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째 책 / '다독임' / 오은 시인, 난다 출판사
1.
예전에는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이 글거리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일상은 가벼워 어떤 글의 의미나 주제를 무겁게 관조하거나 담아내지 못한다고 생각했었다. 일상은 범상하고 특별하지 않다고. 하지만 그것은 편견이었다. 범상 속에 숨겨진 일상의 비범함을 눈치채지 못한 나의 무능이었다. 그 무능을 절절히 느끼게 해 준 것은 '오은'시인의 책 '다독임'이었다. 그는 일상을 함부로 여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특별하게 포장하지도 않는다. 담백하게 관조하면서 우리의 있음 직한 일상을 따스히 토닥인다. 그의 책을 읽고 나니 나의 일상도 쓸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이제 나의 일상도 소중한 글거리가 된 셈이다.
2.
가끔 내가 글을 억지스럽게 쓰고 있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뭔가 결론을 내두고 근거를 가져다 짜깁기하는 기분이다. 맞지 않는 퍼즐을 우겨 맞추는 것처럼. 그럴 때는 글이 그토록 쓰기 싫어진다. 하지만 그의 책을 읽고나니 왜 그런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내가 너무 어려운 주제만 찾아서 어렵게 글을 쓰려고 했기 때문인 듯 했다. 오은 시인은 책에서 '삶이라는 형식에 모험이라는 내용을 담는 일이 다름 아닌 글쓰기'이며 '자기 만의 형식에 자기 만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라고 했다. 나는 조지 오웰의 수필을 읽으면서 경제/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적 글쓰기를 해야 한다고 배웠고, 알랭 드 보통의 글을 읽으면서 철학과 예술이 불안한 우리네 삶에 어떻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가를 느꼈다. 그래서인지 나의 글은 그들을 닮고자 한 셈이다. 어려운 주제를 어렵게 겉멋만 든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어떠한 주제를 가지고도 쉽게 전달해야 하는 글을 써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 면에서 오은 시인의 '다독임'책은 앞으로 내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3.
일상의 에피소드가 묘하게 다른 에피소드로 연결되며 내러티브가 되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이 참으로 많이 되었다. 그리고 문단과 문단 사이에 묘한 연결성에 무릎을 치며 감탄한다. 글을 읽는데 내내 부럽고 질투가 나면서 그와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책을 다 읽는게 너무 아까워 느리고 느리게 읽었더랬다. 완독을 하고나니 그의 말대로 마음의 끄덕임이 깊게 느껴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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