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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하 Oct 08. 2023

단편적인 것은 단편일 뿐

글 잘 쓰는 사람을 미워했노라. 글 속에 갇힌 그 사람을 안쓰러워하노라.

어떤 일을 어떤 각도에서 어떻게 기록하는가 에 따라

거짓말은 아니지 진실을 쏙 빼고 기록자의 유리한 입장으로만 기록할 수 있다.

다각도로 살펴보면 명백히 진실이 아닌데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도록.


그런 사람이 주변에 오래도록 있었다.

정말 객관적으로 잘못을 했음에도, 부도덕하고 비상식적임에도

그 사람의 글로만 보면 그 사람은 늘 피해자이며 바르고 곧고 외로운 사람이었다.

글을 잘 쓴다는 것, 그래서 나는 글 잘 쓰는 사람을 미워했었다.


부모를 미워하고 함부로 하는 것도 멀쩡한 형제를 쓰레기 취급하는 것도 도둑질을 하는 것도 집을 나가는 것도 유부남을 만나는 것도 자유롭게 사는 것도 모두 명백한 이유가 있는 것처럼, 상식의 기준을 정한

주변인이 나쁘다는 듯이, 자신의 모든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인이 모두 가해자라는 듯이.

고고히 살아가는 자신이 늘 상처 입은 가은 사람이라는 듯이.

누구든 미워해야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과 사는 세상은 꽤나 힘들었고 안쓰러웠다. 솔직히는 무서웠다.

상식이 많이 다름에도 말과 글에 능한 사람.


어쩌다 보게  그 사람은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다.

이전에는 있는 사실을 본이 유리하도록 적어나가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모두가 볼 수 있는 게시판에 알고 있는 사실에 소설적인 창작을 덧붙여 자신이 인생에큰 상처와 피해를 입고도 바르고 씩씩하게 살고 있는 불쌍한 사람인 듯이 적으며.

여전히 본인과 관계되었던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저주하며

더불어 지금 곁에 있는 이들도 조금씩 조금씩 미워하며 그렇게-


행복하지 않을수록 그 글은 더 사나웠고 거칠었다.

일어나지 않았던 일도 일어난 것처럼, 알지 못하는 것도 알고 있는 것처럼, 거짓으로 가득 찼다.

자신이 적고 있는 그 글이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자신만 불행한 사람이 된 , 그 불행에 파묻혀 점점 일어난 적 없는 일에 피해자가 되어 주변인을 저주다.

그러다 언젠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그 사람이 법 밖의 인간이 돼버릴 것 같다.

그래서-

 지어 낸 세상 속에 지어낸 이야기 속에 사는 불쌍한 그 사람이 나는 정말 행복하길 바란다.

그 사람을 알고 있는 사람임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기에 그 사람이 계속 행복하길.

그 사람의 잘 쓴 글을 미워할 뿐, 그 사람은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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