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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우 Jan 15. 2024

계약 종료

함께 아침을 시작하고 서로의 어둠을 지켰던 집 계약이 끝났다. 빨리 다른 세입자가 오길 바랐지만, 끝내 종료일이 와서야 집을 정리할 수 있었다.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해 내버려두었던 가구들을 버리러 오랜만에 그 집에 들렀다.

**, 먼지 쌓인 그 집을 정리할 동안 너는 새로운 사랑과 만나 공원에서 시시덕거리겠지.

***, 두 개의 식판과 두 개의 컵을 종량제봉투에 넣는 동안 너는 그녀를 위해 파스타를 요리한다.

** **,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마셨던 와인 두 병, 남은 것을 싱크대에 버리는 동안 너는 커피의 향을 맡으며 그녀 앞에서 수줍게 웃고 있을 거야.


네가 애정하는 어떤 아이돌, 그 아이돌의 브로마이드, 그 브로마이드는 젖어서 통 안에서 나오지 못했어. 너는 젖은 줄도 모르고 버리고 갔지. 몰랐다고 하더라도 버린 건 똑같아. *** *, 또 너는 샌들을 두고 갔어. 여름에 신었던 샌들, 찢어져 수선하러 같이 갔지, 다시 찢어졌고, 너는 창고에 두었어. ***야 내가 버렸다.


나는 너를 대신해 집을 향해 인사했어. "그동안 잘 살았습니다. 살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90도로 숙인 고개를 선뜻 올리기 어려워 충분한 때를 기다렸어. 현관문을 닫으면서 어쩐지 일본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장면이라 생각이 들었어. 나는 하나님을 믿지만, 거기 신도 하나님과 일면식이 있을 것 같거든. 원수 사이는 아니겠지? ***아 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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