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의 나는 세상에 대해 그리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회사를 다니게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서, 그냥 주어진 길을 따라갔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후 세상을 잘 모르던 시절, 그저 갈 수 있는 회사에 들어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세상을 조금씩 알아갔다.
한두 번의 이직과 결혼, 그리고 아이의 탄생. 그렇게 내 자리가 조금씩 잡히고 나서야 나는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내게 주어진 역할들 속에서 분주히 움직이며 앞만 보고 달려왔던 지난 시간을 되짚어 보니, 나는 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긴 채, 마치 물결에 떠밀리듯 살아왔던 것 같았다.
그러다 지난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잠시 멈춰 섰던 시간들. 그때 나는 묻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고, 어떤 역할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가? 나는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고자 하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왜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왔는가?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며 나 자신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어릴 적을 떠올리면, 나는 정말 많이 놀던 아이였다. 고등학교 초반까지만 해도 공부보다는 놀기에 더 진심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후반, 나는 처음으로 치열하게 공부라는 것을 해보았다. 그리고 그 노력은 대학 입학이라는 성과로 이어졌고, 대학에서도 나름 적성에 맞는 공부를 하며 비교적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준 장면은 따로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그때 나는 수학에 매달렸다. 하루에 문제집 한 권을 끝낼 정도로 집요하게, 어떤 문제든 풀리지 않으면 절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자세로 임했다. 한 문제에 몰입하며 답을 찾아가는 그 시간은 단순한 공부 이상의 의미였다. 그때의 나는 처음으로 무언가에 완전히 몰두하며 최선을 다하는 자신을 마주한 것이다.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의 연장선상에 있다. 내가 맡은 일에 대해 “이왕 할 거라면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자세, 그 태도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냈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가진 본질일지도 모른다. 결과에 상관없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이 끝까지 해내려는 마음. 그 마음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 준 원동력이었다.
나라는 사람을 다시 정의하고, 내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내려온 결론은 단순했다. 나는 그저 내가 맡은 일에 진심으로 다가가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증명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 그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고, 앞으로도 내가 어떤 길을 걸어가든 나를 지탱해 줄 중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