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두명이네요”
자로 잰듯 정확한 생리 주기가 며칠 미뤄지고 찾은 산부인과에서 임신 소식을 듣고 그 다음 주에 심장 소리를 들으러 가서 우리 아가들이 두 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임신 계획은 있었지만 쌍둥이는 생각도 못하고 이사한 집이며 차며 둘을 잘 키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쌍둥이는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임신부터 너무 힘들었고, 내가 몰랐던 것이 정말 많았다.
쌍둥이 임신은 하나의 수정란이 두개로 분열하여 쌍둥이가 되는 일란성 쌍둥이와, 두개의 수정란이 착상하여 쌍둥이가 되는 이란성 쌍둥이가 있다. 일란성 쌍둥이는 수정란이 왜 분열하는지 아직 알려진 바가 없고 나라나 인종 전반적으로 걸쳐 확률이 비슷하기 때문에 (현재로는) 정말 우연에 의해 그렇게 된다고 한다. 하나의 수정란이기 때문에 DNA 즉 모든 유전 정보가 같다. (홍채나 지문은 다르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혈액형이나 성별도 같다. 반면에 이란성의 경우에는 쉽게 말하면 형제가 비슷한 시기에 착상이 된 것이라 혈액형이나 성별 또한 각각이다. 소위 말하는 아들과 딸을 한 번에 해결(!) 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실 형제나 자매가 아가들이 자라기에는 더 좋다고 한다.) 그리고 배란이 여러번 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란성 쌍둥이는 유전이 되기도 한다. 요즘에는 배란유도제를 사용하거나 시험관, 인공 수정이 많아지면 이란성 쌍둥이가 많아졌다고 한다.
임신 초기에 초음파를 봤을 때 아기집이 여러개이면 이란성 쌍둥이이다. 그리고 하나인데 난황이 두개가 보이거나 그 다음주에 심장 소리를 들으러 갔을 때 두개가 들리면 일란성 쌍둥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일단은 낳아서 닮았는지, 더 정확하게는 유전자 검사를 해 봐야 알 수 있다고 한다. 일란성인 경우에도 아주 드물게 융모막이 2개인 경우도 있고, 이란성인 경우에도 역시 아주 드물게 융모막이 붙어 보이기도 한단다. 사실 병원에서는 일란성, 이란성보다는 융모막 양막으로 기록되었다. TTTS (쌍태아 수혈 증후군) 때문에 초음파를 시도 때도 없이 보느라 내가 외울 정도로 많이 들은 "MCDA"라는 단어는 monochorionic diamniotic 즉 단일 융모막 2 양막이라는 뜻이다.
양막은 쉽게 말하면 양수가 차 있는 막으로 이 안에 아가들이 들어 있다. 융모막은 태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양막도 융모막도 수정란이 착상하여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란성의 경우에 는 태반도 두개가 되지만 일란성은 언제 분열이 됐는냐에 따라 다르다. 수정 후 72시간 내에 분열된 경우에는 융모막도 2개 양막도 2개이다. 비교적 안전한 상태이다. 수정 후 8일 내에 분열된 경우에는 융모막까지 생긴 상태에서 분열이 일어나기 때문에 융모막은 하나이지만 양막은 2개이다. 우리 아가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일란성 쌍둥이들은 단일 융모막, 2양막이다. 이때부터는 태아 보험 가입이 어렵다. (시무룩) 8일이 넘어 분열하는 경우에는 단일 양막 단일 융모막이다. 이런 경우에는 원룸에 같이 있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쌍태아 수혈 증후군 같은 증상은 물론, 서로의 탯줄이 얽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보통 20주 후반부터 입원해서 하루 하루 아가들 상태를 확인하다가 분만한다고 한다. 확률은 1퍼센트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정말 정말 드문 경우에는 몸 일부가 붙은 샴 쌍둥이가 된다. 1990년 국내 최초로 가슴이 붙은 샴쌍둥이 분리 수술이 성공한 적이 있다.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 난황 위치가 서로 멀치감치 떨어져 있는 것이 좋다. 아기 형태가 어느 정도 갖추어진 초음파를 보기 전까지 몇주 동안 우리 아가들은 융모막은 몇개일까.. 단일 양막일까 2양막일까? 마음 졸인 기억이 있어서인지 최근에 다정이와 씩씩이 이야기를 봤을 때 펑펑 울었다. 조금만 분열이 일찍 됐으면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일란성 쌍둥이가 됐을텐데.. https://entertain.v.daum.net/v/20120918111911912 (결국 둘 다 별이 되었다고 한다ㅠ)
