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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치 Dec 19. 2023

부종양증후군 환자를 찾았어요.

깜짝 놀랐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어눌한 목소리가 엄마의 목소리와 너무나도 닮아 있어서. 

드디어 찾았다는 생각에 약간 설레기도 하고 반가운 마음도 살며시 들었다. 

그러나 곧 마음이 아팠다. 

아이는 초등학교 저학년이고, 3년 전에 난소암 3기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으셨단다. 

방사치료도 받고 완치판정까지 받으셨는데 몇개월 전부터 부종양증후군 증상이 더 심해져서 병원을 알아보고 다니신다고 하셨다. 


"혹시, 워커 없이 혼자 걸으시나요?"

"네.... 혼자 걷기는 해요. 저는 집에서 실내자전거를 거의 한시간씩 타고 필라테스도 해요. 걷기도 매일 만보씩 걸어요. 매일 이렇게 운동해서 지금 그래도 혼자 걸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머니께 운동 꾸준히 매일 하셔야 한다고 말씀해 주세요."

"네 그럴게요. 감사해요."

"그런데 한 달 전부터는 상태가 계속 안 좋아져서 병원을 여기저기 다녀보고 있어요. 2주일 뒤에는 OO병원에 XX교수님께 예약했는데 진료 받아보려구요."

"네? 그분께 예약이 되셨어요? 저희도 예약하려고 했는데 이제 부종양증후군 환자는 안 본다고 하셔서 예약을 못 했었어요."

"이상하네요... 저는 예약이 됐어요."

"그럼... 혹시 병원 다녀오시고 나서 다시 한 번 통화할 수 있을까요?"

"네, 그럼요. 제가 갔다와서 연락드릴게요."

"네,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어머님.... 우울증이 수시로 찾아올 거에요. 가족들이 긍정적인 말로 힘을 주는 게 정말 중요해요. 저도 아이가 있어서 지금 이렇게 버티는 거에요. 그렇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어요."

"네.... 감사합니다...식사 잘 챙겨드세요."


정말 '감사하다'라는 말밖에. 힘을 내시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아이가 우리 아이나이 만할 때 암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고 지금 부종양증후군으로 고군분투하고 계실 생각을 하니 같은 엄마로서 그동안 마음이 무너질 일이 얼마나 많았을지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곧바로 가족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엄마와 같은 증상을 갖고 있는 환자를 찾았다고. 

그러나 차마 엄마에게는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 분이 암 완치 판정을 받은 후에도 부종양증후군이 몇 년간 사라지지 않았고, 최근에 더 심해졌다는 것. 

우리는 항암이 끝나면 엄마의 증상이 호전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엄마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엄마에게 희망만 줘야 한다.


"엄마! 엄마랑 같은 증상을 가진 환자를 찾았어! 그 분은 운동 꾸준히 해서 지금 혼자 걸어 다니신대!

 엄마도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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