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선정부터 사업 구체화까지 딱 2주
유기동물 소셜벤처로 야심 차게 팀을 꾸린 우리들. 아직 제대로 된 팀명도 없는 우리의 첫 목표는, 고작 2주 남은 2022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우선 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로 구성된 3명이서 아이디어 회의를 급하게 시작했는데, 개인 사정으로 면접 대기 중이었던 개발자 분의 일정이 당겨져서 생각보다 빠르게 합류하게 되었다. 명확한 사업 아이템도 없이 무작정 공모전 참가라니. 우선 우리의 메인 서비스를 규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유기동물을 돕는 일을 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예상은 했지만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여간 일이 아니었다.
거의 매일 같이 회의가 이어졌다. 그 와중에 나는 여름휴가로 멀리 떠나 있었는데, 차로 이동 중에도, 숙소에 돌아와서도, 거의 여행의 대부분을 사업 구체화 그리고 팀 회의로 흘려보내야 했다. 하지만 힘들다기보다는 오히려 힘이 났다. 막막하지만 설렜고, 막연하지만 즐거웠다. 무언가 멋진 일이 시작될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혼자 끙끙 앓을 필요 없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줄 팀원들이 있다는 게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자료 조사하기, 도식화 하기, 초안 작성하기 등 각자 파트를 나누어 바쁘게 뛰어다녔다. 사업계획서 잘 작성하는 강의도 듣고 책도 읽고, 이전 수상팀들과 실제 사례도 열심히 조사했다.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그래도 '아,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싶은 가닥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우선 우리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명확했다. 매년 약 13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그중 약 절반이 안락사 혹은 자연사를 맞이한다는 것. 그리고 모든 유기동물에게 행복한 미래를 보장해주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
사실 문제에 대한 해답도 간단하다. 처음부터 버리지 않으면 되고, 유기된 아이들은 모두 입양을 가면 된다. 하지만 현실에는 높은 벽이 있기 마련이다. 우선 반려동물을 유기하지 않으려면 개개인의 인식 수준이 개선되어야 하는데, 단순히 홍보물을 뿌리거나 '반려동물은 가족입니다!'를 외치는 것만으로 모든 이들의 마음가짐이 빠르게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회는 분명 나은 방향으로 천천히 바뀌어 나가고 있다. 10년 전과 현재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다르듯이, 또 한 번의 10년 후에는 분명 지금보다 조금 앞으로 나아가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그렇게 천천히 사회가 바뀌어 나가는 동안 수십, 수백만 마리의 동물들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니까'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물론 유기동물 한 마리를 구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내가 오늘 한 마리를 구해도 내일 수십 마리의 새로운 유기동물이 생겨날 테니까. 어쩌면 그 노력은 국내 유기동물 사망률을 줄이는데 0.1% 조차 기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 한 마리의 세상은 영원히 바꿀 수 있다는 점, 내일 당장 안락사되는 생명을 10여 년 넘게 사랑과 행복을 전하는 존재로 거듭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를 간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입양률을 올릴 수 있을지'에 집중하고자 했다. 원인을 끊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루하루가 당장 급한 생명들에 우선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유기동물이 입양되려면 우선 구조가 이루어져야 하고, 입양이 될 때까지 안전한 장소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병에 걸려 죽거나, 다른 동물들에게 물려 죽지 않을 수 있도록. 하지만 현재 국내 유기동물 관리 시스템의 실정은 이 부분이 매우 미흡하다. 관리가 잘 되는 시보호소 같은 경우 받을 수 있는 개체 수가 극히 한정적이고, 대다수 사설보호소의 경우 안락사를 시행한다. 한편 안락사를 하지 않는 보호소는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가 없다. 안락사를 할 때마다 일정 비용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이를 악용하여 인도적 처사 없이(고통을 없애고 다른 개들이 해당 장면을 보지 못하게 하는 등) 불법 안락사를 시행하는 시설도 있다.
그렇다고 인력, 공간, 자금 등 모든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무조건 보호소에게 짐을 지울 수는 없다. 국가의 정책 및 시스템의 부재, 혹은 부족으로 인해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경제적 가치와 결합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회사의 형태가 사회적 기업, 소셜벤처이다. 우리는 바로 이 부분, 즉 구조에서 입양까지의 연결 고리가 약한 점을 문제점으로 삼았고, 어떻게 하면 이 부분을 개선할 수 있을지 회의를 거듭했다.
만약 개인들이 조금 더 나서서 도움을 보탤 수 있다면, 상황이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현재도 물론 수많은 개인 구조자, 임보자, 그리고 입양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비율로 보았을 때 실제로 유기동물을 돕기 위해 행동하는 이들은 여전히 극소수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대부분 사람들은 강아지와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고, 유기동물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는데, 왜 행동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각자 사느라 너무 바쁘기 때문이고,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 아픈 동물, 도움이 필요한 동물과 마주친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선뜻 나서기는 힘들다. 병원비도 들어갈 것이고, 당장 어디다 데려다 놓아야 하며, 입양은 어떻게 보내지? 생각할 것들, 희생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공간을 제공하고, 입양 홍보도 해줄 수 있고, 병원비도 보태줄 수 있다면. 병원까지 데려가는 것은? 딱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나온 우리의 솔루션은 아래와 같았다.
매년 꾸준히 상승세인 유기동물 관련 문제를,
개인이 책임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유기동물 구조 및 입양 플랫폼 서비스 제공으로 개선하고자 함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라는 말처럼, 우리가 상상하는 포키퍼는 십시일반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과 노력을 모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플랫폼이었다. 다만 문제는, 수익 모델이었다. 플랫폼은 플랫폼인데.. 여기서 누구한테 돈을 받을 수 있지? 수수료를 뗄 수 있는 대상이 모호한 것이다. 모든 사회적 기업이 해결해야 할 큰 숙제와 맞부딪혔다. 경제적 가치 실현을 통해 자생력을 갖추는 것.
분명한 것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은 자선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좋은 일로, 돈을 벌고 싶었다. 그것도 기왕이면 많이. 각자의 본업을 뻥, 박차고 나올 수 있을 만큼. 그러니까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경제적 수익을 창출해 내는 일. 이걸 대체,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고심 끝에 우리가 생각한 수익 구조는 이거였다. 우리가 매우 적극적으로, 고품격 & 신개념 입양 홍보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최종 입양자에게 수수료의 명목으로 소정의 입양비를 받는 것. 이미 유기동물 시장에서 입양 시 일정의 책임비를 주고받는 관행은 보편화되어 있고, 엔카나 케이카처럼 기존 시장보다 고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높게 책정하는 플랫폼 모델도 존재하니, 우리가 잘 구현만 한다면 펫샵과도 경쟁할 수 있는, 충분히 승산 있는 모델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그렇게 마감일 전날까지 밤을 새 가며 우리의 첫 번째 사업계획서를 마무리 지었다. 사실 이때는 우리의 사업 모델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혁신적인지 보다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제법 그럴듯하게(적어도 우리 생각에는) 해냈다! 하는 생각에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소셜벤처 경연대회는 1차 서류, 2차 권역대회, 3차 전국대회로 진행된다. 그렇다면 과연 야심 찬 우리 팀의 첫 번째 도전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다음 편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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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pimfyvirus/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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