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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꾸까까 Aug 01. 2022

일란성 쌍둥이 쌍태아 수혈 증후군 TTTS 시술 후기

(https://darm.tistory.com/180 티스토리에 쓴 내용과 동일합니다.)


이름도 생소한 쌍태아 수혈 증후군은 쌍태아 간에 한 아이가 다른 한 아이에게 수혈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태반 안에서 두 태아의 정맥과 동맥이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태반을 공유하는 일란성 쌍둥이에게 나타나고, 매우 드물게 이란성 쌍둥이에게도 나타난다고 한다.


나는 매우 잘 지내다가 19주에 옆구리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게 되었다. 이때까지 입덧도 심하지 않고 정말 잘 지냈는데 그 날은 이상하게 잠을 못 잘 정도로 옆구리가 많이 아팠다. 검색해보니 신우신염 맹장염 요로결석 등등 일수 있다고 했다. 임신 중에도 맹장 수술을 할 수 있다니 세상이 좋구나 생각하며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병원에 갔다.


“어머니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초음파를 본 의사가 대뜸 이렇게 말했다. 혹시 쌍태아 수혈 증후군이라고 들어봤냐한다. 절친 중 한 친구가 마침 이란성 쌍둥이 엄마였는데, 일란성 쌍둥이는 좀 더 고위험이라고 수혈 증후군이라는 것도 있다고 말해주면서 설마 걸리지는 않겠지 하던게 생각이 났다. 아닐수도 있지만 일단 대학 병원 진료를 보라고 의뢰서를 써주셨다. 울면서 집에 돌아왔다.


일란성 쌍둥이 중 15퍼센트 정도의 확률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 다음날 분당 서울대 진료를 봤다. 나는 원래 집에서 가까운 여성 병원에서 진료를 보다가 일란성 쌍둥이인걸 알고 분당 서울대로 전원하여 불과 일주일 전에 진료를 봤는데 그 때는 별 이상이 없었다. 담당 교수였던 박지윤 교수님이 이게 무슨 일이냐고 깜짝 놀라셨고 초음파 상으로 1기 정도 된다고 하셨다. 시술은 간단하지만 기계가 있는 병원이 아산, 서울대 본원 (그리고 지금은 부산 백병원까지) 뿐이라 아산이나 서울대 본원에서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하여 쌍둥이 나라 카페에서도 유명하고 방송에서 명의로도 소개된 원혜성 교수님이 계시는 아산 병원으로 가게 되었다. 참 고마운 것이 산모들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병원 대표 전화가 아닌 분만장으로 전화하라고 한다. 나도 분만장으로 바로 전화해서 쌍태아 수혈 증후군이라고 하고 바로 다음날 외래를 잡았다.


원혜성 교수님은 듣던대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닌 정말 믿음이 가는 분이셨다. 가자마자 다른 전문의 선생님이 복부 초음파를 정말 자세히 봤고 도플러 어쩌고 저쩌고라고 교수님께 전했다. 바로 시술해야 하는 것이 맞고 집이 용인이라 하니 오늘은 일단 집에 가고 내일 오라고 했다. 수요일에 입원해 있으면서 아침 저녁으로 초음파를 봤고 금요일에 시술을 했다.


쌍태아 수혈 증후군 시술은 배에 모나미 볼펜만한 구멍을 뚫어 거기로 관을 넣어서 레이저로 연결된 혈관을 지져서(!) 두 아이 간에 수혈 증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시술이다. 척추 마취를 하고, 마취가 풀릴 때도 아프지는 않다. 앞으로 수술 텐트를 쳐줘서 딱히 무섭지도 않은데 워낙 튼튼하게 살아오느라 난생 처음 수술대에 오르게 되기도 했고 수술실도 너무 추워서 몸이 덜덜 떨렸다. 레이저 곁으로 아가들이 오면 안되기 때문에 물을 뿌리면서 한다. (맴찢) 피부과 시술 받는 것처럼 다다다다 하고 레이저로 지지는(!) 소리가 나고, 그때는 움직이면 안되기 때문에 숨 참으세요 다다다다 숨 쉬세요 휴휴휴 숨 참으세요 다다다다 하는 식으로 진행이 된다. 태반 위치에 따라 힘든 경우가 있다고 했는데 내 경우에도 쉽지는 않았지만 막상 시술 하려고 보니 생각보다 위치가 나쁘지 않아 시술이 잘 끝났다고 했다. 망고 쪽에서는 양수를 1.5 리터 뽑았다고 한다.


회복.. 이랄 것도 없이 산모 입장에서는 딱히 아픈 곳이 없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아무래도 태반을 뚫은 것이니 수축이나 양막파열 가능성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3-4일 마그네슘(수축 억제제)을 달고 입원하면서 회복을 한다. 정말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나는 느껴지지 않은데 자꾸 배에 뭘 달고 수축 검사를 하는데 너무 불편하고 이것 때문에 더 아픈 것 같이 느껴졌다. 이때 좀 더 조심하고 과하다 싶을 만큼 걱정해야 했다. 아무튼 시술 바로 다음날부터 포도의 방광도 잘 보이고 양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아가들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었고 3일 뒤에 퇴원 했다.


27주에 태어난 이른둥이가 되었지만 두 아이 모두 너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밑에 다시 한번 쌍태아 수혈 증후군과 개인적으로 느꼈던 전조 증상과 시술, 주의 해야할 점에 대해서 정리해본다.




