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마
광복절 하루 지나 맞이한 새벽입니다.
스물여섯의 한 여자는 글을 씁니다.
불안에 잡아먹히지 않으려 부단히 애쓰는 요즘입니다.
'최근 겪은 일들이 나를 망가뜨리진 않을까, 내가 살아온 날들이 전부 부정당하는 건 아닐까, 다시는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는 건 아닐까.'
원래도 겁이 많고 걱정이 많던 저였지만 무엇보다도 저를 가장 무섭게 했던 것은
'사실 내가 괜찮은 사람이 아닌 건 아닐까'하는 불안이었습니다.
한 순간의 실수로 죄인이 되었고 사랑이라 믿었던 사람에게 속고 또 속았습니다.
누구보다 평범히, 대단한 행운이나 커다란 불행 없이 살아왔기에 연달아 찾아오는 시련들이 참 많이도 버거웠던 것 같습니다. 사실은 지금도 이겨내지 못하고 있어요.
힘들 때 글을 쓰곤 했지만 읽는 것은 영 하지 않던 제가 엄마가 보내준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운동을 등록했고, 취업이 되기 전까지 알바라도 하려고 보건증을 떼러 다녀왔습니다. 좋아하는 커피를 한 잔 사서 걸었고 시골 이야기의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점심 무렵 일어난 나를 자책하기도 했지만 오늘 하기로 마음먹은 일들을 미루지 않고 해내었습니다.
그렇게 맞이한 새벽, 컴퓨터를 켜고 두서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삶의 방향성도 잡지 못했고, 싹튼 불안도 그대로지만 글을 씁니다. 불안이라는 단어는 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기분 나쁜 느낌.
그래도 이겨내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보려 합니다.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오후 네 시 무렵 엄마와의 통화에선 애쓰는 나를 들킨 것 같습니다. 전화를 끊기 직전엔 나도 엄마도 목소리가 흔들렸지만 울지 않았습니다. 전화가 끊긴 후 잠시 울었지만 아무도 보지 못했을 거예요. 울어도 괜찮아.
일주일 동안 불안은 조금 작아졌습니다. 슬픔은 조금 커졌고 무기력함은 다스리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어요.
하루에 한 가지씩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어젠 제가 쓴 시를 녹음한 동영상을 업로드했고, 오늘은 글을 씁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어른이 되어있을 예정입니다.