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을 이해하기 위한 네 번째 퍼즐.
#1
2003년,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선호도 확인을 위한 블라인드 테스트가 실행된다.
상표를 가린 상태로 진행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는 놀랍게도 무승부.
그러나, 상표를 공개하고 진행된 테스트에서는 7:3
압도적인 차이로 코카콜라가 펩시콜라에 승리를 거두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유를 알기 위해 실험 참가자를 기능성 자기 공명영상(fMRI) 장치 안에 들어가게 한 후,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먼저 본인이 마신 콜라가 어떤 브랜드인지 모르는 블라인드 상태에서
양쪽 브랜드의 제품을 음용했을 때,
모두 동일한 뇌 영역, 즉 ‘측중격핵(달콤한 맛을 느끼는 부분)’이 크게 활성화되었다.
반면, 두 브랜드임을 고지 후에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코카콜라는 측중격핵 외에도 대뇌 위쪽·앞쪽에 자리한
등쪽 이마앞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과
해마(hippocampus)가 활성화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영역은 정서적인 정보에 따라
특정 행동을 선택하게 만드는 기능과 관련되어 있으며,
해마는 기업과 학습과 관련된 영역이다.
펩시콜라에서는 이러한 영역의 활성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코카콜라는 맛으로
펩시콜라를 이긴 것이 아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다.
코카콜라의 승리 요인은 연계된 정서적 기억과 감정이 그 요인이라는 것이다.
코카콜라의 행복, 산타 할아버지, 북극곰의 화려한 이미지
즉, 브랜드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지만 긍정적인 노드를 만들어 낸
이미지 커뮤니케이션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요소이다.
#2
이런 사례가 있기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브랜딩이 중요하다"
"마케팅은 인식이므로 이미지가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하죠.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이제 브랜드와의 간접적인 연관성만 있는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다른 말로 하면 실체와 너무 가느다랗게 연결되어 있거나,
기대 반응과 같은 브랜드와 특정할 수 없는 특징과 연결되어 있는
브랜딩은 사실 이제 좀
성공하기 어려운 낯 간지러운 이야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3
너무 도발적인가요?
이유를 말씀드릴게요.
첫째는 정보의 제한성이 이제 사라져 가기 때문입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 즉, 195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우리의 삶에서 실생활과 관련된 중요 정보의 원천은
고도로 제한된 발신자가 정제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TV, 라디오, 신문, 잡지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즉, 소수만이 틀어쥐고 있는 그들의 메시지에는 공신력과 힘이 있었죠.
고로, 그 당시 수신자인 우리는 그 매체가 내뿜는 순응하고 강력함에
길들여질 수밖에 없던 시기였었죠.
그들의 이야기가 수신자인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데 원천이 되는 건 당연했고요.
고로 그곳에서 전달되는 이미지 차별화된 커뮤니케이션 또한
힘이 있고, 막강한 영향력이 있었죠.
그리고 사실 그걸 검증할 만한 다른 원천조차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는 정보의 접근성이 사실 무한대에 가까워졌어요.
발신자의 층도 더 다양해졌고요.
세련미는 떨어져도 더 다양한 레이어의 정보를 다양하게,
쌍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삶을 돌아보세요.
우리는 돈을 주고 만든 광고보다,
누군가 아무런 대가 없이 직접 제품을 써보고 난 후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직접 느끼며 살아가고 있지 않나요?
유튜버들의 뒷광고 논란이 바로 그런 것 아닌가요?
즉 다양한 메신저가 생기고 정보의 유통처가 생겨 버린 지금은
실체에 기반하지 않거나 약한데,
일관되고 정제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져 버렸습니다.
혹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점점 비효율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죠.
#4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에요
더 큰 이유는 바로 여기 또 있습니다.
둘째, 기술의 발달로 브랜드의 전환 비용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에요.
과거 코카콜라의 이미지 커뮤니케이션은 소비자에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었죠.
동네 슈퍼마켓 주인아저씨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주인아저씨 입장에서는 제한된 매대에서 많은 매출을 올려야 했기에,
매대에는 펩시콜라보다는 코카콜라가 더 넓은 영역을 차지할 수밖에 없었어요.
심지어 어떤 마트에는 코카콜라만 있기도 했죠.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코카콜라에 더더욱 익숙해질 수밖에 없죠.
그리고 더욱 길들여지게 되겠죠?
이런 상황이 되면, 명확한 선호로 인해 펩시콜라를 마신다는 것이
두려워지고 불편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타 브랜드로 전환 비용이 높아지고, 충성도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마음에 자리를 잡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제한된 매대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가고 있어요.
배송에서의 혁신, 이커머스의 긍정적 사용 경험, 경쟁력 있는 가격 등
사람들은 온라인 쇼핑의 장점을 점점 더 많이 알아가고 있죠.
매대의 제한이 없는 온라인 쇼핑에서 이미지 차별화보다는
명확한 선택 준거 그리고 사람들의 후기가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마약 베개, 바디럽 등이
사랑을 받았던 것을 기억해 보세요.
옛날이라면, 쉽지 않았을 것들이
온라인으로 인해 빠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5
고로, 제 생각엔 실체가 없거나 미약하거나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이 비어있는
브랜딩은 소비자들에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여요.
단,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소비자가 열광하는 강력한 실체와 연결되어 있는 이미지는 더 사랑받을 테니까요.
코카콜라와 같이 이제까지 오랫동안 자산을 쌓아온 회사도 괜찮을 거예요.
오랜 시간 동안 고집과 헤리티지를 가지고 있는 회사도 괜찮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혹은 곧 태어날 브랜드에게 실체 없는 브랜딩은
수많은 브랜드 사이에서, 상품과 서비스 사이에서
수많은 선택 대안으로 둘러 쌓인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것이 분명하고,
곧바로 사형선고로 이어질 거예요.
그렇게 브랜딩에 열심이었던 현대카드는 왜 한계에 부딪쳤을까요?
브랜딩보다 투박하지만, 소비자의 경험과 실체에 집중한 쿠팡은 왜 그렇게 팬이 많을까요?
테슬라에게 오토파일럿과 일론 머스크의 혁신성이 없었다면,
지금과도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요?
세상과 소비자는 달라졌습니다.
감히 이야기해봅니다.
우리는 실체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