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꾸까까 Aug 01. 2022

갑자기 이른둥이 엄마가 되었다면

임신 하면 입덧 좀 하다가 40주 쯤에 양수가 터져서 아기가 뿅 하고 나오거나 날짜를 잡아서 제왕절개를 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하겠지만 임신과 출산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40주를 채우지 못하고 나오는 경우가 꽤 많다.


보통 37주를 채우지 못하고 나오는 아가들을 미숙아, 우리 말로는 이른둥이라고 한다. 보통 임신중독증, 성장 지연 등으로 뱃속에 있는 것이 위험하거나, 나처럼 조기수축이 있거나 양수가 터져서 아가들과 만나게 된다. 이렇게 갑자기 이른둥이 엄마가 되었을 때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몸과 마음 빨리 회복하기

나는 조기수축으로 고위험 산모실에 입원해있다가 정말 갑자기 피와 함께 양수가 퍽! 나와서 이틀 뒤에 응급으로 제왕절개를 하게되었다. 아직 27주밖에 안됐기 때문에 양수가 터지는 순간 망했다.. 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일찍 나와서 아가들이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뿐이었다. 결론은 충분히 잘 살 수 있고, 실제로 잘 살고 있다. 그러니 엄마는 누구보다 몸과 마음을 빨리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사실 32주 이상 이른둥이나 2키로 넘는 이른둥이들은 거의 주수만 채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튼 나는 조리원에서 2주 동안 아가들 없이 있었고, 그 동안은 아가들 면회도 가지 않았다. 출산 하면 해야지 했던 사마귀 제거도 하고 두통이 있어서 신경과 다니면서 mri도 찍으면서 몸을 빨리 회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유축을 해서 배달해야 했기 때문이다.


모유 유축하기

아가들이 신생아 중환자실(nicu, 니큐)에 들어가면 인큐베이터 안에 있고, 면회가 제한되어 있는 병원도 많기 때문에 엄마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유축밖에 없다. 원래는 아가들에게 직수를 해야 양이 자연스럽게 느는데 유축밖에 할 수 없으니 더 똑똑하게 모유 수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유축기는 전동 유축기로 아무거나 빨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나는 조리원에 있을 때는 조리원에 있는 각시밀을 썼고, 퇴소하고 나서는 보건소에서 스펙트라를 빌렸는데 괜찮은거 같아서 당근 마켓에서 그 날 바로 구입했다. 그리고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모유 저장팩, 아이스박스, 아이스팩이 필요하다. 유축을 하면서 냉동실에 얼려서 아이스박스에 넣어 갖다 준다. 그러면 병원에서 그걸 녹여서 아가들에게 수유를 하게 된다.

30주 이전 이른둥이인 경우에는 보통 1cc 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이걸 8번 먹으니 하루에 8cc를 먹는다. 물론 다음날 2, 3, 4, 5, ..  이렇게 하다보면 금방 금방 늘긴 한다. 아무튼 보통 아가들이 한번에 먹는 것보다 유축량이 많을 수 있는데 우리 아가들이 있던 삼성 병원에서는 하루치씩 모유를 해동하기 때문에 굳이 소분할 필요는 없었다. 반대로 유축량이 너무 작은 엄마들도 있는데 그렇다고 유축한 걸 모아서는 안된다. 초유 저장팩이라고 50ml 짜리도 있는데 여기에 유축한 걸 담으면 된다.

그리고 면회를 다니게 되면서 유축텀을 놓칠 수 있는데 절대 그러면 안된다. 유축텀을 놓치면 양이 줄어들거나 젖몸살(유선염)이 오고 그러다 보면 단유의 길을 걷게 된다. 그래서 유축기는 휴대용 유축기를 하나 더 꼭 준비해야 한다. 병원 수유실에서 유축을 하면 된다. 아가 없이 수유실에 들어가서 울 수도 있지만, 니큐 동기들을 만날 수도 있고 다른 엄마들한테 응원을 들을 수도 있어서 갑작스럽지만 꽤 든든한 경험을 할 수 있으니 걱정 마시길.


