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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생의 무려 삼분의 이, 그러니까 약 이십년 동안 저는 호동이라는 아주 특별한 고양이의 집사로 살아 왔습니다. 전 주인의 파양으로 인해 저와 가족이 된 호동이는 더없이 착하고, 인간을 사랑하고, 제 모든 언어를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고양이었어요.
그래서 3년 전 호동이가 제 곁을 떠나 고양이 별로 갔을 때, 저는 텅 비어버린 마음과 허전한 집 구석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사실 저는 평생 동물과 함께 살아왔어요. 호동이 외에도 제가 하늘나라에 가면 마중 나와 줄 아이들이 잔뜩 있지요.
그랬기에 갑작스럽게 맞이한 반려동물 없는 삶이 낯설고 차갑게 느껴졌지만, 아직 새로운 아이를 가족으로 맞이할 준비는 되지 않았기에 유기동물보호소 봉사와 임시보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구조된 동물이 입양처를 찾기 전까지 가정에서 안전하게 보살펴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통 줄여서 '임보'라고 부르고 있어요.
입양을 바로 가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입양처를 찾는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중간을 연결해주는 임보 과정이 필요해요. 임보자는 임보 동물이 좋은 입양처를 찾을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은 일들을 합니다.
듬뿍 사랑과 신뢰를 줘서 사람을 다시 믿을 수 있도록 도와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도록 해요.
잘 지내는 예쁜 모습들을 찍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해요.
현재까지 많은 고양이들이 제 품을 거쳐 평생 함께할 가족을 찾아 갔어요. 사람으로부터 상처 받은 아이들이 서서히 마음을 열고, 곁을 내주고, 사랑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익숙해져가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죠. 사실 임시보호를 통해 가장 큰 위로와 행복을 얻은 것은, 고양이들이 아닌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말랑한 발바닥과 부드러운 털, 나를 올려다보는 눈동자와 따끈한 온기. 집 한 켠에 그 작고 폭신한 존재가 있다는 것이 때로 고된 삶을 헤쳐나가는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요. 작은 고양이, 강아지 한 마리가 때로는 인간의 삶 전체를 구원하기도 합니다.
여러 차례 임보를 해오며, 저는 임보가 입양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임보는 단순히 입양가기 전까지 잠깐 돌보아 주는 일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유기동물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에요.
이처럼 높은 사망률의 원인은, 수많은 동물들이 입양을 갈 때까지 머무를 안전하고 청결한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보호소의 공간과 인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10일이라는 턱없이 짧은 공고 기간 이후에 안락사가 진행되고, 많은 동물들이 주인을 찾을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것은 충분히 무거워야 하는 일입니다. 불쌍하다고 무턱대고 입양을 할 수는 없지요. 한 마리의 동물이 제대로 된 입양처를 찾기까지 수 개월, 수 년이 걸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결국 모든 아이들이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열어주는 첫 단추가 바로 임시보호입니다. 우선 살아 있어야, 입양도 갈 수 있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임보처에 있는 아이들은 보호소에 있는 아이들보다 훨씬 빠르게 입양을 갈 수 있어요. 사람과 지내는 법을 빠르게 학습하기도 하고, 가정에서 훨씬 더 깨끗하고 예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으며, SNS나 카페 등에 공유되는 임보 일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질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처럼 구조된 동물이 입양을 가기까지 중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임시보호입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반려동물,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지 않아 임시보호의 중요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죠.
게다가 막상 임보를 하고 싶어도 어디서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는지 등을 알아보기도 쉽지 않아요. 또 좋은 마음으로 임보를 했다가 괜히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이 앞서기도 하죠. 임보를 한번쯤 생각해보신 분이라면, 분명 아래와 같은 고민들을 해보셨을 거에요.
입양을 못가서 내가 책임져야 하면 어떡하지?
나는 원룸에 혼자 사는데 괜찮을까?
임보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 거지?
집에 다른 아이가 있는데 혹시 병이 옮으면?
이 모든 고민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해결해드려 더 많은 분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임보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동물뿐 아니라 사람도 함께 행복해질 수 있도록 지난 7월부터 유기동물 소셜벤처 '핌피바이러스' 팀을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핌피바이러스의 이름은 '핌피현상(Please In My Front Yard)' 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원래는 본인 지역에 이익이 되는 시설들을 끌어오려고 하는 지역 이기주의를 지칭하는 용어인데, 'Please'를 'Paw(동물의 발바닥)'로 바꾸어 '제발 우리 집에 와줘, 말랑한 발바닥들아!' 하고 외치게 되는 바이러스가 퍼져나간다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거죠.
'핌피'에는 내 집 한 켠에 동물이 머물 곳을 내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하지만 물리적인 것 뿐 아니라 마음 한 켠에 작은 동물 한 마리를 위해 내줄 수 있는 여유만 있다면, 모두가 핌피바이러스를 전파하는 '핌퍼'입니다.
핌피는 현재 임시보호 상담, 교육, 연결 등 다양한 임보 관련 활동을 지원하며 정기적으로 보호소 봉사를 주최하고 있어요. 또 동물을 주제로 한 다양한 소셜 모임, 파티, 행사 등을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핌피바이러스를 전파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imfyvirus
브런치 https://brunch.co.kr/@pimfyvirus
핌피는 임보 관련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요. 임시보호를 맡기는 구조자 혹은 보호소도, 임시보호를 하는 임보자도 이미 유기동물을 위해 큰 노력과 희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다른 부담을 지워드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플랫폼 오픈 3개월만에 많은 문의와 신청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어요. 저희가 생각했던 대로 임보를 하고 싶어하는 분도, 임보처를 급하게 구하는 분도 너무너무 많았습니다.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신념 하나로 모인 핌피의 팀원들은 모두 본업이 있지만 밤낮을 쪼개가며 열심히 달리고 있어요. 큰 보람을 느끼는 동시에, 제대로 된 수익 없이 서비스 운영을 장기적으로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실을 점차 직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펀딩을 통해 모인 후원금은 핌피바이러스 운영을 위해 사용될 예정입니다. 후원금으로 더 열심히 임시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알리고, 구조자와 임보자를 돕고, 반려동물 인식 개선에 힘쓰며, 무엇보다 단 한 마리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겠습니다.
저희가 세상을 한순간에 바꿀 수는 없을지라도, 어느 한 마리의 세상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믿으니까요.
후원은 1,000원부터 가능합니다
펀딩 오픈 알림신청 하러가기 https://www.wadiz.kr/web/wcomingsoon/rwd/167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