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복시로 인해 초점이 잘 맞지 않아도 바닥에 떨어진 티끌하나, 머리카락 한올도 기가막히게 발견했다.
"저~~어기, 머리카락 떨어져 있다. 좀 주워라."
"엄마는 잘 안 보인다면서 어떻게 이 작은 건 기똥차게 잘 봐? 신기하단 말이야."
"몰라, 보이는 걸 어떡해."
엄마도 멋쩍게 웃었었다.
분명히 머리가 잘 안빠지는 항암약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2차 항암후부터 머리카락이 숭숭 빠지기 시작했다.
수시로 여기저기 빠지자 일일이 머리카락을 주을 수 없던 엄마는 결국 삭발을 하기로 결심했다.
엄마는 동생이랑 집 앞에 있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카락을 밀었다.
그리고 주말, 난 민머리가 된 엄마를 마주했다.
실감이 났다. 엄마가 암환자라는 사실이.
머리는 빠지지 않아서 엄마가 그래도 아직은 엄마다운 모습으로 투병하기를 바랐는데 엄마는 완전한 환자가 되었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엄마의 두상을 보고 있자니 다른 사람을 보는 듯 낯설었다.
처음 엄마 모습을 보고 쭈뼛쭈뼛했다.
괜찮냐고 물어봐야 하나. 모른척 해야 하나. 아니면 우스갯소리로 잘 어울린다고 할까.
엄마가 먼저 말을 꺼낸다.
"어휴, 머리카락이 감당이 안되서 말이지. 돌돌이로도 해결이 안 되더라고."
"응.... 잘했네."
"집 앞에 미용실 사장이 잘 하더라. 민머리라 뭐 할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샴푸하실게요~ 하더라고. 오랜만에 미용실에서 샴푸했더니 개운하더라. 거기 휠체어 경사로도 없어서 얘 손 잡고 걸어 들어갔잖아."
"아.... 그래? 다음에 또 자를 때는 거기 가서 하면 되겠네."
엄마가 투병을 시작한 후 한달 반 사이에 엄마의 단골 미용실이 없어졌었다.
이제 어느 미용실을 가야 하나 하던 차에 마침 예약한 곳이 가깝고 마음에 들었다니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미용실 사장님의 배려 덕분에 엄마의 우울함이 조금 덜어진 것 같았다.
아빠는 엄마가 삭발을 하자 면도기를 하나 샀다.
아빠가 면도기를 사주고 나에게 전화해서 하는 말.
"네 엄마가 면도기 좋다면서 하는 말이 뭔 줄 아냐. 이거 머리카락 절대 안 떨어지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