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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pmage Jun 06. 2023

'자중자애'하고 싶으세요?

스물아홉 번째 책 / 나는 내가 먼저입니다, 네드라 글로버 타와브

정말 웃기는 애 아니니?
내 이혼과 지 이혼은 뭐 크게 다르냐?
전 남편 바람 펴서 이혼한 내 인생은 진창이고,
지 남편 능력 없어서 이혼한 지 인생은 꽃길이니?
 

그녀는 내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반도 먹지 못했다.  그녀가 부른 점심은 그녀의 속풀이 시간이었다. 속풀이 대상은 선 넘는 발언과 행동으로 우리를 골탕 먹이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 사람 때문에 고통받고 있었다. 그녀는 무례한 행동과 발언에 당당히 되받아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나를 통해 우회적으로 그 사람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듯했다.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대신 입고팠던 그녀를 위해 나는 귀고픈 사람이 되었다. 그저 들어주는 것이었다. 지난 3년 보다 그녀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된 1시간이었다. 그녀의 입고픔이 채워지고 나서야 우리는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에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OO야, 오늘 내가 좀 많이 이야기했는데 XX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아라. 혹시 몰라서 노파심에 말한다’.


솔직함을 핑계로 자신의 영역을 모호한 상태로 두면 안된다.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려고 굳이 말해줄 필요도 없고 알고 싶어 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상대방의 선 넘는 무례한 행동과 말에는 분명한 반응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관계가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관계가 절연될 사람이었다면 이어질 관계가 애초에 아니었던 셈이다. 상대방에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태워서는 안 된다.


나도 타인의 감정을 우선하던 시절이 있었다. 정서적 결핍과 인정을 타인에게 갈구하던 시절이었다. 앉을자리와 설 자리를 구분하지 못했다. 나의 감정과 생각은 중요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것이 잘못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형경에 ‘사람풍경’을 읽고  ‘자중자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을 중히 여기며 사랑하라는 사자성어에는 내게 커다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내가 이 세상 모두를 사랑할 수 없는 만큼 모두가 나를 싫어하는 것도 아님을 알게 되었다.


우리를 대하는 사람들의 방식, 태도, 언행 및 행동이 우리의 바운더리를 침해한다면 알려줘야 한다. 동시에 그들이 나를 함부로 규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선을 긋고 바운더리를 설정하는 것에 사람들은 실망하고 원망하고 서운해할지 모른다. 심지어 화를 낼 수도 있다. 가까운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반응은 관계의 주도권을 되찾아 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나도 그랬다. 나의 가족, 형제, 친척, 친구, 동료들에게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운더리를 설정했다. 점점 내 마음에 자리 잡았던 자기모순, 자기기만, 자기 비하는 사라지고 자신감, 자존감, 자애감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바운더리는 우리를 대하는 상대방의 행동과 말을 바뀌게 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를 존중하면 그들도 그리할 것이다. 이런 바운더리는 거절에서부터 시작한다. 물론 거절은 어렵다. 좋은 거절이라는 없다. 그래서 거절에는 일관성과 용기가 필요하다. 일회성에 그치는 바운더리라면 흔적도 없이 덮일 것이다.


최근 어느 친척 결혼식장에서 오랜만에 사촌들을 만났다. 어울리지 않고 적절한 거리를 두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어렸을 때는 오랜만에 봐도 스스럼없이 같이 뛰어놀았던 사촌들이었는데 어색했다. 하지만 나를 대하는 태도가 과거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 부모 세대의 형제들 간의 서열과 다툼으로 자식까지 세습되던 바운더리가 변화되었음을 감지했던 것이다. 나는 이제 그들의 비위에 맞춰 알아서 낮게 엎드리던 사람이 더 이상 아니었던 것이다. 자주 연락하자고 말하는 사람은 이제 더 이상 내가 아니다.


바운더리는 좋은 것이다. 바운더리를 설정할 때 어색함, 불편함, 죄책감이 생기겠지만 그것은 절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야 말로 서로가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만약, 자중자애를 원한다면 이 책을 읽어라. 당신에게 바운더리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 물론, 나는 여전히 그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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