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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이라는 작은 극장의 무대 위에서

by 유니유니

우리는 인생에서 크고 작은 무대 위에 선다. 청중도 다르고 목적도 다르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면접’이라는 작은 극장이다. 이 극장의 조명 아래서 지원자는 자신의 경력과 역량,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담담히 펼쳐내야 한다. 과거에는 면접이 단순히 관문처럼 느껴졌을 뿐이었다. 새로 들어가려는 회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 채, 포지션에 맞추어 대략적으로 준비하고, 주어진 질문에 반응하는 데 그쳤다. 무대에 서 있는 배우가 아닌, 수동적으로 대본을 읽는 엑스트라처럼 행동한 것이다.


하지만 작은 회사에서 다양한 업무를 맡으며 한 조직의 전체적 흐름을 경험하게 되자, 면접이라는 장면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단순히 “이 사람이 이 일에 맞는가?”라는 이분법적 판단에 그쳤다면, 이제는 더 깊은 시선으로 인재를 바라보게 되었다. 이는 마치, 평범한 흑백 영화로 보이던 면접장이 서서히 색채를 띄고, 보다 풍부한 스토리를 담은 무대로 변한 듯한 기분이었다.


면접관의 의자에 앉으면, 나는 지원자의 커리어 여정이 담긴 필름을 되감아보려 한다. 그 사람이 지나온 길, 쌓아온 경험의 결들, 그리고 그 결 사이사이에 배어 있는 고민과 성장의 흔적을 들여다본다. 이 과정을 거치다 보면 단순히 “당신은 이 일을 잘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서 벗어나, “당신이 이 회사에서 어떤 가능성을 발견하고, 또 우리는 당신에게 어떤 성장의 발판을 제공할 수 있을까?”라는 한 단계 높은 차원의 대화로 나아갈 수 있다.


결국 면접은 단순히 ‘적합한 사람’을 고르는 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한 편의 희곡을 함께 써 내려갈 파트너를 찾는 과정에 가깝다. 하나의 회사라는 무대 위에 서서, 지원자와 조직이 서로의 역할을 인식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가를 조심스럽게 타진하는 것이다. 관객이 없고 대본도 미완성이지만, 두 주인공(기업과 지원자)이 서로의 목표와 가치관을 존중하고 이해할 때, 아름다운 협연이 탄생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먼저 지원자가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살펴본다. 이는 두 배우가 같은 극을 연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어서 지원자의 인성을 본다. 무대 뒤편에서 서로의 배역을 존중하고, 협연자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인가를 살피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지원자의 커리어 비전과 회사의 미션 사이에 얼마나 교집합이 있는지 파악한다. 배우가 무대에서 한 차례 공연만 하고 사라질 이방인이 아니라, 극 전체의 서사에 기여하는 인물로 성장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마지막으로는 이 관계가 서로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고민한다. 회사는 지원자에게 성장의 기회를, 지원자는 회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지, 그 상호작용을 면밀히 검토한다.


결국 면접의 본질은 역량과 목표, 그리고 가치를 중심으로 한 ‘접점’을 찾는 과정이다. 이 접점 위에서 기업과 지원자는 새로운 장을 펼쳐나간다. 그리고 그 장면은 단순히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나지 않는다. 만약 모든 퍼즐 조각이 맞아 떨어진다면, 이 무대 위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면접은 그래서 묵직하다. 그것은 누군가의 인생과 성장, 그리고 조직의 미래가 교차하는 ‘가능성’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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