인 축구게임 등이 있습니다. 리니지 게임은 현금 3만 원 정도의 캡슐형 아이템을 뽑아서 전설 아이템이 나오면 금액이 수천만 원을 호가합니다. 사행성 모사 게임(슬롯머신을 돌려 건물건설, 행운 칸에 다다르면 사다리 게임 획득 등), 팀으로 구성하여 분대 단위 전투를 극대화하는 게임 등 저는 잘 알지 못하지만, 종류도 어마무시하게 많더군요. 이들 확률형 게임의 뽑기 확률을 보면, 리니지 M의 전설제작 비법서는 대략 0.0004%, 메이플스토리의 골드 애플 스칼릿 링은 0.0008%라고 합니다. (참고로, 사행산업 중에 로또 2등의 적중확률은 0.0001%, 카지노 슬롯머신 잭팟의 적중확률은 0.0003%라고 합니다) 그러면 만 번을 해서 1번 뽑히기도 어려운 이 게임(어차피 조작으로 딸 수 없는 시스템)에 아이들이 온종일 시간과 체력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거지요.
넘쳐나는 ‘숏폼 문화’에서 청소년들은 짧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합니다. 단 몇십 초, 몇 분만의 강렬한 자극을 즐깁니다. 즉, 짧고, 빠르고, 간편하지 않으면 아예 귀를 열고 들으려고 하지 않는 거지요. 도박은 짧고, 빠르고, 간편하니 그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 줍니다. 도박으로 인해 가정과 또래 관계의 갈등,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소년범죄와 학업 중단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도박 행위자에서 운영자로 총책을 맡거나 온라인상에서 부모의 신분증을 제출해 대출도 받습니다. 슬롯머신이나 바카라(카드를 두세 장씩 나눠 받은 뒤, 카드의 숫자를 더해 끝자리 숫자가 9에 가까운 쪽이 이기는 게임) 등 어른들이 하는 도박으로 범위가 확대되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성매매를 알선하고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사회경제적인 손실도 만만찮아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도박중독으로 진료받은 19세 이하 청소년 수를 2013년 14명에서 2022년 114명으로 8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고, 이로 인한 요양 급여 비용 역시 680만 원에서 1억 3,500만 원 수준으로 2013년 대비 2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매일 휴대전화 보던 아들에 이런 일이” 충격…‘부모론’ 작업까지 했다니 [저격] - 매일경제 (mk.co.kr)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들이 어떤 게임을 하는지 관심 있게 보아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물건을 팔았다거나 잃어버렸다고 하거나, 고가의 물건을 친구가 줬다고 한다든지, 휴대전화 사용요금이 갑자기 많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교실에서도, 친구가 돈 벌 수 있는 쉬운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과시하거나, 아이들이 우 몰려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면 추가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자녀의 통장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예방하는 방법입니다.
만약 도박으로 빚을 지게 되었다면 부모님이 대신 갚지 않고 당사자가 직접 책임을 지도록 충분히 상의하며 도박 빚을 어떻게 상환할 건지 함께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닥칠 수 있는 도박 유혹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기관과 연계하여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중독에서 헤어 나오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 금이 가고 아이의 몸과 마음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홈페이지에서 도박 문제를 자가 점검해 볼 수도 있고 여러 자료로 도움받을 수 있습니다.
사실, 저도 핸드폰 중독인지 모릅니다. 틈만 나면 핸드폰을 찾지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모두가 핸드폰을 보고 있는 장면은 이미 익숙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신호등 있는 건널목을 건널 때도 핸드폰을 보면서 이동하지요. 또 식사할 때나 잠을 자려고 누워서도 영상 하나 보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넘어갑니다. 나름 공부하고, 상담한다는 저조차 중독에서 완전무결한 0이라고 주장할 수 없고, 미디어 중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러한 독소(디지털 바이러스: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 포함)가 있는 콘텐츠를 마음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장시간 이용하게 되면 중독 문제가 발생한다고 배웠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 관계로 힘든 아이가 있습니다. 마음이 우울해져 자극적인 인터넷게임을 함으로써 그 심란한 마음을 다스린다고 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우울과 불안을 마음을 다른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소소한 긍정 정서로 채워지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일명 시선 돌리기라고 합니다). 대단한 경험으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일상에서의 작은 기쁨과 웃음, 즐거운 시간이 쌓여 내면이 따뜻한 공기로 채워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실치료의 창시자 윌리엄 글라써(William Glasser)는 사람의 모든 행동에는 목적이 있으며 인간은 기본 욕구와 바람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합니다. 바로 생존(안전), 사랑과 소속감, 힘과 성취, 자유, 즐거움의 욕구를 말합니다.
이제 위 욕구들을 토대로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만일 내가 머물러 있는 공간이 갈등과 폭력이 난무하는 곳이라면?
내가 있는 곳에서 아무도 내게 관심을 주지 않고, 없는 사람 취급한다면?
내가 시도한 모든 것이 저평가되고 시도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내 뜻과는 무관하게 주어지는 대로 움직이고 행동해야 한다면?
일상에서 평안하고 즐거운 일이 하나도 없다면?
과연 나는 멀쩡할 수 있을까요?
누구나 불안하고 긴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안전한 장소와 대상을 원합니다.
누구나 내가 속해 있는 관계, 집단 속에서 관심받고 친밀해지기를 원합니다.
누구나 나의 능력과 잠재력, 내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누구나 내 뜻대로 내 두 발로 움직이고, 내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즐거운 것을 원하고 흥미를 느끼는 것에 주의를 두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불안하고 긴장하는지, 아이들의 필요와 욕구에 관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서로 따뜻하고 신뢰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피드백을 줄 때 ‘모’ 아니면 ‘도’의 관점이 아니라 그 스펙트럼 사이에 있는 여러 시도를 공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나의 불안으로 아이의 행동을 가로막지 않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경험의 전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과 몸이 어떻게 감각되는지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그렇게 될 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훈련이 되고, 스스로 마음챙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조차도 매일매일 바쁜 하루를 보내면서 쉼과 휴식을 원합니다. 어쩌다 쉴 틈이 생기면 내 한 몸 눕고 싶고, 조용한 곳에서 평온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키울 때도 빨리 커서 내 손이 필요 없을 때가 오면 좋겠다고 바랬습니다. 저를 돌아보면 아이들이 어릴 때 과연 본을 보이는 삶을 살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일하고, 상담 공부한답시고 쫓아다니고 집에 오면 또 밀린 집안일하고 잠도 자야 하니 아이들과 무슨 대화를 진중하니 나눌 수 있었겠습니까. 아이들이 자신이 접하는 인터넷 세상에서의 가치관과 속도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겠지요. SNS에 보여주기 삶을 시전 하면서 그런대로 잘 살았노라고 읊조릴 수도 있겠으나.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자신의 삶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보입니다. 청소년들은 우리보다 어리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살벌하고 두려운 존재이지만(?), 어떤 태도로 아이들에게 다가가야 할지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