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멋대로 감상평 <첫 번째>
#1
난 픽사를 좋아한다.
그들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인 토이스토리는 중학생 때였고,
세계 첫 번째 3D 애니메이션이었다.
아직도 영화관에서 처음 만났던
상상만 했던 장난감이 내가 없으면 움직인다는
기발한 상상력의 그 첫 번째 토이스토리를 잊지 못한다.
그 시절부터, 나의 매년 여름은 픽사 애니메이션과 함께였다.
#2
그중에서도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픽사의 작품을 손에 꼽자면 아래와 같다.
'up', '토이스토리 3', '인사이드아웃', '소울'
이 들의 특징을 꺼내어 보면,
내가 왜 픽사의 작품이 내 사랑이며,
왜 그토록 픽사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지 알 수 있다.
첫째, 비전형적이다.
통상 애니메이션은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워야 하기에
클리셰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도전하는 삶', '위기의 극복 뒤 찾아오는 해피 엔딩' 등등
그러나 픽사 애니메이션은 그런 부분에 늘 멀리 떨어져 있는 편이다.
삶의 다양한 의미와 목표를 고찰하고,
작은 부분에도 눈길을 주기도 한다.
전형적이지 않으면서,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건강한 다양성을
추구하는 점이 픽사의 큰 장점이다.
대표적으로, 슬픔의 가치를 처음으로 이야기한
'인사이드아웃'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둘째, 소재의 참신성이다.
애니메이션의 장점인 화면의 화려함을 극대화하여,
직관적인 시각의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여타 애니메이션과 달리
소재의 참신성과 결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제까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을 비주얼라이징함으로,
다른 관점에서의 만족감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후세계를 묘사한 '소울'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셋째, 이야기와 주제 의식을 통한 영화적 즐거움이다.
대부분의 대중적 애니메이션은 영화가 그리기 어려운
상상의 영역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로 인해 주는 영화적 즐거움이 '새로움', '신기함', '웅장함'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러나 픽사는 이야기와 감독의 선명한 주제 의식을 통해
관객에 생각할 거리를 열어주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3
자 그렇다면,
픽사 영화의 장점인 위의 세 가지를 기준으로
픽사의 2023년에 개봉한 27번째 장편영화 '엘리멘탈'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첫째, 비전형적인가?
영화 '엘리멘탈'의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난 후,
가장 먼저 남은 잔상은 '디즈니 100'이었다.
즉 이 영화를 감상하고 남은 가장 큰 인상은 픽사가 만든,
디즈니의 100년을 축하하기 위한 장편영화와 같다는 느낌이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포카혼타스, 알라딘, 타잔 등과 같이 전인류적 인종 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느낌이 매우 강했다.
아랍과 서양이 연상되는 구도, 가치 체계에 대한 고찰
이민자와 원주민의 갈등 등
전반적으로 과거 디즈니의 문법이 많이 들어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다고 깊거나 새로운 시각이 담겨있지도 않았다.
즉, 픽사 특유의 비전형성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고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큰 것에 집중한 영화였다.
둘째, 소재는 참신한가?
평등하다고 믿고 살지만,
미묘하게 존재하는 평등과 사람 사이에 세워진 벽들과 사람들 사이의 다름을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과 성격 등을 복합적으로 결합하여
원소라는 개념으로 표현한 것은 매우 참신했다.
소재적 참신함으로는 '역시 픽사'라는 단어가 나올만했다.
셋째, 이야기와 주제 의식을 통한 영화적 매력을 주고 있는가?
매우 창의적인 비주얼라이징과 참신한 소재는 이 영화의 매력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울림을 주고 있지는 못했다.
결국, 이 영화는 나와 다른 누군가를 만나 갈등을 겪지만,
나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 다른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과
차별화하지 못한 모습이다.
영화를 보고,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묘한 기시감에 빠지게 된 것도 아마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4
고로, 위의 세 가지 요소를 통해 픽사를 사랑하는 나에게,
엘리멘탈은 "다소 아쉬웠다"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아들과 단둘의 첫 영화관 데이트를 했다는 점과
오랫만에 영화관에서 내가 영화를 참 사랑했었구나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는 점,
눈에 보이는 것으로의 영화적 즐거움을 충분히 주었다는 점,
영상과 음악의 환상적인 조화로 가슴 뛰는 즐거움을 주었다는 점까지 생각해 보면
이 영화는 픽사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이름만 아니었다면
좋은 평가를 받았을만한 영화로 기억되리라 생각한다.
"픽사이기에, 낮은 평가받은 불우한 애니메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