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부업 시대
1.
딜로이트(Deloitte)에서 최근 44개국의 MZ세대 만 명을 대상으로 부업(Second Job)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년 대비 더 많은 수의 MZ 세대들이 부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특히 Z세대의 약 46%가 본업에 더해 풀타임 또는 파트타임 부업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들이 답변한 부업의 이유는 새로운 기술을 익히거나, 본업 바깥에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싶거나, 커리어 확장 등이지만 이면에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비 부족'과 '수입과 지출의 불균형‘ 해결을 위한 돈이 필요해서이다. Z세대의 38%와 M세대의 46%가 부업을 하는 이유가 재정 문제 관련이 있다고 말한 답변이 이를 증거 한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업은 온라인 판매, 음식 배달, 우버, SNS 인플루언서, 콘텐츠 크리에이터 같은 긱 워커(Gig Worker: 플랫폼을 통해서 일하고 싶을 때 혹은 적은 시간을 활용해서 일하는 초단기 플랫폼 노동자)였다. CNBC에 출연한 딜로이트의 마이클 팜리에 따르면 MZ세대의 생계유지를 위한 부업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2.
자산 소득과 근로 소득이 높은 상위 고소득자들은 돈을 쓰면서 취미 활동을 하지 취미를 부업 삼아 돈을 벌려고 하지 않을 것 같다. 취미활동이 노동이 되어버리면 스트레스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나는 고소득자가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부업을 할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 물론 새로운 기술 습득, 네트워크 확장, 커리어 개발 등의 자아실현을 이유로 부업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부류는 생계를 걱정하지 않는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거나 돈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들에게 부업은 새로운 경험과 관계 확장이 목적이다. 따라서 부업의 소득은 부수적인 결과물일 것이다. 예를 들어 내 지인의 동료는 이미 안정적인 임대소득으로 추가적인 경제활동이 필요 없는데 소일거리 삼아 리테일에서 파트타임 캐셔로 일한다고 한다. 이런 부류는 N잡러의 비중에서 극히 적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N잡러가 부업을 하는 이유는 '돈'이 정말 필요하기 때문이다. 빚을 갚거나,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거나, 본업으로 살 수 없는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싶거나, 불안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등 다 각자의 절실한 사정으로 돈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본업에서 많은 돈을 벌면 부업을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3.
N잡러가 성공의 한 축으로 매체에서 소개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N잡러에 도전했다. 본업을 이기는 부업의 성공사례가 동기가 된 것 같았다. N잡러로 성공한 First Mover를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성공한 부업 모델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성공한 부업 모델이라고 해도 엄연한 사업의 일종이다. 그래서 진입장벽이 낮은 사업 모델에 경쟁자가 모여들면 정해진 풀(Pool)은 점점 비좁아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블루오션은 레드오션이 되어가고 돈을 버는 것은 긱 워커가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가 된 것 같다. (모든 산업이 그렇듯이 중개 마진을 먹는 사람이 늘 돈을 번다) 물론 여전히 성공한 N잡러는 광고되고 있고 소수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모두가 부업이 본업을 밀어낸 것은 아니었다. 나중에는 First Mover가 Follower를 도와준다는 명목 하에 소정의 강의료를 받고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강좌 서비스가 생겨났다. 결국 소수만 계속 성공하고 나머지 다수는 플랫폼 서비스 단기 노동자가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4.
지난 20년 간 미 연준의 제로금리 및 양적완화를 통해 달러 유동성이 전 세계로 흘러들면서 화폐 인플레이션과 팬데믹 공급만 병목으로 인해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이 매섭게 상승했었다.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작년 9.1% 정점을 찍고 4월에 4.9%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목표치 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소비자 물가도 점을 찍은 내려오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목표 2%에 가깝지 않다. 고물가를 잡기 위한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 덕분에 민간과 가계에 차입비용이 늘어났다. 덕분에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한국에 닥치게 되었다. 결국 사람들의 실질 소득은 점점 줄어들었다. 게다가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데 가계와 자영업자 부채가 많아 이중고가 되었다. 이미 하위소득 20%는 가처분 소득의 절반을 식비로 충당하고 있다. 게다가 부동산 과열로 인한 가계의 변동대출은 금리가 뛰고 부동산 가격이 조정을 받으면서 이중고가 되었다. 그렇게 매매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역전세가 일어났고 많은 MZ 세대 등이 전세사기에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러한 고통은 비단 한국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에서 생활비와 부채 상환을 이유로 본업과 부업을 병행하고 있다.
5.
작년 12월 전경련이 통계청 자료를 집중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생활고에 부업을 시작하는 부업자가 5년 새에 41%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가장이 부업을 하는 비율은 작년 기준 67%에 달한다. 본업을 통한 월급으로 가족을 부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산과 소득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저소득층과 MZ 세대 등이 부업을 자아실현보다는 생계형으로 강요당하는 형국이다. 결국 자아실현을 위해 N잡러가 된다는 이유를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다. 앞으로도 가족 부양과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부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그만큼 치열한 경쟁과 공급 과열로 인해 부업으로 쥘 수 있는 돈은 줄어들 것 같다. 나는 이것을 걱정하고 있다. 나도 한순간에 N잡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보는 N잡러 시대의 검은 그림자이다.
- 끝-
※ Cover Image 출처 : UCLA study Center (Ben Brill/Graphics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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