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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Jul 13. 2023

 지상 높은 곳에서 출발해 결국은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가여운 비의 운명. 정처 없이 세상 속으로 곤두박질쳐, 자신이 어딘가로 흘러 들어갈 운명임을 비는 과연 알고 있었을까? 빗물은 계속해서 순환하겠지. 한때는 강물이 되어, 또 한때는 바닷물이 되어 그렇게 세상을 떠돌아다니겠지. 애처로운 비의 운명. 역마살이 낀 비의 운명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슬픔.

 지난날에 가득했던 후회와 자책들이 떠올랐다. 땅바닥에 떨어지는 비를 보니, 내가 그토록 바라고, 열렬히 희망하던 것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던 때가 떠올랐다. 세상이 그리 험난할 줄도 모르고, 부딪치고 또 부딪쳤었다. 오늘도 세상 어딘가로 또 빨려 들어갈 ‘나’란 인간과 가여운 비. 비와 나의 앙상블은 오늘따라 슬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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