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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치 Dec 12. 2023

부종양증후군 환자를 찾아요.

처음 발령받았던 낯선 학교에서 먼저 손 내밀어주고 마음을 열어준 선배 선생님이 있었다. 

이제는 언니라고 부르는 것이 더 익숙한 오래된 우리 사이. 

우리가 만나기 몇 년전부터 언니는 간암 투병을 하고 있었다. 

결혼 전 정기검진에서 발견하게 된 간암 때문에 언니는 결혼을 미루고 바로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되어서 이후에 결혼도 하고 신혼생활을 하고 있는데 간암이 다시 재발되어 항암치료를 받고 있던 중에 나를 만났다. 

언니는 많이 아팠지만 학교에서는 늘 생기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몇 년간 계속된 치료에도 약이 잘 듣지를 않자 결국 간이식밖에 답이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형부는 언니에게 간이식을 해주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벌써 간이식 수술을 한지 9년차가 되어 주기적으로 정기검진을 받고 있다. 

지금은 6살 남자아이의 엄마로 여전히 선생님으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엄마가 암 판정을 받고 나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나는 언니 생각이 먼저 났다.


"언니, 엄마가 림프종 판정 받았어. 그런데 그것도 문제인데... 엄마가 못 걸어. 병원에서는 부종양증후군이래. 나 이제 뭘 어떻게 해야해?"

"하....... 아이고......"

"부종양증후군을 가진 사람들도 흔하지 않아... 내가 지금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OO아, 언니 간암투병 처음할 때 형부가 간암 환우들이 있는 네이버나 다음 카페에 가입했어. 거기서 언니랑 비슷한 상황인 사람들의 자료들 계속 모으고, 또 글 올린 사람들한테 쪽지도 보내서 나중에 통화도 하더라고. 식단, 치료방법, 치료결과 이런 것들도 서로 공유하고 그랬었어. 그게 도움이 진짜 많이 됐고. 너도 일단 엄마 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카페에서 찾아봐. 분명히 있을거야. 힘내고 잘 먹어. 네가 힘이 있어야 엄마를 간호할 수 있어."

"응 언니 고마워. 찾아볼게."


네이버, 다음에 들어가서 암환자, 림프종 환자, 뇌질환 환자를 위한 카페에 가입했다. 

'부종양 증후군'이라 검색하니 검색 결과가 없다. 

부종양증후군을 '신생물딸림 증후군'이라고도 하니 그렇게도 검색해봤다. 

역시나 검색 결과가 거의 없다. 

가입자수가 제일 많은 카페를 검색해도 어떻게 치료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없고, 다들 부종양증후군이란 얘기는 들었는데 '정보가 너무 없다', '저희 가족도 이런 상황인데 혹시 괜찮아지셨나요.'하는 답변들만 있었다. 

그 답변에 대한 답변도 달리지 않은 상태로. 

그 사람들도 나처럼 여기저기 카페를 뒤지며 아주 작은 정보라도 찾고 있었으리라.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많은 암환자들이 있고, 암환자가 있는 가족들이 있는데 가입자수가 제일 많은 카페에서조차 '부종양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을 거의 찾기 힘들었다. 


'하....정말 희귀한 병인가보다. 그래도 그 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정말 방법이 없는건가.'


얼마 없는 정보 속에서 그래도 병원을 다니며 치료방법을 찾고 있는 것 같은 사람들에게 내 번호를 남기고 꼭 통화하고 싶다고 쪽지를 보내고, 나도 엄마의 상황에 대해 글을 써서 올렸다. 

며칠 뒤 2개의 댓글이 달렸지만 다들 나와 비슷한 상황이신 듯 했다. 

그리고 내 쪽지에 대한 답장 한 개를 받았다. 



제가 말이 좀 어눌한데.... 통화가 괜찮으실까요? 

아이 때문에 내일 12시쯤 연락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네! 괜찮습니다. 편하실 때 연락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리고 드디어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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