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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꾸까까 Aug 01. 2022

삼성 서울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이야기

우리 아가들은 27주 4일생 이른둥이로 일원동 삼성 서울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각각 71일, 81일을 보냈다. 서울 삼성 병원은 소위 말하는 빅3 병원 중 하나로 신생아 중환자실 역시 시설이 좋고 케어도 잘 되는 편이다. 병원마다 다른 점도 있겠지만 비슷한 점도 많아 면회 다니는 이른둥이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중환자실에서 생활한 후기를 공유한다.


삼성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은 제1과 제2로 나뉜다. 중간에 직원 휴게소 같은 공간으로 이어져 있긴 한데 일단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다르다. 박수진 사태 때문에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제1 중환자실에는 a, b, c 셀이 있고 제2 중환자실에는 d, e, f 셀이 있으며 a에서 f로 갈수록 퇴원에 가까운 아가들이 있다. 처음에는 a, b에 있다가 높은 셀로 옮기거나, 크게 위중하지 않은 아가들은 처음부터 높은 셀에 있다가 얼마 안 있어 퇴원한다. 그래서 제1에는 간호사도 더 많고 우는 아가들도 없어 조용한 편이다. 아가들은 인큐에 있고 종종 뚜껑을 열고 있는 아가들도 있다. 반면 제2에는 아가들이 신생아실에 있는 바구니에 나와 있고 잘 우는 아가들도 많아서 밥 시간만 되면 여기저기에서 우는데 진짜 귀엽다. 우리 아가들은 890인 후둥이는 b셀, 920인 선둥이는 a셀에서 병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담당 교수가 장윤실, 박원순, 성세인 이렇게 세 분이 계시고 우리 아가들 담당은 성세인 교수님이었다. 보통 담당 교수와는 마주칠 일이 없어서 딱 한번 봤고 (캥거루 케어 하고 있는데 와서 이 상태로 계속 잘 크면 일주일 후에는 인큐 뚜껑 열어도 되겠어요 하고 가셨다.) 아기 상태 설명 듣거나 면담은 전공 주치의 선생님과 했다. 엄마들이 보통 면담을 부담스러워하는지 걱정만 하거나 인터넷에 질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진상짓 안 되는 선에서는 주치의 선생님들하고 이야기를 많이 하기를 바란다. 카페에서 질문해도 답해주는 사람은 전문 의사도 아닐뿐더러 같은 병이라도 아가들 상태가 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 아이에게는 다른 방법으로 치료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 못 하고 혼자 걱정하지 말고 충분히 이해될 때까지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면회를 가지 못한다면 전화로 물어볼 수도 있다.


아가들 자리 옆에 있는 모니터에는 보통 세가지가 표시가 되고 위험 수치가 되면 자동으로 알람이 울린다. 보통 제일 위에 있는 것이 심박수이다. 심박수는 보통 100-200이 정상이고 아기가 울거나 너무 더울 때는 잠시 동안 200을 넘는 경우도 있다. 너무 더우면 물수건으로 닦아 주신다. 그다음 표시되는 수치는 산소포화도이다. 산소 포화도는 보통 90대로 유지되어야 하며 한번씩은 80대로 떨어져도 크게 상관은 없다고 했다. (물론 아가들 사정에 따라 다르다.) 보통 잘 때, 자리 바꿀 때, 수유할 때 많이 떨어진다. 이건 아기 발에 연결된 센서가 측정하는데 가끔씩 센서 오류 때문에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모니터에 나오는 그래프가 일자거나 규칙적이지 않게 찌글 찌글하게 보이면 센서 오류라고 생각하면 되고, 센서를 교체하고나 반창고로 단단하게 고정하면 된다. 정상적인 산포도 그래프는 산 모양이 일정하고 예쁘게 나타난다. 마지막 수치는 분당 호흡수이다. 우리 아가들의 경우에는 20-100으로 세팅이 되어 있었다.


이른둥이들은 장이 약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모유 수유가 가장 좋다. 모유는 기본적으로는 냉동으로 전달한다. 입구에 손 씻고 비닐 가운 입는 곳에 모유 보관함이 있는데 거기에 두면 직원이 수시로 가져간다. 모유는 하루에 한번 그 날 먹을 양을 한꺼번에 해동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축하고 소분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대해서 걱정하는 엄마들을 종종 봤는데 이때까지 문제없었기 때문에 계속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가들은 젖병 수유를 하기 시작하면서 냉동 모유를 거부하는 일이 있었고 (냉동한 모유가 해동되면서 비려진다고 한다.) 어차피 매일 면회를 갔기 때문에 냉장으로 갖다 주었다. 그리고 수유실에서 유축한 건 그대로 갖다 주었는데 이것도 가능하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처음 몇 주는 그냥 먹이고 2주 후에 모유 검사를 했다.


