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속 말하기는 재주가 아니라 센스다
말을 잘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말하고 싶은 욕구를 참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통의 달인들은 의외로 말솜씨가 유창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들의 말은 절제돼 있고,
과도한 제스처도 사용하지 않으며,
오히려 들어주는 것에 능숙하다.
하루 24시간을 보내는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게 된다. 친구들과의 가벼운 수다부터 목적을 가진 직장에서의 대화 그리고 고민을 이야기하거나 토론을 하는 등의 무거운 대화까지. 대상과 주제를 고려하면 하루에도 수백 가지의 대화를 하게 된다. 이 책은 이런 대화와 소통에 대한 센스를 기르는 법을 알려준다.
주변 사람들 중 유난히 대화를 나누기 싫은 사람들이 있다. '저 사람은 말투가 불친절해'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이야' '대화하는데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지를 않아' 등등 그 이유는 다양하다. 그들이 말하기를 못하거나 말재주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말센스가 없기에 대화하기 싫은 사람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얼마나 말을 잘하는 사람이냐 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잘 들어주느냐에 달려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개그맨처럼 몇 시간이고 재밌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사람보다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게 해 주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론적으로 대화를 잘하는 방법은 너무 쉬워서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말하기보다는 듣기와 같은 것들 말이다. 이 책도 보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들을 말하고 있다. 사실 목차만 봐도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핵심 메시지가 잘 정리되어 있다. 16개의 핵심 메시지 중 비슷한 것들을 묶어 요약해보니 3가지 정도로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데는 이런 욕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1) 모든 대화 속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구
2) 잘못된 것을 선생님처럼 짚어주며 대화를 통제하고 싶은 욕구
3) 아는 척하고 싶은 욕구
모든 주제에 대해서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의 말에 리액션을 해주고 궁금해하기보다는 '나도', '내가 예전에'로 시작되는 말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통 그렇다. 이런 경우 특히 고민상담을 할 때 최악의 대화 상대가 된다. '나도 해봤는데 다 지나가', '별거 아니야'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고민 상담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상황이 아니라면 말을 아끼는 것이 좋다.
대화를 잘한다는 것은 말을 해야 할 때와
말을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안다는 것이다.
'잡초밭에 들어가 배회하지 않는다.' 7장의 제목이며 가장 눈을 사로잡았던 문장이다. 대화에서 잡초밭이란 불필요한 내용을 시시콜콜 떠들어대는 것으로 잡초밭에 빠지게 되면 대화는 중심을 잃고 부질없는 이야기들만 난무하게 된다. 한마디로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전혀 영양가 없는 대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반복도 피해야 하는 습관이라고 말한다. 좋은 말이라고 할지라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부하라는 부모님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없을 것이다. 다만 알겠으니 이제 그만 듣고 싶을 뿐이다.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또 다른 실수는
한 주제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털어놓는 것이다.
대화를 해야 하는데 온통 말하지 말라는 말만 한다. 듣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았다. 그렇다면 잘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잘 듣는 방법으로는 이런 방법들을 추천해 준다.
1) 대화 중 머릿속에 떠오르는 다른 생각은 흘려보내기 (‘나라면 이랬을 텐데’, ‘그땐 이랬어야지’, ‘왜 그런 생각을 고집할까’와 같이 대화에 내 얘기를 끼워 넣고 싶은 생각)
2)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듣고, 말이 아닌 태도로 대화하기
3)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 건너뛰려 하지 않기
4) 상대가 보내는 신호를 잘 캐치하고 질문하기
대화란 주고받는 것이다.
그러나 그 주고받는 것이 꼭 말일 필요는 없다.
눈빛만으로도 감정을 공유할 수 있고,
표정만으로도 상대에게 나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대화의 절반은 말이 아닌 것들이다.
대화를 잘한다는 것은 그러한 비언어적 공감력을 발휘할 줄 안다는 것이다.
결국은 말하기를 줄이고 공감하며 들으라는 말이다.
얼마 전에 한 모임에서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너는 잘 들어주고 말을 예쁘게 하니까 MBTI F일 것 같아.' 나는 F가 맞다. 놀란 부분은 F를 맞췄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의 대화 성향에 대해 인지하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지 않은 대화를 해봤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대화 성향이라는 건 쉽게 파악되는 것이고 누구나 알게 모르게 대화하고 싶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고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 자주 만나거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이 아니라 더 놀랐다.
결국은 말하기가 아니라 대화하기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말은 혼자도 할 수 있지만 대화는 함께 하는 것이다. 자기중심적인 대화에서 벗어나 얼마나 상대방을 배려하느냐가 대화를 잘하는 방법 혹은 말센스를 기르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미 오랜 기간 자리 잡힌 말습관이라 쉽게 실천되지는 않는다. 이야기를 듣다가도 어느샌가 내 얘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쓸데없는 말을 했다는 생각에 다음날 후회를 하는 일이 간혹 생기는 것을 보면 그렇다.
'말센스'는 새로운 정보를 담고 있는 어려운 책은 아니다. 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한 번쯤 가볍게 읽어보기 좋을 것 같다. 다만 대화를 잘하고 있는 사람은 이미 다 아는 내용일 것이고, 대화를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 못한다는 걸 인지하지 못해 책을 찾아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논리에 엄청난 가치를 부여하면서
감정의 중요성은 무시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대화는 논쟁이 아니다.
대화 당사자들이 IQ와 EQ를 모두 사용할 때만,
비로소 훌륭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하면 그렇지 않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가 된다. 스스로를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주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더 고평가를 받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위 책은 말하기가 아닌 대화하기에 초점을 맞춘 '말센스'라서 말하는 것을 참고 듣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말센스와 동시에 말재주를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래 최근에 본 말하기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한석준 아나운서의 영상 하나를 첨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