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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윤지 Jun 20. 2023

왜 따라 해요?

아트 쿠키 #아티스트 ④ 데이비드 호크니 

어디서 본 것 같은, 

그래서 더 재밌는 오마주 이야기


'러빙 빈센트'(2017) 메인 포스터, ⓒ 네이버 영화

2017년에 개봉한 영화 '러빙 빈센트'는 고흐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다. 러닝 타임 내내 온통 고흐의 강렬한 화풍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가 고흐 작품에 대한 '오마주' 그 자체인 셈! 예술에서 오마주(homage)는 영감을 받은 작품 혹은 아티스트의 핵심 요소를 인용하는 걸 말한다. 프랑스어로 '존경'을 의미하는 만큼 모방을 통해 원작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는 데 목적이 있다. 원작과 함께 보는 재미가 있는 오마주! 작품 3점과 함께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그린
빈센트 반 고흐의 '고갱의 의자'


여름, 하면 꼭 생각나는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수영장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1937-)'다. 현대 미술에서 전설과도 같은 호크니도 누군가를 여러 번 오마주한 적이 있다는 사실. 호크니에게 '현대 예술가'이자 오래도록 영감을 주었던 아티스트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다. 그가 오마주했던 작품 중 돋보이는 건 '고갱의 의자'가 아닐까 싶다. 호크니가 오마주한 반 고흐가 그린 고갱의 의자라니! 

빈센트 반 고흐, 'Gauguin's Chair'(1888), ⓒVan Gogh Museum

후기 인상파이자 타히티의 화가로 유명한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은 고흐와 친밀하고도 지독한 관계였다. 1888년은 고갱이 프랑스 남부 도시 '아를'에 있는 고흐의 노란색 집에 도착한 해다. 고흐는 고갱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고갱의 의자를 그린다. 비스듬한 각도에서 본 의자, 초록빛 쿠션과 벽, 흩어진 두 권의 책 등을 비롯해 촛불이 켜진 은은한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호크니가 재해석한, 고흐가 그린 '고갱의 의자', David Hockney, 'Gauguin's Chair'(1988), ⓒSotheby's

그리고 약 1세기가 지난 후, 호크니는 고흐가 그린 '고갱의 의자'를 재해석한다. 색다른 구도와 햇빛이 관통한 듯한 쨍한 색감과 함께. 뒤틀린 원근법과 과감한 보색은 고흐를 연상시키면서도 아주 다른 매력을 뽐낸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자기 자신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왜 그렇게 반 고흐를 좋아하는지에 관해, '붓놀림의 결이 모두 투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적도 있다. 



조지 콘도가 그린

피카소의 인물 흉상


1) 조지 콘도가 그린 초상화. 파블로 피카소의 신고전주의 화풍을 떠올리게 한다, George Condo, 'Portrait of a Woman'(2002), ⓒ Fad Magazine


2) 파블로 피카소가 그린 인물. 제목 속 Bust는 인물의 가슴 위까지만 있는 흉상을 의미하며, Dinard는 프랑스 서부 해변을 끼고 있는 도시다, Pablo Picasso, 'Bust of a Woman, Arms Raised, Dinard, Summer'(1992). ⓒ Focus On Picasso


1980년대부터 꾸준히 작업을 해왔던 조지 콘도(George Condo, 1957-). 한 점에 80억 원을 호가하는 지금의 작품이 있기까지. 그는 칸트부터 모네까지 다양한 분야의 거장들을 깊게 탐구했다. 그러나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는 단연 입체파의 대가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1973)'다. 콘도가 가진 '제2의 피카소'라는 별명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2014년 7월, 런던 스카스트 갤러리(Skarstedt Gallery)에서 '오마주'를 주제로 한 'In Homage' 전시가 개최됐다. 콘도는 '여인의 초상화'를 주제로 해당 전시에 참여했는데, 피카소의 신고전주의 화풍을 떠올리게 했다. 신고전주의는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양식으로, 명확한 양감과 매끄러운 표면 묘사가 대표적인 특징이다. 콘도는 이렇듯 피카소 화풍에 대한 오마주 위에 자신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딱딱한 건축적인 요소를 더한다. 인물의 좌우 얼굴 중 어떤 얼굴이 실재하는 것인지 그 호기심을 자극한다. 



조나스 우드가 그린

제프 쿤스의 박제된 농구공


조나스 우드는 '물에 떠 있는'을 의미하는 'Floating'을 작품 제목으로 지어 제프 쿤스를 오마주했음을 암시한다 / Jonas Wood, 'Floating Orange Ball Paintings Zoom'(2014), ⓒ Artnet


조나스 우드(Jonas Wood, 1977-)는 최근 루이비통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할 만큼 인기를 누리는 아티스트다. 강렬하고 밝은 색채가 인상적인 앙리 마티스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2014년, 그는 거대한 풍선 강아지로 유명한 키치의 왕, 제프 쿤스(Jeff Koons, 1955-)의 작품을 오마주했다. 


우드는 그림에 농구공, 도자기, 화분 등 우리 주변에 있는 흔한 오브제를 자주 활용한다. 그중 스팔딩(Spalding) 농구공을 그린 작품은, 광택이 없는 깔끔한 채색 방식을 택해, 농구공이 공중에 뜬 채로 '멈춘' 구도를 강조한다. 제프 쿤스의 '공 하나의 완전한 평형(One Ball Total Equilibrium)'(1985)이 떠오르는데, 작품 제목으로 '물에 떠 있는'이라는 의미의 'Floating'이 포함돼 제프 쿤스 작품에 대한 오마주라는 것을 암시한다. 

정확히 수조 정 가운데에 스팔딩 농구공을 띄웠다, Jeff Koons, 'One ball Total Equilibrium Tank(Spalding Dr. J 241 Series)'(1985), ⓒ Jeff Koons


스팔딩은 공식 규격으로 인정된 농구공을 최초로 생산했던 회사다. 이 스팔딩의 농구공은 제프 쿤스의 '평형(Equilibrium)' 시리즈에 등장한 후부터, 현대 미술에서 상징적인 요소 중 하나가 된다. 


흔한 농구공을 유리 벽 사이에 전시하니 왠지 소중히 다뤄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제프 쿤스는 '스팔딩 농구공'을 물 채운 수조에 띄워 정확히 절반만 잠기도록 했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먼의 도움을 받아 작업한 결과물이다. 제프 쿤스는 이 작품으로 빈곤한 미국인들 중 '극소수'의 스포츠 스타만이 각광받는 현실을 보여준다. 당시 미국 내 수많은 광고는 '당신도 스포츠 스타가 되어 부를 쥘 수 있다'라며 젊은이들을 현혹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다. 일상적인 사물임에도 일상과 분리하여 완전히 재해석한 작품으로, 현대 미술계에 충격을 주었다.


아티스트는 리스펙도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티스트답다. 


* 표지 : 영화 '러빙 빈센트'(2017) 중 장면 일부 




아트씬에서 가볍게 훑고 가면 좋을 흥미로운 소식들. 손을 넣어 무엇을 집어도 달콤한 버터 쿠키 박스처럼 만든 그 모음집을 공개한다. 구성은 크게 두가지로 ①지난 미술시장 ②아티스트에 관한 이야기다. 



 원윤지



※ 아트테크 플랫폼 T사 앱 매거진과 블로그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게재본과 일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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