쌍태아 수혈 증후군

태반을 공유하는 1융모막 2양막 쌍태아가 태반 내에서 정맥과 동맥이 연결되어 수혈 하는 듯한 증상이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26주 전에 발견시 태아경하 레이저 응고법으로 시술하려 치료할 수 있다.

주수가 많이 차서 아가들이 크면 시술을 할 수 없기 때문이 양수 감압술 등을 시행한다.

혈류를 공급하는 아기는 혈류 부족으로 성장이 더디고 소변량이 줄고 양수가 적어진다.

혈류를 공급받는 아기는 혈류 과다로 심장에 무리가 가고 (어른으로 치면 심부전증) 몸이 붓고 양수가 과도하게 많아진다.

보통은 아기들 체중(크기) 차이로 판단한다. (쌍태아 수혈 증후군이 아니더라도 특히 일란성 쌍둥이는 두 아이가 비슷하게 자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아기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양수 차이이다. 실제로 우리 아가들은 몸 크기 자체는 전혀 문제 없었다. 오히려 엎치락 뒷치락하며 정말 비슷하게 자라고 있었다.

상태에 따라 4단계로 나뉜다. 양수 차이(받는 쪽이 8cm 이상이고 주는 쪽이 2cm 이하일 때)만 나는 경우가 1단계, 주는 쪽 방광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2단계, 혈류 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가 3단계, 아가에게 복수나 태아 수종이 의심 되는 경우가 4단계, 그리고 한 아이가 잘못 된 경우가 5단계이다.






전조 증상 (개인적 의견)

배가 단기간에 엄청 빵빵해진다. 배가 터지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빵빵해진다. 정확히는 크기가 아니라 압력이 높아진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런 느낌이 든다.

옆구리가 아프다. 양수가 적은 아이가 어디론가 밀려 거기에서 태동을 계속 하기 때문에 어딘가가 지속적으로 계속 아플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옆구리였다. 혹시라도 둔한 곳으로 밀려 내가 알아채지 못하거나 늦게 알았다면 어떻게 됐을까ㅠ 생각하기도 싫다. 나는 지금도 포도를 보며 니가 망고랑 엄마를 다 살렸다고 말한다.


시술

26주 이전이면 레이저 시술(서울 아산, 서울대 본원, 부산 백병원에서만 가능)을 하고 그 후에는 양수감압술 등을 하면서 주수를 끌다가 분만한다.

비급여라 시술비만 380 정도이고, 6일간 입원하고 진료 받고 2번 외래비 포함해서 480 정도 거의 5백 나왔다. 회사 보험에 임신 특약이 있어서 비급여 80퍼센트를 받았다. 태아 보험에도 산모 특약이 있었던거 같은데 올해 4월부터 없어진 걸로 안다. (내가 태아 보험을 들지 않아 이 부분은 정확하지 않다.) 그 외에 양수 관련 질병 코드를 받으면 고위험 산모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나는 시술 받은 주후가 20주가 넘지 않아 해당 되지 않았다. -> 2019년 후반기부터 변경되어 소득 180 퍼센트 이내인 경우 신청이 가능합니다

척추 마취를 한다. 아가들이 레이저쪽으로 올 수 없게 물을 뿌리면서 하고 (엄마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 숨 참으세요 할때 숨 참으면 레이저를 쏘기 때문에 숨만 잘 참으면 된다. 10초에서 길게는 20초 정도인데 전혀 힘들 정도는 아니다. 총 시술 시간은 마취 포함해서 1시간도 안 걸리는 거 같다.


시술 후 주의해야 할 점

태반이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 절대 안정이란 회사에 다닌다면 출산 휴가를 일찍 쓰고 집안일이나 운동 등을 일체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건강해졌다고 산책 하고 청소하고 요리하고 해서 조기 수축이 온 것 같다ㅠ

조기 수축이 위험한 이유는 조기 수축이 오면 경부 길이가 짧아지거나 양수가 터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약간 의료사고 아닌 의료사고 같은 일이 있었는데, 아산 두번째 외래에서 경부 길이가 짧아서 이러면 약을 먹는 방법도 있어요 했고 나는 그냥 네- 하고 왔는데 후에 조기 수축으로 분당 서울대에 입원 할때 아산에서 치료 받았던 서류를 내느라 확인할 때, 그 외래에서 수축 억제제 약 처방이 나온걸 알게 되었다. 미리 수납하느라 진료 후에 바로 주차장으로 직진하느라 몰랐는데 말이다. 아달라트라는 약인데 원래는 고혈압 약이지만 임산부에게는 수축 억제제로 사용된다. 이 약을 먹었으면 아가들을 조금이라도 더 품을 수 있었을까. 지금 모두 건강하게 크고 있는 이상 이런 건 생각하지 않기로 하자.




쌍태아 수혈 증후군은 정말 드물어서 일반 작은 병원에서는 알기 힘들다고 한다. 실제로 비슷한 시기에 쌍둥이 나라 카페에서도 다니던 병원에서는 별 말 없었으나 쌍태아 수혈 증후군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던 촉이 좋은 엄마가 혹시나 하고 진료를 봤다가 무사히 수술을 한 경우가 있었다. 그 글을 보니  미리 발견해준 동네 병원 의사 선생님께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일란성 쌍둥이 엄마라면 항상 조심하고 의심 또 의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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