다태아 임신은 임신 그 자체로 고위험 임신이다. 자궁은 원래 일인용이기 때문에 둘 이상은 힘들다. 조기 수축이 올 가능성도 크고 경부 길이가 일찍 짧아 질수도 있다. 자궁 무력증도 조심해야 한다. 쌍둥이 엄마들은 자궁 경부가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해 예방으로 맥도날드 수술이나 쉬로드카 수술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운동 같은 걸 해서도 안되고 집안일도 쉬엄 쉬엄 해야 한다. 임신 전 건강한 것과는 전혀 별개인 것 같다. 나는 체구가 작아서 그렇지 이때까지 입원 수술은 커녕 감기도 안 걸릴 정도로 건강했는데 TTTS로 수술, 입원하고 그 후에 조기 수축으로 4주 동안 입원 하고도 28주를 채우지 못하고 27주 4일에 아가들을 만났다. 쌍둥이 카페에 예비 쌍둥이 엄마들이 쌍둥이들은 안정기가 언젠가요? 하고 묻는데 36주요!!!!!! 36주라고요!!! 라고 말해주고 싶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몸을 사려야 한다. 배가 빨리 커지기 때문에 튼살도 심하다고 한다.
일란성은 특히 서로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초음파 볼 때 시간도 두배로 걸리고 보기도 힘들다. 서로 엉켜 있거나 한 놈 엉덩이가 다른 놈 얼굴에 가 있거나 하는 경우가 많이 때문이다. 그래서 초음파는 꼭 꼼꼼하게 잘보는 곳에서 보기를 추천한다.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목 투명대 잴 때 한 아이를 두 번 잴수도 있지 않겠냐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러면 큰일이다.) 얼굴 보기가 정말 힘들기 때문에 쌍둥이 엄마들 중에는 정밀 초음파로 이상 여부만 확인하고 후반기에 얼굴 보는 입체 초음파는 아예 안 보는 엄마들도 많다.
보통은 제왕 절개를 한다. 자연분만을 하려면 둘 다 머리가 아랫쪽을 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 다 머리가 아랫쪽을 향하는 99 자세더라도 분만 하다가 한 아이가 다시 역아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참,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이란성인 경우에는 한 아이의 양수가 일찍 터진 경우 그 아이만 분만을 하고 다른 아이를 계속 품다가 나중에 분만하여 생일이 다른 쌍둥이도 더러 있다고 한다. 서울대 병원에서는 69 자세더라도 자연 분만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69 자세더라도 아랫쪽에 있는 아가가 6 자세인 경우에 첫째 아기가 분만을 하다가 역아인 아기가 6 자세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튼 쌍둥이 엄마들 중에서는 꼭 자연 분만을 하고 싶어서 서울대 병원으로 전원하는 엄마들도 꽤 있다.
단태아 엄마들이 화낼 수도 있지만 쌍둥이 육아를 경험해보니 단태아였다면 발로 키우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이래선 안되지만 아가들이 너무 똑같이 생기다 보니 (갈수록 더 똑같아진다...) 한 아이는 계속 먹이고 한 아이는 계속 굶긴 날도 있었다... 쌍둥이 육아에 베이비 시터는 필수이다. 어쩌다 독박을 할 때도 있는데 지금은 밤에 통잠도 자서 사실 잠을 못 자는 시기는 지났고 몸이 조금 힘들긴 하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한 명이 울어서 안고 있는데 다른 한 명이 불쌍한 눈으로 쳐다볼 때가 제일 힘들다.. (오열ㅠㅠㅠ)
어떻게 끝내야 할까. 애들 좀 더 열심히 키워보고 다음에는 쌍둥이 육아템으로 찾아오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