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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윤지 Jun 20. 2023

역사가 될 경매에 등장한 '마릴린 먼로' 시리즈?

아트 쿠키 #미술시장 ⑦ 매클로 컬렉션

작업 중인 '마릴린 먼로' 들고 있는 앤디 워홀. ©WILLIAM JOHN KENNEDY, ANDY WARHOL HOLDING MARILYN ACETATE III, CIRCA 1964.


1960년대 미국 팝아트를 주름잡던 예술가이자 사업가,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 워홀은 실험적인 기법과 상업 광고 이미지를 바탕으로 일상 이미지와 아주 가까운 작품을 제작했다. 평범했던 대중 소비사회를 예술 영역으로 격상시켰을 만큼 당대를 움직이는 강력한 이미지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남긴 작품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2021년 11월, 뉴욕 소더비의 '매클로 컬렉션' 경매에서 공개된 시리즈, Andy Warhol, 'Nine Marilyns'(1962), ©Artnews

최근 2021년 11월 15일, 미국 뉴욕에서 소더비를 통해 그야말로 역사가 될 ‘매클로 컬렉션’ 경매가 열렸다. 바로 이곳에서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시리즈 중 ‘Nine Marilyns’(1962)가 4,737만 달러(약 550억 원)에 낙찰됐다.



작품이 된 마릴린 먼로


① 영화 '나이아가라'(1953) 포스터, ©Nostalgiavintageposters

② '나이아가라'(1953) 홍보 사진, 마릴린 먼로, ©Gene Korman


워홀은 1962년 마릴린 먼로의 사망 소식을 접한다. 당시는 먼로의 인간적인 면과 ‘배우’라는 커리어는 사라지고, 죽음을 둘러싼 온갖 자극적인 이야기들만 소비되었던 시기다. 워홀은 이러한 현상을 작품으로 풍자한다. 먼로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나이아가라’(1953)의 홍보 사진을 기반으로, 실크스크린 시리즈를 작업했다.


1962년 8월부터 그해말까지, 워홀은 총 20점의 마릴린 먼로 시리즈를 제작했다. 20점 중 한 화면에 9개 이상의 이미지가 연속 반복되는 작품은 단 6점 뿐이라고 한다.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된 작품도 이 6점 중 하나다. 



그런데 잠깐, 

‘매클로 컬렉션’이 왜 역사에 남을 만 하냐고?


2021년 11월 15일 미국 뉴욕에서 소더비를 통해 진행되었던 '매클로 컬렉션(The Macklowe Collection)' 현장. ©Yuki Iwamara, AFP

미국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재벌인 해리 매클로 부부가 60여 년 간 함께했던 결혼 생활을 접고, 이혼하는 과정에서 공개된 컬렉션인 데다가 그 가치도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법원이 ‘부부가 소유한 미술품 65점을 매각한 뒤 수익금을 나눠 가지라’고 판결한 데 따른 경매였던 것. 컬렉션을 두고 싸웠던 지난 4년에 대한 결론이었다.


미술품은 부부가 매입했던 시점보다 가치가 상승해, 돈처럼 금액으로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미술품 가격에 대한 부부 양측의 주장이 달랐다. 컬렉션 구성에 누가 더 많이 기여했는지도 분쟁의 이유가 되었다. 결국 법원이 '이제 좀 그만 싸우고,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경매 회사를 통해 분할하라'고 판결을 내려 준 것이다.

©AFP

두 사람의 놀라운 안목 덕에 컬렉션 예상 가치도 상당히 높았다. 그래서 세계 주요 경매 3사인  '소더비, 필립스, 크리스티'가 매클로 컬렉션의 경매 권한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결국 행운은 소더비에게로!

매클로 컬렉션 경매에 공개된 마크 로스코의 'No.7'(1951), ©Mary Altaffer, AP Photo

이날 경매에서는 앤디 워홀 뿐만 아니라 피카소, 마크 로스코, 잭슨 폴록, 자코메티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걸작 35점이 공개되었다. 총 낙찰가는 약 8,000억 원에 달한다. 더 놀라운 것은 컬렉션 일부만 공개되었기에 추가로 진행할 경매까지 생각한다면, '매클로 컬렉션'의 총 낙찰 예상가는 1조 원을 거뜬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소더비 CEO인 찰스 스튜어트는 이 컬렉션을 두고 "지난 80년간 서구 미술의 최고 업적을 모아 놓았다"며 미술시장의 결정적 순간이 될 것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 표지 : 2021년 매클로 컬렉션 경매 현장, ⓒSotheby's


아트씬에서 가볍게 훑고 가면 좋을 흥미로운 소식들. 손을 넣어 무엇을 집어도 달콤한 버터 쿠키 박스처럼 만든 그 모음집을 공개한다. 구성은 크게 두가지로 ①지난 미술시장 ②아티스트에 관한 이야기다. 



 원윤지



※ 아트테크 플랫폼 T사 앱 매거진과 블로그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게재본과 일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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