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쿠키 #아티스트 ③ 아모아코 보아포
요즘 미술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는 아모아코 보아포. 가나 출신이자 '아프리칸 디아스포라(African Diaspora)’를 기반으로 아프리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예술가다. 그런데, 디아스포라(Diaspora)가 대체 무슨 뜻일까? 또, 예술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디서 들어보긴 했는데, 익숙하지 않은 디아스포라. 보아포의 그림과 함께 그 의미를 읽어본다.
디아스포라(Diaspora)
= 디아(Dia, ~너머) + 스페로(Spero, 씨를 뿌리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너머'를 뜻하는 '디아(Dia)'와 '씨를 뿌리다'를 뜻하는 '스페로(Spero)'의 합성어로, 이산 또는 파종을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됐다. 즉,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 또는 ‘이주’ 그 자체를 의미한다. 유대인, 아일랜드인, 그리스인 등 세계사 속에서는 많은 ‘디아스포라’가 있었다.
그중 ‘아프리칸 디아스포라(African Diaspora)’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자발적 동기에 의해 이주한 다른 민족과는 다르게, ‘비자발적 이주’라는 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16-19세기 사이, 서구 사회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노동력 확보를 위한 무차별 학살과 강제 이주를 진행했다. 수천만 명의 아프리칸이 강제적으로 세계 곳곳에 뿔뿔이 흩어진 것. 빼앗긴 문화와 오랜 세월 동안 이어진 차별을 겪은 '아프리칸 디아스포라 예술'은 '정체성'을 가장 큰 화두로 삼게 된다.
제이콥 로렌스는 20세기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아프리칸 디아스포라 작가로 꼽힌다. 아프리카계 어메리칸으로서 19세기 후반에 있었던 인종적 차별과 그 정체성을 대변하는 작품을 남겼다.
아프리카인으로써 겪은 폭력의 역사를 비판하면서도 새로 정착한 문화권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전통과는 또다른 예술을 창조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보아포는 가나 아크라 출신이지만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미술을 공부했기에 오스트리아를 기반으로 활동한다. 가나와 유럽, 양쪽 문화에서 모두 영향을 받았다. 아프리칸으로써의 정체성이 작품에 여과없이 드러나면서도 에곤 실레, 클림트 등 오스트리아 예술가의 영향도 살짝 엿볼 수 있는 이유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박물관(MoAD)’은 역사, 사회, 예술 등 아프리칸 디아스포라의 총체적인 문화를 다루는 박물관이다. 보아포가 표현하는 디아스포라는 이곳에서 열린 개인전을 통해 더 잘 드러난다. 전시 주제마저도 ‘흑인의 영혼’을 뜻하는 ‘Soul of Black Folks’이다.
화려한 색채가 담긴 배경과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지는 옷. 물결치는 듯 묘사된 신체는 대비되며 우아한 조화를 이룬다. 당당함과 자신감에서 비롯된 묘한 긴장감도 보여준다. 이렇듯 묘사된 개개인이 여럿 모여 ‘다양한 삶’이라는 하나의 큰 주제를 만든다. ‘흑인 주체의 삶’, ‘흑인의 시선과 기쁨’을 표현한 작품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데, 보아포는 아프리칸 디아스포라를 기반으로 그린 초상화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작업의 주된 목적은 흑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표현하고 기록하며 예찬하고 보여주는 것
- 아모아코 보아포
아프리칸 디아스포라. 아픈 역사를 지녔지만, 예술을 통해 끊임없이 되새기고 재해석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체성을 찾고 각지에 흩어진 민족을 통합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기존에 있었던 흑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부수고, 역사적 문제를 비판하며, 현재의 다채로운 삶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 표지 : 아모아코 보아포, 'Monstera Leaf Sleeves'(2021), ⓒRobert Projects
아트씬에서 가볍게 훑고 가면 좋을 흥미로운 소식들. 손을 넣어 무엇을 집어도 달콤한 버터 쿠키 박스처럼 만든 그 모음집을 공개한다. 구성은 크게 두가지로 ①지난 미술시장 ②개별 아티스트에 관한 이야기다.
글 원윤지
※ 아트테크 플랫폼 T사 앱 매거진과 블로그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게재본과 일부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