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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kay Jun 14. 2023

넘어서는 안되는 역치.

짧은 생각 <셋>


#1

2018년에 집행되었던

미원의 미필적 선의 캠페인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예전에는 조미료를 넣는다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과 함께,

주부의 입장에서 부족한 요리 실력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작용했었거든요.

그래서 집안에 조미료가 있는 것이 약간

금기시되던 때가 있었더란 말입니다.

그만큼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아마 이렇게 조미료에 관대해진 것은

간헐적 단식이니 하며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많아진 탓도,

하도 많이 외식을 하다 보니 조미료에 익숙해진 것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내가 직접 해 먹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기에,

맛있게 음식을 만드는 과정의 공감 포인트가 줄어든 탓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래서 조미료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걸 겁니다.


#3

그러면 이 여세를 몰아 이것도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

뭐 5,000원 내외로 하는 김밥천국 라면이나 만두가 아니라,

꽤 유명한 육개장 맛집이 (가격도 돈 만원 이상하는 나름 꽤 퀄리티 있는 집)

사실은 직접 끓인 게 아니라 어딘가 공장에서 다 끓여진 레토르트 제품을

그냥 전자레인지에서 데워서 나온 상품이라는 걸 말이죠.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이 사실을 알게 된 이 순간 쉽게 받아들여지시나요?


#4

전 아닐 것 같아요.

물론 외식에서 음식이 전부를 차지하지는 않을 거예요.

음식을 취식하는 장소, 시간, 분위기 등 전반이 차지하기에,

당장은 받아들이는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치겠죠.)


하지만 결국 긴 시간 후에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편의점 레토르트나 한솥도시락에 밀려서 사라져 버릴 것 같아요.

결국 소비자들에게는 이러한 사실이 점점 알려진다면,

어느 종국에는 편의점이나 그 상품이 본질적으로 같은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기 때문이에요.


#5

"깡통을 사도 중형을 사라"

사회 초년생에 풀옵션 준중형 승용차를 사려고 고민했던 저에게,

선배가 단단한 어투로 조언하던 것이 생각납니다.

아무리 풀옵션 준중형도 다른 사람 눈에는 준중형일 뿐이며,

중형에 비할 수 없다는 그의 조언이 다시 새겨집니다.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싶다면,

나은 위치에 서고 싶다면,

본질적으로 달라야 합니다.


고로 사람들의 생각에도,

본질이라는 역치가 있습니다.

그 역치 안에서의 변화만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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