카페 가입하기

"아름다운 이른둥이" 네이버 카페와 "맘스홀릭 베이비" 이른둥이 방에 가면 선배님들이 많이 계신다.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함께 걱정해주는 분들이 많았고 의지가 많이 되었다.


이른둥이 용품

이른둥이들은 보통 저체중으로 태어나기 때문에 일반 신생아 용품을 이용하기가 어렵다. 어차피 병원에 있기 때문에 옷이나 약은 필요 없고 기저귀, 쪽쪽이, 그리고 나중에 젖병 수유를 하게 된다면 젖병 정도가 필요하다. 사실 많이 어린 주수에는 위까지 연결된 피딩 튜브로 맘마를 먹기 때문에 굳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맴찢)

먼저, 기저귀는 하기스에서 이른둥이 소형을 무상 공급한다. 개인이 신청할 수도 있는데 웬만한 대학 병원은 무상 공급 받고 있다. (중복은 안됨) 1.5키로 정도가 넘으면 소형이 작아지기 때문에 기저귀를 사오라고 한다. 하기스 이른둥이 중형 이외에도 밤보 네이처, 리베로, 팸퍼스, 마미포코에서 이름둥이 용 기저귀가 나온다.

쪽쪽이는 위텀비, 졸리팝에서 이른둥이 용 제품이 나온다. 그리고 젖병은 닥터브라운을 많이 쓰는데 사실 젖병 자체가 중요하진 않다. 꼭지만 ss 사이즈로 준비해주면 된다.


엔파밀

엔파밀은 모유강화제로 모유에 타서 먹이는 영양제 같은 것이다. 압타밀이 더 싸지만 니큐에서는 개별 포장 되어 있는 엔파밀을 사오라고 한다. 한통에 100포가 들어 있고, 보통 25cc에 한포(또는 50cc)를 탄다. 아가들이 제법 커서 40cc 정도를 먹게 되면 하루에 320cc를 먹고, 이걸 8로 나누면 12.8이니깐 하루에 13개씩 필요로 한다. 그럼 일주일마다 한통을 먹는다. 문제는 엔파밀이 비싸다는 것이다. 직구를 해야하는데 배송비까지 포함하면 한통에 15만원 정도씩 한다. 한달이면 60만원으로 니큐 비용보다 더 나온다. 이른둥이 카페에서 나눔을 하거나 저렴하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사는 것이 좋고, 중고 거래를 할 때에는 특히 사기를 조심해야 한다. (삶과 사투를 벌이는 이른둥이를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쓰레기도 꽤 있다ㅠ) 엔파밀은 분유를 먹을때는 필요가 없으며 오직 모유 수유할 때만 필요하다. 그래서 엔파밀보다 분유를 먹으면 살이 더 잘 찌기도 한다. 그리고 냉동 모유 자체로도 비릿한데 엔파밀을 섞으면 더 맛이 없어서 피딩 튜브가 아니라 입으로 먹는 아가들은 거부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병원에서 억지로 먹이지는 않고, 살만 잘 찌면 딱히 상관은 없다.


이른둥이 관련 책

"이른둥이 육아 가이드북" 이라는 책이 가장 유명하고 정리도 잘 되어 있고 꽤 전문적이다. 아름다운 재단에서 다솜이 작은숨결 살리기 사이트에서 양육 가이드북을 신청하면 무료로 보내주기도 한다. 이 책은 가지고 다니기 좋게 작은 사이즈이고 pdf로 다운 받을 수도 있다.




24주, 500 그램이 보통 이른둥이들의 생존 한계인데 요즘에는 더 작은 주수에 더 작게 태어난 아이들도 잘 자라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현대 의학 만만세! 아무쪼록 성격이 급해 일찍 나온 아가들이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라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