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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핌피바이러스 Oct 11. 2022

하룻강아지,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도전하다 2

과연 그 결과는요...! 

전편 먼저 보고 오기

https://brunch.co.kr/@pimfyvirus/8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보기 좋게 떨어졌다. 물론 실망스러웠지만, 놀랍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허겁지겁 서류를 제출한 뒤, 차근차근 서비스를 정비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수익 모델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사업자 문제 관련하여 연락 중이던 구청 담당자에게 이런 안내를 들었다. 


"유기동물 판매는
법적으로 불가합니다."


아! 그렇구나.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반려동물은 현재 사유 재산으로 분류가 되니, 따지고 보면 길에 떨어진 분실물을 주워 예쁘게 포장하고 홍보해 재판매하겠다는 소리. 그러니까 우리는 불법적으로 사업을 해보겠다는 주장을 무려, 32페이지에 걸쳐 늘어놓은 것이다. 그야말로 뭣도 모르는 하룻강아지였다. 




우리의 첫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얻은 것은 적지 않았다. 우리 서비스의 초석이 될 자료 조사가 진행되었고 많은 데이터들이 쌓였다. 모든 사업계획서의 초석이 될 첫 틀이 탄생했다(수정할 부분은 너무나 많을지라도). 팀 결성 후 처음으로 팀워크를 맞춰 보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팀원 한 명이 이탈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합류했던 개발자였다. 멋진 일로 세상을 같이 바꾸어 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2주간 진행된 수많은 회의들을 통해 그는 이 영역은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님을 깨달은 듯했다. 사실 팀에 합류하기 전부터,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다른 팀원들과 달리 그는 반려동물과 함께 해 본 경험이 전무했던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물을 좋아한다. 귀엽고, 사랑스러우니까. 하지만 단순히 동물에 대한 호감이 있는 것과, 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본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랬기에 과연 우리의 미션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전력을 다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고, 그 역시 본인에게 그런 마음이 생길지 궁금하다고 답했다. 그래서 소셜벤처 경연대회까지 함께 일해보며 조금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던 것이다.


함께하는 기간 동안 우리는 그에게 '왜 이 일이 필요한지'에 대해 계속해서 설명해야 했다. 경연대회가 끝나고 그는 나에게 '좋은 일이라는 건 알지만, 진심으로 동기부여는 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분명 서로 같은 것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각자의 길을 가기로, 그리고 언젠가 그 길이 겹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서로의 앞날을 응원하기로 했다. 




하나 큰일이 지나고 나니 뭔가 맥이 탁, 풀리는 것 같았지만 아직 그럴 때가 아니다. 실망할 틈 없이 새로운 지원 사업을 찾아 다시 기획서를 써나가기 시작한다. 소셜벤처 혹은 스타트업에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도 죄다 지원한다. 반려동물 플리마켓도 참여해보자고, 팔 것도 없으면서 무턱대고 신청서부터 넣어본다. 


그리고 다시 개발자 공고를 내보기로 한다. 우리에게는 개발자의 시선이 필요해! 다만 이번에는 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고, 그래서 우리의 미션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기로 한다.

당시 인스타에 냈던 개발자 모집 공고 중 일부


마케터, 디자이너에 비해 동물을 찐으로 사랑하는 개발자는 제법 귀한가 보다. 지원서의 양이 확 줄어들었다. 다행히도 그중 '세상의 모든 동물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원했다는 글귀가 마음에 꽂혔다.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두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고 했고, 멀리 살고 있지만 얼마든지 올 수 있다고 했고, 대화 톤은 극히 차분했지만 누구보다 진심으로 이 일을 원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리고, INFP였다. MBTI로 사람을 뽑을 건 아니지만 나는 어쩐지 우리 조직에 INFP 한 명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조용하지만 신중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다정함을 잃지 않을 사람. 묵묵히 우리의 중심 가치를 지켜줄 수호자 같은-


그렇게 4년 차 프론트엔드 개발자인 쏭이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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