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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셈 Mar 08. 2024

무관용의 시대를 살며

한 단계 뛰어넘기 위해 웅크렸기를 기대하며

최근 서이초 사건을 보면서 더 확신이 들었다.


'우리는 무관용의 시대를 살고 있구나'


어느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무관용'이 만들어낸 현상일 뿐이다. 한 학급에 20명 남짓한 아이들을 교육하는 선생님에게는 어떠한 잘못도 허용되지 않음이 결국 대다수의 아이들의 학습권을 훼손하고 있다. '금쪽이'가 되었든 '은쪽이'가 되었든, 아무리 난리를 치고 수업을 방해하여도 누구 하나 지적하거나 아이를 제지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제지'로 인해 수업을 할 수 있게 되겠지만, 그로 인해 그 아이가 혹은 그 아이의 부모가 마음이라도 상하는 날에는 각종 민원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선생님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옆에서 공부하는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혹여나 조용하라든지 아니면 좀 더 나아가 물리적으로 잡는다거나 하는 날에는 '학교폭력'이라는 이름으로 신고를 당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그 아이가 수업을 방해하는 일에 '제지'를 할 수 없다. 이를 아는 아이는 더욱 기고만장해져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어떤 선택이든 간에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어야 한다. 만약 잃지 않아도 되는 선택이 있다면 이는 이미 선택이 아니라 당위라 할 것이다. 누구나 하고 있는, 혹은 해야만 하는 그 당위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택이 되었다는 것은 이미 하나를 가지면 하나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컴퓨터 게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즐거움'을 가지게 되겠지만, '공부' 또는 '칭찬'의 시간은 잃게 될 것이다. 어떤 것이 더 유익하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는 조금 다르겠지만 여하튼 하나를 얻는다면 하나를 잃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법이나 제도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사회는 점점 '법'으로 다스리는 부분이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다 보니 법이 최소한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을 다루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도저히 지킬 수 없는 법들도 점점 많아지고, 이로 인해 지키지 않는 일상이 다반사가 되게 된다. 그래서 요즘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법대로 하자'는 것이다. 국회의원도 저명한 인사도 보통 사람도 법은 안 어겼으니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우리는 법 테두리 안 해서 무관용 해지고 있다. 법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보니, 법 테두리를 벗어나기만 하면 무슨 큰 잘못인 양 조금의 관용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살다 보면 우리는 누구나 실수와 잘못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20여 명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어떠한 짜증도 어떠한 불평도 하지 안 되는 것일까? 그럴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심지어 금쪽이의 부모님조차도 자신의 아이가 항상 감당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은 알지만, 제삼자인 선생님에게는 그 사실을 강요하고 조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학교 다닐 때, 법 위에 도덕과 윤리를 배웠다. 우리는 최소한의 법이 아닌 그 너머의 도덕과 윤리를 향해서 가야 한다. 예전에 우리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칭찬을 하곤 했다. 그 이야기는 도덕과 윤리 안에서 사는 사람이라 굳이 법이라는 최소한을 만들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심각한 불안함과 불평이 많아진 탓은 '엄격함'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탓일 수도 있다. 법이 점점 촘촘해지고 어떠한 잘못에도 처벌을 해야 한다고 하는 그 생각들이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장발장에서 주교는 장발장의 도둑질을 너그러이 용서한다. 물론 도둑질은 잘못된 것이지만, 주교의 마음은 그 잘못을 용서함으로 새로운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법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아닌 법 위에 가치를 추구한다면, 더 촘촘하지만 사회는 더 아름답게 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이 변곡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도약을 위해 현재는 웅크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사회는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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