아가들은 인큐베이터 그 자리에서 바로 여러 가지 검사와 치료를 한다. 제일 흔한 게 황달인 것 같다. 황달은 만삭아에게도 많이 생기고, 치료도 힘들지 않아서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황달 치료는 빛을 쬐어서 치료하기 때문에 안대를 쓰고 있고, 선탠(?)이 된다는 부작용이 있다. 채혈도 수시로 한다. 우리 아가들의 경우에는 호흡이 잘 안돼서 혈중 내 이산화탄소, 산소 포화도를 검사하느라 채혈을 종종 했고, 선둥이는 갑상선 수치도 수시로 확인했다. 그 외에도 어쨌든 피검사로 알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에 채혈을 수시로 했다. 주수나 몸무게가 조금 모자란 아가들을 제외하고는 대 부분 산소 치료를 받게 되고, 그로 인해 미숙아 망막증이 생길 수 있어 미숙아 망막증도 주기적으로 검사를 한다. 산동제를 넣어 눈동자를 크게 만든 다음에 눈을 검사하는데, 이때 눈 벌리는 기구를 넣어서 하기 때문에 눈에 자국도 남는다. 선둥이는 지금도 외래로 3주에 한 번씩 보고 있는데 아가들이 자지러지게 울기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엄빠들이 많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검사이니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쨌든 이 날은 아무래도 아가들 컨디션이 좋지 않다. 엑스레이 촬영이나 초음파도 기계를 가지고 와서 니큐에서 한다. 심지어 수술도 니큐에서 하기도 한다. 이때는 면회가 제외된다.


신생아 중환자실은 산부인과, 모아집중 치료실과 함께 6층에 있는데, 아가들이 병원에 있는 동안에 5층이 리모델링을 하게 되었다. 신생아 중환자실 내부에서는 괜찮았지만 밖으로 나가면 소음이 장난 아니었다. 6층을 다 비울 순 없으니 한쪽을 비우고 공사를 하고, 마치면 또 한쪽을 비우고 공사를 하는 모양이었다. 우리 아가들도 제2 중환자실 e 셀에서 퇴원을 기다리는 중 공사 때문에 제2 중환자실이 모두 비워지게 되었고, 제1 중환자실 a 셀에 있다가 퇴원하게 되었다. 아마 이것 때문에 그때는 전원도 어려웠다ㅠ 지금은 끝났으려나? 아무래도 삼성 병원에 오고 싶어 하는, 또 와야 하는 아가들을 위해 얼른 공사가 끝났으면 좋겠다.


삼성 병원이 다른 병원과 비교해서 정말 큰 장점이 두가지가 있는데 바로 캥거루 케어와 자유로운 면회 시간이다. 캥거루 케어는 아기가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로 엄마나 아빠가 안아주는 것인데 이렇게 함으로써 아기에게 안정감을 주고 편하게 잘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감염 위험 때문에 안 하는 병원도 있는데(우리 아가들이 태어날뻔 했던 분당 서울대 병원은 하지 않는다.) 요즘에는 하는 병원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사실 이 캥거루 케어를 하면서 아가들에게도 좋지만 내가 정말 밝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낮 12시부터 1시까지 하고 이 시간에 수유 연습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면회 시간은 아무 때나 가능하다. 단 3시에서 4시까지는 간호사 교대 시간이어서 면회가 어렵다. 가끔씩 중환자실 내에서 수술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면회가 안된다. 아가들이 젖병 수유를 하고 나서는 자유로운 면회 시간 덕을 많이 봤다. 12시에 병원에 도착해서 캥거루 케어를 하고 1시에 두명 밥을 주고 좀 놀다 보면 2시 반 정도가 된다. 이때 수유실이 한산한데 가서 유축을 하고 지하 식당에 가서 내가 밥을 먹는다. 그러면 딱 네시가 되는데 그때 다시 가서 유축한 모유를 전달하고 아가들 수유를 한다. 그러고 5시 반쯤에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이렇게 회사 다닐 때만큼 바쁜 스케줄 덕분에 우울할 틈이 없었다.


이렇게 71일 병원 생활 끝에 드디어 후둥이가 먼저 퇴원하게 되었다. 선둥이는 수유 중 무호흡 증상이 있어서 10일 더 있다가 81일 만에 퇴원을 했다.


집에서 먼 것 빼고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던 삼성 병원이었다. 그 덕분 우리 아가들은 좀 작아서 그렇지 정말 건강하게 퇴원하였고, 지금도 쑥쑥 잘 크고 있다. 나중에 아가들이 걷게 되면 꼭 같이 가서 얘기해줘야지. 71일, 81일이나 씩씩하게 지내줘서 너무 고맙다고. 지하 식당에서 엄마가 먹던 눈물 젖은 돈까스를 사줘야겠다.  




삼성 병원 TMI

1. 지하, 1층에 아띠제가 있다. 아띠제 슈가 정말 맛있다. 우리 부부는 주말마다 캥거루 케어 후 의식처럼 아띠제 슈를 사먹곤 했다.

2. 삼성 병원 옥상에서는 응급용 헬기가 이착륙한다.

3. 니큐 비용은 각각 32만원, 36만원 정도 나왔다. 건강 보험 만세!!

4. 성세인 교수님은 핑클 성유리님 오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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