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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Jul 20. 2023

깨달음

1. 바람이 불어오면 나뭇잎들이 흔들린다. 풀포기가 땅바닥에서 자라나고, 하늘에는 태양이 뜬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 한 줄기 빛을 쳐다보며 나는 생각한다. 신의 존재를. 나는 자연 속에서 신을 보며, 신을 만난다. 그것은 지나가는 자동차에도, 사람들의 웃음에도, 우리가 숨 쉬는 공기에도 깃들어있다. 모든 것에 내재한 근본적인 무엇인가가 있다. 비밀스러운 지혜를 추구했던 고대 그리스도교인들은 그것을 ‘그노시즘’이라 부르기도 했고, 중동 지방의 이슬람교에서는 ‘수피즘’이라는 이름으로, 동양의 선불교에서는 ‘선’으로 부르기도 했다. 우리는 특정한 어떤 순간,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떠오르는 무언가로부터 감흥을 받아, 보다 심층적이고 근본적인 무언가와 만난다.

 자연에서 눈길을 돌려 개인의 내면으로 향할수록, 우리 깊은 곳에 내재한 고요한 참나를 바라본다. 우리에게는 절대적인 신성이 있다. 깊고 단단한 지점 밑으로 내려가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우리를 감싸고 있는 에고에서 벗어나, 참나와 하나가 되는 순간을 마주할 때 나는 신과 하나가 된다. 신과 소통을 하며, 신을 느낄 수 있다. 정신적인 고난과 극복할 수 없는 상처 앞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엄청난 육체적 고통이 내 머리와 가슴을 짓누르고 있을 때, 신은 내게로 왔다. 나는 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고, 신과의 합일을 꿈꿀 수 있었다. 

    

2. 칼 융에 따르면 인간은 대략 30살부터 개성화 과정이 시작된다고 한다. 질풍노도의 20대를 겪고, 30대부터 시작되는 내면의 몰두를 통해 우리는 각자의 길을 찾아 나선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마주한다. 10대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열정을 느끼기도 하고,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미로에서 헤매기도 하며, 모든 것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는 앎의 덫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가 위기에 빠졌을 때, 우리를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인도해 줄 근원은 바로 영적인 앎이다. 그것은 모든 종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길의 방향과도 같다. 출발지는 다르지만 목적지는 결국 같은 근본적인 앎 말이다. 표층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보다 심층적인 부분까지 가닿을 수 있는 그런 지식이자 경험은 우리에게 느닷없이 찾아온다. 인생을 살다 보면 다양한 사상들이 하나로 합쳐지고 서로의 경계가 무너지는 때가 찾아오게 되는데, 신은 때마침 그 시기에 인간에게 시련을 부여한다. 시간이 지나, 그 터널을 헤매다 보면 어느 순간 밝은 섬광이 켜지는 것처럼 깨달음이 우리를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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