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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Oct 27. 2023

나의 친구, 빈센트 반 고흐

 얼마 전에 일본 영화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연출한 ‘꿈’이라는 작품을 보았다. 몇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식 영화인데, 그중에 가장 기억 남았던 부분은 바로 100년도 더 전에 삶을 살아갔던 ‘빈센트 반 고흐’의 일생을 짧게나마 재연한 부분이었다. 후대 사람들에게 그의 이름을 모르면 간첩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빈센트 반 고흐는 수많은 명작을 남긴 네덜란드의 화가이다. 반고흐가 그렸던 해바라기, 카페 테라스, 밀밭, 자화상은 모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가에 거래되고 있으며, 네덜란드에 위치한 그의 박물관은 전세계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관광을 오는 여행지가 되었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반고흐는 과연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그는 불행한 삶을 살아온 것이 틀림없다.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늘 사랑에 실패했고, 극심한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다 동생 테오가 보내주는 돈으로 평생을 연명할 뿐이었다. 혹여나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반 고흐의 삶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물질적으로도, 그리고 정서적으로도 결핍되었던 삶을 살았으니 말이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듣자니, 유독 반 고흐에게 어딘가 모를 동병상련의 아픔이 느껴져 왔다. 자신의 열정과 순수함을 불태워 예술로 승화하고자 했던 반 고흐의 정신적인 고통. 한 때 예술가의 꿈을 품고 앞으로 달려온 내 인생이 생각났다. 소설가라는 꿈을 품고 반 고흐가 지향하던 예술인의 삶을 살고자 노력했었던 과거의 나. 교보문고에서 산 커다란 노트를 내가 쓴 글들로 빼곡히 채우며,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랬던 것처럼 하루에 할당된 부분량을 딱딱 써내려 갔을 때의 기쁨을 느끼며 장밋빛 미래를 생각했다. 나와 같은 시대의 사람들은 내 작품을 모를지 언정(?), 훗날 나에게도 반고흐가 누렸던 후대의 영광 같은 것이 나에게도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행복회로를 이곳저곳으로 돌려보며, 글도 참 많이 썼었다. 태양처럼 이글이글 타오르는 열정과 별처럼 빛나는 순수함. 아, 내가 살아 있구나. 내 심장이 뛰고 있고, 내 삶이 원하는 방향대로 나 자신을 인생이라는 거친 파도의 흐름에 맡겨 놓고 있구나. 반 고흐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전에 삶을 살아갔던 반 고흐의 인생이 나에게 큰 영감을 준 것이었다.      


 우리는 종종 단조롭기 짝이 없는 일상에서 벗어나, 나름대로의 일탈을 꿈꾸며 해방감을 맛보고자 노력한다. 누군가는 연애로, 또 누군가는 일로, 또 누군가는 취미 생활로 이것을 극복해보고자 하지만, 찾아오는 것은 종종 이유 모를 허무감과 씁쓸함뿐이다. 그럴 때마다 눈을 지그시 감고, 내 마음에게 진정으로 말해보자. 나는 무엇을 위해 삶을 살아왔던가? 나는 내 100%의 에너지를 어딘가에 쏟았던 적이 있었던가? 내가 살아있다고, 숨쉬고 있다고 느낄 때는 과연 언제란 말인가? 어딘가에 죽기 살기로 열정을 쏟아보는 것. 일단 뒤돌아보지 않고 부딪쳐 보는 것. 죽기 살기로 한번 시도해보는 것. 분명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 고흐도 그랬고, 나도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꿈에 열정을 100% 쏟을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한껏 아름다워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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