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기에, 그러나 나보다 이른 날에 만나고 헤어졌던 친구가 나를 위로했던 말을 떠올렸다. 시간이 많은 걸 해결하겠지만 작은 돌멩이 하나는 평생 안고 가게 될 거야.
이별하는 시간들은 날씨와 같았다. 봄에는 다이어리를 사고 여름에는 수박을 먹고 가을에는 돗자리를 펴고 겨울에는 목도리를 매는 것처럼 헤어지고 처음 맞는 계절과 기념일, 어떤 장소에서 마음이 바닥에 뚝하고 떨어졌다. 안아달라 달려오는 아이처럼 절망과 슬픔을 온몸으로 껴앉을 수밖에 없었다.
앨범을 숨기는 게 아닌 간직할 때가 오기를 바라며 다양한 도전을 했다.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시를 갈기고 평소에 읽지 않을 사랑 책을 뒤지고 마음 한 구석이 시려오는 글을 베끼고 아스팔트를 달렸다.
내가 없어도 여름이 오면
누군가 너를 읽어주겠지.
어느 시인의 문구에 너를 담은 마음을 한 스푼 떠낸다.
내가 그리워하는 건 네가 아니라 그런 장면들 아닐까.
네가 아꼈던 갈색 서랍, 네 주위를 맴돌던 향기, 라면이 없어서 즉석에서 내놓은 마라탕면, 세 가지 거짓말, 바람이 통했던 창문과 그 창문 사이의 방들, 깔깔하고 웃었던 밤들.
반가운 친구 연락을 받고서 나는, 다시 우리가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그때로 돌아간다. 처량하고 쓸쓸했던 폐허 같았던 그때로.
나와 함께일 때보다 더 잘 살고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듣고서 내심 질투하고 한편 안심하는 마음을 목격한다.
토해내지 않으면 질식할 것 같았는데 늘 무언가를 쓰던 네가 떠올랐다.
쓰기를 알려줘서 고마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